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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이란의 사이가 나쁜 이유는?

2024.04.17
레바논의 헤즈볼라 지지자들이 벌인 반 이스라엘 시위
Manu Brabo / Getty
이란과 이스라엘 간 반목은 불안정한 중동 정세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란 현지 국영 언론은 이란혁명수비대의 발표를 인용해 이란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밤 이스라엘 영토에 무인기 및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쟁 내각을 소집했으며, 공격에 맞서 이스라엘의 “방어 시스템”을 배치했다고 보고했다.

지난 1일 시리아 다마스쿠스 소재 이란 영사관이 폭격당해 이란 고위 군 지휘관 2명이 사망한 가운데, 이란은 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하며 보복을 예고한 바 있다.

이는 이란과 이스라엘 간 오래된 불화의 역사에서 가장 최근에 벌어진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은 수년간 치열한 경쟁을 벌여온 상대로, 그 불화의 정도는 지정학적 상황에 따라 달라지곤 한다. 그리고 양국의 갈등은 불안한 중동 정세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우선 이란에 이스라엘은 '큰 사탄'인 미국의 중동 내 동맹국으로, '작은 사탄'과도 같다.

반대로 이스라엘은 이란이 ‘테러리스트’ 단체들을 지원하고 있으며, 반유대주의적 동기로 인해 이스라엘의 이익에 반하는 공격을 감행한다고 비난한다.

이 “최고 적국” 간 경쟁으로 인해 지금껏 수많은 이들이 사망했다. 때로는 그 어떠한 국가도 그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작전 혹은 사건의 결과다.

그리고 현재 가자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으로 인해 양국의 갈등은 더욱더 심각해지고 있다.

이란 혁명 당시 테헤란의 어느 건물 밖에 걸린 호메이니 포스터
Getty Images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은 이스라엘-이란 관계의 전환점이 됐다

이스라엘-이란 갈등의 시작은?

사실 양국의 관계는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으로 이란에 이슬람 공화국이 세워지기 전까지만 해도 꽤 우호적이었다.

이란은 1948년 이스라엘 국가 수립으로 이어진 팔레스타인 분할 계획에 반대했던 국가였음에도, 이집트에 이어 2번째로 이스라엘의 존재를 인정한 이슬람 국가이기도 하다.

팔레비 왕조의 샤(국왕)가 다스리는 군주제였던 이란은 당시 중동 내 미국의 주요 동맹국 중 하나였다. 그렇기에 이스라엘의 건국을 주도한 인물이자 이스라엘의 초대 총리인 다비드 벤-구리온은 주변 아랍 국가들이 신생 유대 국가에 반감을 드러내자 이란과의 우호 관계를 추구했고, 실제로 친하게 지냈다.

그러던 1979년, 루홀라 호메이니를 중심으로 혁명이 일어나 왕조가 무너지고, 억압받는 자들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이란 이슬람 공화국이 세워지게 된다.

새롭게 들어선 이란 정부는 바로 미국과 그 동맹국인 이스라엘의 ‘제국주의’에 대한 거부를 주요 정체성 중 하나로 내세웠다.

환호하는 사람들에게 인사하는 호메네이
Getty Images
호메이니를 비롯한 이란의 혁명 지도자들은 이스라엘에 대항하는 팔레스타인의 대의에 동조했다

호메이니 정권은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끊고, 이스라엘 국민들의 여권을 인정하지 않았으며, 수도 테헤란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 건물을 압류해 당시 이스라엘에 맞서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주도하던 ‘팔레스타인 해방 기구(PLO)’에 넘겼다.

전 세계의 분쟁 상황을 분석하고 방지하고자 노력하는 민간단체인 ‘국제위기감시기구’에서 이란 프로그램을 이끄는 알리 바에즈 책임자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적대감은 새로운 이란 정권의 기둥이었다. 당시 이란 지도자 중에선 레바논 등지에서 팔레스타인과 함께 게릴라전에 참여하고 훈련했던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라면서 “이들은 팔레스타인에 크게 연민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바에즈 책임자는 “새로운 이란 정권은 범이슬람 세계의 강대국 이미지를 챙기는 한편, 주변 아랍 국가들이 버린 팔레스타인의 반 이스라엘 대의를 불러일으키고자 했다”고 봤다.

이렇게 호메이니는 팔레스타인의 대의를 자신의 것으로 주장하기 시작했고, 테헤란에선 당국의 지원을 받는 대규모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흔해지게 된다.

테헤란의 반 이스라엘 시위
Getty Images
테헤란에선 반이스라엘 시위가 자주 열린다

바에즈 책임자는 “이스라엘 입장에선 1990년대 후반 전까지만 해도 이란에 적대감을 드러내진 않았다.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야말로 당시 더 큰 역내 위협이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이스라엘이 1980~1988년 이라크-이란 전쟁에서 이란 측에 몰래 무기를 전달했던 소위 ‘이란-콘트라’ 사건을 가능케 한 중재자로 나섰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점차 이란을 국가 존립의 주요 위협 중 하나로 여기기 시작했고, 그렇게 두 국가의 불화와 경쟁은 말에서 행동으로 옮겨가게 된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 '그림자 전쟁'

바에즈 책임자는 수니파와 아랍인이 대부분인 이슬람 세계에서 이란은 시아파와 시아파가 대부분이며, 중동엔 또 다른 역내 강대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란 정권은 자신들의 고립된 상황을 깨닫고, 미래에 적들이 이란 영토를 직접적으로 공격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한 전략 개발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이란과 연계된 조직 네트워크가 꾸려졌고, 이들은 이란의 입맛에 맞는 군사적 행동을 수행했다. 레바논의 ‘헤즈볼라’는 미국, 유럽연합(EU)에선 테러 단체로 분류된 조직으로, 이 중에서도 가장 몸집이 큰 조직이다.

