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지구로 향하던 구호 선박 저지 후 그레타 툰베리 추방
이스라엘이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출신 활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추방했다고 밝혔다. 총 12명에 달하는 툰베리 일행이 선박에 구호 물자를 싣고 가자 지구로 향하던 중 지중해에서 이스라엘 군대에 의해 저지된 지 하루만의 일이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추방에 동의한 툰베리가 10일 아침 프랑스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텔아비브를 떠났다고 밝혔다.
파리 공항에 도착한 툰베리는 자신과 동료들이 타고 있던 배는 국제 해상을 지나고 있었으며, 이스라엘 측이 불법적으로 납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프랑스 당국은 툰베리와 함께 체포된 프랑스인 6명 중 5명은 추방 명령에 서명하길 거부했으며, 사법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이 타고 있던 요트 '더 매들린' 호를 운영하는 시민운동 단체인 '자유 선단 연합(FFC)'은 구금된 모든 사람을 즉시 석방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더 매들린 호에 탑승한 활동가들은 이스라엘의 해상 봉쇄에도 불구하고 가자 지구에 "상징적인" 규모의 구호 물자를 전달하려다 9일 오전 이스라엘에 의해 저지당했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툰베리가 타고 온 배를 '셀카용 요트'라고 조롱하는 한편, 해당 선박은 9일 밤 아슈도드 항구에 도착했으며, 이후 탑승자들은 텔아비브의 벤구리온 공항으로 이송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추방 동의 문서에 서명하길 거부하거나, 이스라엘 출국을 거부하는 이들은 법원에 회부되어 강제로 추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10일 오전, 외무부는 툰베리가 "(프랑스를 거쳐) 이스라엘을 떠나는 비행기에 탑승했다"면서 툰베리가 비행기 좌석에 앉아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난 툰베리는 이스라엘이 "국제 해상에서 우리를 납치하고, 우리의 의사에 반해 이스라엘로 데려가 배 아래쪽에 억류한 채 내리지 못하게 하는 등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이게 아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가자 지구에서 집단학살이 진행중이라는 점, 포위와 봉쇄로 식량이나 의약품, 물 등 간절히 필요한 물품이 가자 지구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체계적인 기아"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스라엘 외무부는 봉쇄 조치는 "국제 법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으며, 무단으로 봉쇄를 뚫고 침입하려는 시도는 "위험하고, 불법이며, 현재 진행 중인 인도주의적 노력을 방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다른 이들은 여전히 구금된 상황에서, 왜 풀려났는지 묻는 질문에 툰베리는 "약간 불분명하다"고 했다. 툰베리와 몇몇 동료들은 최대한 빨리 돌아가고 싶다는 내용의 문서에 서명하긴 했으나, 불법으로 입국했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 문서에 서명하지 않은 이들도 있다는 설명이다.
툰베리는 추방되기 전 동료들과 작별 인사도 할 수 없었다면서, 자신은 그들의 상황에 대해 알지 못하며, "걱정된다"고 했다.
앞서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X를 통해 "우리 총영사는 어젯밤 이스라엘 당국에 의해 체포된 프랑스 국적자 6명을 만났다"고 밝혔다.
"그중 한 명은 자진 출국에 동의했으며 오늘 돌아올 예정입니다. 나머지 5명은 강제 추방 절차를 밟게 됩니다."
바로 장관은 이들의 신원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이 6명 중에는 유럽의회의 리마 하산 의원, 카타르 국영 '알자지라' 방송국 소속 오마르 파이야드 기자, 온라인 매체 '블라스트'의 야니스 음함디가 포함되어 있으며, '국경없는기자회(RSF')에 따르면 이들은 매들린호의 여정을 취재 중이었다.
프랑스와 스웨덴 외에도 해당 요트에는 브라질, 독일, 네덜란드, 스페인, 튀르키예 국적자들이 탑승해 있었다.
