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은 왜 지금 서안 지구에서 최대 규모의 군사작전을 시작했나?
이스라엘군이 지난 29일(현지시간) 점령한 요르단강 서안 지구에서 펼친 군사 작전으로 팔레스타인인 최소 9명이 숨졌다.
이스라엘은 ‘대테러 작전’이라는 이름으로 서안 지구 내 도시 4곳에 병력을 투입했다.
이번 작전은 지난 20년간 이스라엘이 서안 지구에서 벌인 작전 중 최대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안 지구’는 어디이고, 누가 통제하나?
서안 지구는 요르단강 서쪽과 예루살렘 동쪽에 자리한 지역이다.
‘팔레스타인 중앙 통계청’에 따르면 서안 지구에는 약 320만 명이 살고 있다.
대부분 팔레스타인인이지만, 국제법상 불법으로 규정된 정착촌에 사는 유대인들도 많다.
현대 이스라엘의 건국자들은 1947년 대부분의 서안 지구가 향후 팔레스타인 국가의 일부가 된다는 것에 동의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아랍 국가들로부터 공격받은 이후 이를 따르지 않기로 했다.
휴전 이후인 1950년, 요르단이 이 지역을 점령했다. 그러던 1967년, 이스라엘은 제3차 중동 전쟁(6일 전쟁) 중 이 지역을 점령하고 군사 점령지로 편입시켰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이스라엘은 이 지역에 정착촌을 건설하며 많은 아랍인들의 분노와 국제 사회의 항의를 촉발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1987~1993년, 2000~2005년 서안 지구에서 봉기를 일으킨 바 있다.
1988년 요르단은 서안 지구에 대한 영유권을 포기했다. 1993년 ‘오슬로 협정’ 이후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가 서안 지구 일부를 관할하고 있으며, 나머지 지역은 이스라엘이 직접 통제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인 모두 서안 지구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수십 년간 이어진 협상에도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 이스라엘, 요르단강 서안 지구 공격 … 민간인 노렸나
- 이스라엘 군사 작전 이후 … 폐허가 된 서안지구 제닌으로 돌아온 팔레스타인인들
- 이스라엘군, 요르단강 서안 난민촌서 대규모 군사 작전 벌여
서안지구에서 이스라엘이 군사 작전을 펼친 곳은 어디이며, 그 이유는?
이스라엘군은 서안 지구 내 점령지 중 제닌, 툴캄, 나블루스, 투바스 및 인근의 난민촌 등 팔레스타인 도시 최소 4곳을 동시에 습격했다.
팔레스타인 언론에 따르면 제닌으로 통하는 주요 도로가 폐쇄됐으며, 제닌의 난민촌에서는 무력 충돌이 보도됐다고 한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대규모 병력”이 해당 도시에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팔레스타인 소식통은 이스라엘군이 새벽 시간 제닌의 한 병원에 진입했으며, 툴캄 소재 병원 2곳의 접근을 차단했다고 말했다.
나블루스의 경우 이스라엘군의 공격이 이곳의 난민촌 2곳에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투바스 인근 ‘파르아’ 난민촌에서는 이스라엘의 무인기로 추정되는 공습으로 부상자가 발생했으며, 이스라엘 병력은 그곳의 적신월사 의료 센터에 진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 관료들은 팔레스타인인 9명이 살해됐으며, 이들은 “무장한 테러리스트”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군이 툴캄의 ‘누르 샴스’ 난민촌을 포위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곳 거주자는 “여러 곳에서 충돌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거주자는 난민촌을 빠져나가는 모든 사람의 신분증을 검사하고자 이스라엘군이 도로를 봉쇄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자국군(IDF)이 “제닌과 툴캄 지역의 난민촌에 자리한 이란-이슬람 테러 인프라를 해체하고자 이곳에서 전력을 다해 작전을 전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다브 쇼샤니 이스라엘 육군 대변인은 제닌과 툴캄에 투입된 병력은 민간인에 대한 공격을 막고자 “첩보에 기반한 대테러 작전”을 수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를 공격한 이후 이스라엘은 거의 매일 서안지구 전역에서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군사 작전에 대한 팔레스타인 측 반응은?
서안 지구의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국제 사회에 제닌, 툴캄, 투바스 소재 의료 기관을 보호해달라고 촉구했다.
오늘 아침 발표한 성명서에서 보건부는 “국제 사회와 적십자사”에 도움을 요청하는 한편, 이스라엘군이 구급차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으며, 이는 “명백한 인도주의 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비난했다.
보건부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제닌 소재 이븐시나 병원으로 통하는 도로를 폐쇄했으며, 칼릴 술레이만 병원과 적신월사 및 프렌즈 오브 팔레스타인 본부 건물을 포위했다고 한다.
팔레스타인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 수반은 서안지구의 상황을 지켜보고자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일정을 서둘러 끝냈다.
국제 사회의 반응은?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점령된 서안 지구 내 이스라엘 보안군의 “점점 더 증가하는 군사적 대응”을 비난했다.
OHCHR은 이스라엘군이 최근 서안 지구에서 벌인 작전은 “국제법을 위반하고, 이미 심각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위험이 있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OHCHR은 성명서를 통해 “서안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IDF와 무장 팔레스타인인 사이의 폭력은 국제 인도주의 법상 무력 충돌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서안 지구에서의 무력 사용 시 반드시 인권 규범을 준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주 UN은 지난해 10월 7일 이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서안 지구에서 어린이 26명을 포함해 팔레스타인인 128명이 사망했다고 밝힌 바 있다. 같은 기간 이스라엘 정착민에 의해 살해당한 11명을 포함해 동예루살렘 등 서안지구에서 숨진 팔레스타인인은 총 607명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서안 지구 난민촌에서는 어떤 문제가 쌓이고 있었나?
서안 지구에는 여러 난민촌이 존재하며, 현재 이스라엘의 영토가 된 고향에서 떠나온 팔레스타인인 수만 명이 이곳에 살고 있다.
이곳은 빈곤율과 실업률이 높으며, 특히 청년들의 상황이 심각하다.
폴 애덤스 BBC의 외교 전문기자는 이들과 특히 제닌 소재 난민촌이 수많은 새로운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의 거점이 됐다면서, 이번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은 이들을 무너뜨리기 위한 시도였다고 설명한다.
애덤스 기자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란이 최대한 많은 곳에서 이스라엘을 압박하고자 서안 지구 내 새로운 무장 단체 설립을 돕고 이들에게 자금과 무기를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