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결전의 시간'… 트럼프, 우크라이나 평화 위해 푸틴과 회담 예정
미국과 러시아 고위 관계자들이 15일(현지시간)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회담을 앞두고 알래스카에 집결한다.
두 정상의 만남은 6년 만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는 핵심 대선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이번 회담에 나선다.
스스로 '세계 평화 중재자'라고 부르는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과의 개인적 관계를 활용해 다른 이들이 실패한 휴전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14일(현지시간) 그는 이번 회담이 성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25%"라고 평가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회담에서 배제됐으며, 자신이 없는 자리에서 이뤄지는 모든 합의는 의미가 없다고 전한 바 있다.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는 국제 언론이 몰려든 것 외에는 이번 고위급 회담이 임박했다는 기운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관광 성수기를 맞아 알래스카 자연을 즐기러 온 "하위 48개 주" 출신 휴가객들 사이로 기자들이 뒤섞여 있다.
두 정상의 회담은 인근 미군 기지에서 진행된다. 보안 우려와 함께 몇 시간에 불과한 짧은 회담 일정을 고려한 위치다.
이번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휴전 합의 시한을 제시한 날로부터 정확히 1주일 뒤 열린다. 트럼프는 시한 내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강력한 제재를 가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2022년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치열한 전쟁을 벌여온 키이우와 모스크바가 시한 전에 전투를 끝내는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은 처음부터 희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거래하는 국가들에 제재를 부과하겠다는 위협을 실제로 실행할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그럴 경우 중국과의 대규모 무역전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달 말 러시아산 석유를 수입한 인도에 대해 2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까지 밝혔다.
트럼프와 푸틴의 회담 소식이 전해진 지난주에 제재 시한 카운트다운은 사실상 중단됐고, 양측 모두 다음 수를 고민할 시간을 벌게 됐다.
이번 주 내내 미국의 정상회담 목표와 기대를 향한 접근 방식은 변화무쌍했다. 긍정적이었다가, 조심스럽게 변했고, 때로는 위협적인 태도까지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측이 전쟁 종전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매우 심각한 결과"가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의 입장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젤렌스키 대통령을 포함한 유럽 정상들과의 그룹 통화 이후 더 강경해졌다.
한편 트럼프가 '영토 교환'을 언급하자 우크라이나는 경계심을 보였으며, 백악관은 이번 회담을 '경청의 자리(listening exercise)'로 보고 소극적으로 임할 것이라고 시사했다.
러시아는 대부분 침묵을 유지했다. 전선 고착, 영토 교환 혹은 모스크바와 워싱턴 간 광물 거래설 등 각종 추측과 소문에 대해 일절 대응하지 않았다.
그 침묵에는 일관성이 있다. 이번 주 크렘린 당국자들이 입을 열 때마다 푸틴 대통령의 사실상 양보 없는 입장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전쟁이 끝날 조건으로 러시아가 현재 일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지역 (도네츠크와 루한스크(통칭 '돈바스'), 그리고 헤르손과 자포리자)에 대한 완전한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재차 밝혔다. 또 키이우가 군대 축소를 약속하고 서방 군사동맹인 나토에 가입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푸틴과 쌓아온 대체로 우호적인 관계가 전쟁 종식을 위한 합의를 이끌어내고, 세계 평화 중재자로서의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하는 듯하다.
이 사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직에 복귀한 뒤 세계 무대에서 무엇을 성취했는지를 가늠하는 핵심 질문으로 떠올랐다. 그는 국내 지지층을 만족시켜야 하는데, 많은 지지자들이 전쟁을 신속히 끝내고 미국을 값비싼 해외 분쟁에서 빼내겠다는 그의 공약을 보고 지지했다.
푸틴과의 정상회담(6년 만의 첫 대면)을 앞두고 미국은 그의 협상 방식이 그동안 실패한 전쟁 종식 시도와 달리 성과를 낼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미국 고위 당국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을 직접 만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비즈니스 감각을 내세우며 "첫 2분 안에… 합의가 가능한지 아닌지를 정확히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유럽은 양측 사이에 끼인 난처한 처지에 놓였고, 15일(현지시간) 회담에서도 배제됐다.
지난 1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의 막판 통화에서 유럽 지도자들은 일단 알래스카에 가면 미국 대통령이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해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보였다.
우크라이나와 마찬가지로 유럽도 격동의 몇 달을 보냈다.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기억에 남을 설전을 벌였고, 이후 키이우에 대한 군사 지원을 일시 중단했다. 이는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과는 뚜렷이 다른 태도였다.
15일 회담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역시 배제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신이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트럼프와 푸틴이 합의하는 것은 '죽은 결정'에 불과하다고 반발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번 미·러 회담이 양자 회담으로만 진행될 것이 분명해졌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를 유지하려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던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에 "일부 영토 교환이나 변경"이 필요하다고 가볍게 언급하자 개입해야 한다고 느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돈바스를 포기하지 않는다. 그럴 수 없다"고 화가 섞인 듯한 어조로 말했다. 이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잠재적인 영토 양보에 대한 추측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이었다.
그는 "사람들이 모두 처음 부분을 잊고 있다. 우리의 영토는 불법 점령 상태다. 러시아에게 돈바스는 앞으로의 새로운 공격을 위한 교두보다"라고 강조하며, 이 지역을 포기하는 것은 "자국 땅에서 또 다른 분쟁을 위한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많은 우크라이나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국민을 파괴하려 한다고 확신하며, 러시아에 대한 어떤 양보도 가까운 미래에 재발할 수 있고 치명적인 공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그는 줄곧 트럼프와 푸틴이 만나는 자리에 자신도 함께 하길 요구해왔다. 15일 정상회담에서는 성사되지 않지만, 미국 대통령은 회담 직후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결과를 곧바로 알리겠다고 약속했으며, 가까운 시일 내 "신속한" 3자 회담을 추진 중임을 시사했다.
푸틴 대통령이 그러한 회담에서 얻을 것이 무엇인지는 불분명하다. 크렘린은 푸틴과 젤렌스키가 만날 이유는 협상이 훨씬 더 진전된 이후에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그 목표가 실현되기까지는 여전히 먼 길이 남아 있다. 타티아나 스타노바야 분석가는 "푸틴의 궁극적인 목표는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중립화'를 달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엇이 진정 걸려 있는지를 전달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사람들은 종종 푸틴이 그렇게 많은 것을 원할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가 그것을 진지하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불행히도, 그는 그렇다"고 덧붙였다.
알래스카 정상회담을 앞둔 열띤 준비 과정은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해결 방안이 여전히 변동 가능성이 있는 반면, 푸틴 대통령의 입장은 그렇지 않음을 보여줬다.
알래스카는 두 정상에게 만남의 무대를 마련하지만, 협상 테이블에서 접점을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