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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격 이후 이란 내 분위기는?

2024.04.15
자축하는 시위대의 모습
Morteza Nikoubazl/NurPhoto via Getty Images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격 이후 수많은 친정부 지지자들이 거리로 나와 자축했다

이란 당국이 지난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본토를 향해 무인기와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란 영토에서 이스라엘 영토로 직접 공격한 건 이번이 최초다.

앞서 이스라엘이 시리아 소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한 가운데,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국내외 지지 세력들의 신뢰도를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한 모양새다. 이번 공격은 이란의 의지는 물론 미사일 및 드론 능력을 보여주기 위한 자리였다.

이란혁명수비대는 45년 전 이란의 이슬람 체제를 수호하고 정규군을 견제하고자 설립된 조직이다. 이후 이란 및 중동 지역의 주요 군사적, 정치적, 경제적 세력으로 부상했다.

13일 밤 이란 당국이 이스라엘을 향해 무기를 발사한 이후 이란 이슬람 공화국 지지자들은 거리로 나와 이를 자축했다.

자신을 이란 정부 지지자라고 밝힌 한 20대 여성은 BBC 페르시아어 뉴스에 “시리아 등에서 이란 군 지휘관들이 추가로 살해되는 걸 막기 위해선 이번에 이스라엘을 공격한 건 올바른 결정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슬람 공화국에 비판적인 수많은 이란 국민들은 현 정권의 태도가 반드시 전체 이란 국민의 견해를 대변하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한 40대 남성은 BBC 페르시아어 뉴스에 “우리는 이슬람 공화국이 아니라 우리가 진정한 이란이다. 이란인들은 현 정권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는 이스라엘을 포함해 그 어떤 국가에도 적개심을 품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50대 여성은 이번 공격이 중동 전역으로 퍼져 이란 대 이스라엘 및 서방 동맹국 간 전면적인 대결로 확대될 수 있다며 우려했다.

이러한 불안감은 환율에도 반영돼, 미국 달러화 대비 이란 화폐의 가치는 더욱더 떨어졌다.

재보복에 대한 공포

주유소 앞에 길게 늘어선 줄
Fatemeh Bahrami/Anadolu via Getty Images
이란이 이스라엘에 보복하자 주유소 앞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이란 당국이 이스라엘에 보복한 13일 밤, 이란 인들은 이스라엘 및 그 서방 동맹 세력이 다시 보복해오지 않을까 두려워했다. 긴장과 공포심이 고조된 가운데 시민들은 식량, 연료 등 생필품을 사두고자 바쁘게 움직였다.

테헤란과 다른 여러 주요 도시의 주유소 앞엔 몰려든 시민들로 긴 줄이 늘어졌고, 슈퍼마켓도 사람들로 넘쳐났다.

이스라엘 측이 자국 영토를 향해 날아드는 이란의 미사일 및 무인기 300발 중 99%를 요격했다고 주장하고 있긴 하지만, 이란 당국은 실제 어느 정도의 피해를 줬는지와는 상관없이, 이번 공격이 지니는 상징적 효과만을 강조하며, 성공적인 공격이었다고 자축했다.

모하마드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은 2주 전 발생해 이란혁명수비대 관련 인사 7명의 목숨을 앗아간 자국 영사관 폭격 당시 동원된 F35 전투기가 있는 이스라엘 ‘노탐 공군 기지’ 또한 목표물 중 하나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바게리 참모총장은 이란은 목표를 달성했으며, 작전을 이어갈 의사는 없다고 강조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이스라엘 측이 새롭게 공격해올 경우 이란은 훨씬 더 강력하게 대응하리라 경고했다.

대형 반 이스라엘 포스터
Haydar Sahin/Anadolu via Getty Images
이란 테헤란 소재 ‘팔레스타인 광장’엔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공격을 묘사한 그림과 함께 “다음 타격은 더 강력할 것”이라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가 새롭게 걸렸다

현재 이란 당국은 긴장 완화 및 확전 방지에 초점을 두고 있는 모양새다. 군과 정부 관계자 모두 어젯밤의 공격으로 일단 만족하는 듯하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방어에 나설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줬다. 즉 추가 피해나 사상자를 발생할 의도가 없었던 것이다.

이란 당국의 정당성 위기

한편 이란에선 많은 국민들이 이란혁명수비대의 중동 분쟁 개입에 반대하고 있다.

이란에서 최근 벌어진 시위에선 “가자 지구에 NO를, 레바논에 NO를, 나는 이란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구호가 확산하고 있다.

많은 이란 국민이 해외에서 민병대를 조직하고, 훈련시키고, 무장시키는데 지출했던 수십억달러는 이란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 쓰여야 했다고 생각한다.

이란 당국이 중동 내에서 간섭하면서 이란은 국제 사회에서 고립되고 제재 대상이 됐다. 이에 이란의 경제는 마비 상태다. 물가가 치솟으며 경제는 더욱 흔들리고 있다. 심지어 이란의 중산층조차 생계를 유지하기 점점 더 어려워질 정도다.

특히 만약 전쟁으로 이어질 경우, 이란 현 정권은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받지 못하리라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1980년대, 이란 청년 수백만 명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에 맞서 8년간 벌어진 전쟁에서 조국을 지키겠다며 강력히 연대했다.

그러나 현 상황은 다르다.

이란-이라크 전쟁에 참전했던 참전 용사는 정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비판자들을 가혹하게 탄압하는 정부를 향해 ‘다시는 저들을 위해 싸우지 않겠다’고 분명히 말했다.

이렇듯 현 정권의 정책은 과거 친정부 지지자들이었던 이들의 의견까지 흔들어 놓으며, 정치 지형을 크게 바꿔놓고 있다.

사실 이번에 이란은 미사일, 무인기 등을 더 동원해 더 강력한 공격을 감행할 수 있었다. 그리고 레바논, 시리아, 이라크의 친이란계 시아파 민병대와 예멘의 후티까지 가세해 더욱더 공격의 정도를 높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란 당국은 이번에 의도적으로 이스라엘에 최소한의 피해를 입히고자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전쟁이 발발하면 이란 이슬람 공화국은 이스라엘과 그 강력한 동맹국인 미국의 군사력을 우려해야 할 뿐만 아니라 잠재적인 국내 불안 상황에 대해서도 걱정해야 하는 입장이다.

히잡을 벗고 항의하는 여성
Anonymous / Middle East Images / Middle East Image
지난 2022년 이란에선 22세의 여대생 마흐사 아미니가 도덕경찰에 구금된 이후 사망하면서 전국적인 시위가 촉발됐다. 시위 현장에서 한 여성이 히잡을 벗어 흔들고 있다

지난 2022년, 22세 여대생 마흐사 아미니가 도덕 경찰에 구금된 이후 사망하면서 발생한 전국적 시위는 이란 현 정권의 취약성을 부각시켰다.

현 정권의 고위 인사들은 이스라엘 및 미국과의 전쟁이 발발할 경우, 이란 보안군 및 혁명수비대의 지휘 및 통신 센터가 목표물이 될 것이고, 이렇게 되면 시위대와 반정부 세력이 다시 봉기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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