이러한 이란의 소위 ‘저항의 축’은 레바논, 시리아, 이라크, 예맨 등지에 뻗어 있다.

한편 이스라엘도 가만히 있던 건 아니었다. 이스라엘은 이란 및 그 동맹 세력들과 충돌하거나 기타 적대적인 행동에 나섰다. 때론 친이란 세력에 맞서 싸우는 무장단체에 자금을 지원하고 지원하기도 했다.

이란과 이스라엘 간 이러한 갈등은 ‘그림자 전쟁’이라 불린다. 왜냐하면 양국 모두 대부분 공식적으로 개입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례로 1992년 이란과 가까운 ‘이슬람 지하드’ 단체가 아르헨티나 소재 이스라엘대사관을 폭파해 29명이 숨졌다. 바로 그 직전엔 헤즈볼라의 지도자 압바스 알-무사위가 암살당했는데, 이는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소행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이스라엘은 이란 정권이 영원히 핵무기를 손에 넣지 못하도록 오랫동안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집요하게 방해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민간 핵에너지 발전 등 평화적인 목적만을 추구한다는 이란의 주장을 믿지 않는다. 2000년대 초반 10년간 이란 핵 프로그램에 침투해 심각한 피해를 입힌 악성코드 ‘스턱스넷’은 이스라엘이 미국과 협력해 개발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란 핵 시설
Getty Images
이스라엘은 오랫동안 집요하게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방해하고 있다

아울러 주요 핵 프로그램 과학자들이 사망한 것에 대해 이란은 이스라엘의 정보기관의 소행이라고 비난한다.

2020년 발생한 모흐센 파크리자데 암살 사건이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하다. 이란의 최고 핵 과학자로 손꼽히는 파크리자데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이스라엘 정부는 한 번도 그 책임을 인정한 바 없다.

한편 이스라엘과 그 서방 동맹국들은 이란이 과거 발생했던 무인기 및 로켓포 공격의 배후이자, 여러 차례 사이버 공격도 감행했다고 비난한다.

2011년 발발한 시리아 내전 역시 양국 불화의 또 다른 이유가 됐다.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과 그를 끌어내리려는 반군 간 벌어진 내전에서 서방 세계 정보 당국은 이란이 알-아사드 정권에 무기, 자금, 교관 등을 지원했다고 봤다.

이러한 소식은 이웃 시리아를 이란이 레바논의 헤즈볼라에 무기와 장비를 보내는 주요 경로 중 하나라고 보는 이스라엘을 자극했다.

미국의 지정학 분석기관인 ‘스트랫포’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이란은 각기 다른 시점에 시리아에서 자신들만의 작전을 수행했다. 상대방이 대규모 공격에 나서지 못하도록 막기 위한 조치였다.

이러한 양국의 ‘그림자 전쟁’은 2021년 바다까지 뻗어나간다. 2021년 당시 이스라엘은 이란이 오만만에서 자국 선박을 공격했다고 비난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홍해에서 자국 선박을 공격했다며 비난했다.

사망한 핵과학자의 장례식
Hamed Malekpour / Getty
이란은 이스라엘이 자국의 핵 프로그램 책임 과학자를 암살했다고 본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한편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민병대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고, 이스라엘은 이에 맞서 가자 지구에 대규모 지상전을 전개했다.

이에 대해 여러 정부와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중동 지역에 연쇄 반응을 일으켜 이란과 이스라엘 간 공개적이고 직접적인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며 우려했다.

최근 몇 달간 레바논과의 국경 지역에선 이스라엘군과 헤즈볼라 대원들로 추정되는 민병대 간 소규모 충돌이 증가하고 있으며, 서안지구 점령지에서도 팔레스타인 시위대와 이스라엘군이 충돌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한편 지난 13일 전까지만 해도 이란과 이스라엘 모두 대규모 전투로의 확전만은 피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란이 이스라엘 영토에 무인기와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상황은 바뀌게 됐다.

가자 지구로 진격하는 이스라엘 탱크
Menahem Kahana / Getty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공습으로 이스라엘과 이란 간 갈등엔 다시 불이 붙었다

바에즈 책임자는 “그 누구도 대규모 분쟁을 원치 않는다는 게 아이러니”라면서 “이스라엘은 현재 가자 지구에서 6개월째 하마스와의 파괴적인 전쟁을 치르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국제 사회에서 무척 평판이 좋지 않은 상태다. 그 어느 때보다도 고립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바에즈 책임자는 이란은 하마스와 달리 “정식 국가이기에 훨씬 더 강력한 존재”임을 경고했다.

그러나 동시에 “현재 이란은 경제 상황이 좋지 않으며,” 종교적 제한에 분노한 여성들이 일으킨 몇 달간의 시위 사태 이후 “이란 당국은 내부적으로 정당성 위기를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리아 다마스쿠스 소재 이란 영사관 폭격 이후 현장
Ammar Ghali / Getty
고위 군 지휘관 몇 명이 사망한 시리아 다마스쿠스 영사관 폭격 사건으로 인해 이란은 분노하고 있다

한편 시리아 소재 영사관 폭격으로 모하마드 레자 자헤디 혁명수비대 준장과 그의 부관인 모하마드 하지 하지-라히미 등 13명이 사망하면서 이란은 특히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사건 이후 이란 외무부는 “공격자들에 대한 처벌”을 약속하는 한편 호세인 악바리 시리아 주재 이란 대사는 “단호한” 대응이 있으리라 밝혔다.

이란이 13일 무인기와 미사일을 발사하긴 했지만, 양국의 오래된 갈등의 끝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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