자유 선단 연합(FFC)은 9일 밤 성명을 통해 탑승자 전원이 아슈도드에 도착했으며, 강제 추방을 거부하는 이들은 텔아비브 근처 라멜 소재 구금 시설로 옮겨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모든 자원봉사자를 즉각적으로 풀어주고, 도난당한 구호 물자를 돌려주길 촉구한다. 이는 불법 납치이며, 국제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분유, 의약품 등으로 구성되어 있던 해당 구호 물자의 경우 "진정한 인도주의적 채널을 통해" 가자 지구로 전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유 선단 연합(FFC)은 매들린 호가 9일 새벽 가자 지구에서 서쪽으로 약 185km 떨어진 국제 해상에서 이스라엘 군에 의해 나포되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군이 쿼드콥터 드론(회전날개가 4개인 드론)으로 선박을 포위한 뒤 "백색의 자극 물질"을 뿌렸으며, 통신을 끊었다는 주장이다.
자유 선단 연합이 공개한 영상 속 탑승자들은 이스라엘 군대가 승선하는 동안 손을 든 채 앉아 있다.
아울러 자유 선단 연합은 미리 촬영해 둔 영상도 공개했다. 영상 속 툰베리는 "만약 여러분이 이 영상을 보고 계신다면, 우리가 국제 해상에서 이스라엘 점령군 혹은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군대에 의해 저지당하고 납치되었다는 뜻"라고 말한다.
"저와 동료들이 가능한 한 빨리 석방되도록 모든 친구, 가족, 동지들이 스웨덴 정부에 압력을 넣어주길 바랍니다."
한편 이후 이스라엘 외무부는 탑승자 전원이 "안전하고 무사하다"면서 군인들이 이들에게 먹을 것과 물을 제공하는 영상도 공개했다.

자유 선단 연합은 6월 1일 이탈리아에서 출항한 매들린 호는 "이스라엘의 불법적이고 집단학살적인 봉쇄 조치에 전면 대항한, 인도주의적 구호 물자와 국제 인권 활동가들을 싣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외무부는 이에 대해 "얄팍한 수"라고 비난했다.
이스라엘 측은 집단학살 혐의에 대해 줄곧 부인해오고 있다.
지난 8일 이스라엘의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은 해상 봉쇄는 하마스로의 무기 밀반입을 막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한편 지난 2007년 하마스가 경쟁 집단을 몰아내고 가자 지구를 장악하자 이스라엘과 이집트는 가자 지구에 대한 육상, 해상, 항공 봉쇄를 단행했다. 하마스가 총선에서 승리한 지 1년 만의 일이었다.
그리고 올해 3월 2일,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에 대한 모든 인도적 지원 및 상업 물자의 반입을 금지했으며, 2주 후에는 군사 작전을 재개해 하마스와의 2개월간 휴전도 깨졌다.
이스라엘은 여전히 가자 지구에 억류된 인질 석방을 위한 압박이라고 주장했지만, UN은 식량 부족으로 인해 가자 주민 210만 명이 재앙적인 수준의 기아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그리고 3주 전,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 전역을 장악하고자 공세를 확대하는 한편 봉쇄를 부분적으로 완화해 "기본적인" 양의 식량 반입은 허용한다고 밝혔다.
현재 이스라엘은 미국과 자국이 지원하는 단체인 '가자 인도주의 재단(GHF)'을 통한 식량 분배를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 그러나 UN과 다른 구호 단체들은 해당 단체와 그 방식이 공정성, 독립성, 중립성이라는 인도주의 핵심 원칙을 위반한다며 협조하길 거부하고 있다.
지난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경계선을 넘어 이스라엘에 대한 전례 없는 공격을 감행해 약 1200명이 숨지고 251명이 인질로 잡혀가자 이에 대응해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서 군사 작전을 전개한 지 20개월째다.
가자 지구 내 하마스가 관리하는 보건부에 따르면 그 이후 가자 지구에서는 최소 5만4927명이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