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피해를 키우는 7가지 요인

지난 28일(현지시간) 미얀마에서 규모 7.7의 강력한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사망자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미얀마 군 소식통에 따르면 최소 1700명이 사망하고 수천 명이 다쳤다.
접경국인 태국의 사상자 수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공개된 사진 및 영상 자료 속 건물과 도로들이 크게 파괴되었으며, 태국의 수도 방콕에서는 건설 중이던 30층짜리 고층 건물이 붕괴했다.
한편 201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규모 7.1의 지진이 발생했으나, 단 1명의 사망자도 없었으며 기반시설도 큰 피해를 보지 않았다.
지진의 인명 및 경제적 피해 규모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 중 가장 결정적인 몇 가지를 살펴봤다.

규모 및 지속 시간
지진의 강도는 보통 '모멘트 규모(Mw)'로 측정된다. 이보다 더 잘 알려진 '리히터 규모'를 대체한 척도로, 리히터 규모는 현재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모멘트 규모의 숫자는 단층선이 이동한 거리와 이 단층선을 움직인 힘을 종합해 산출한다.
2.5 이하일 경우 대부분의 사람은 느낄 수 없으나, 지진계에는 기록된다. 최대 5의 지진은 몸으로도 느껴지며, 경미한 피해를 유발하기도 한다.
올해 초 발생한 티베트에서 발생한 규모 7.1의 지진도, 지난 2023년 2월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를 덮친 지진도 규모 7.8로 모두 '강진(major)'이었다.
규모 8 이상은 '대(great)지진'로 분류되며, 이 같은 지진은 진앙 주위를 완전히 파괴할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일 수 있다.

한편 지진의 규모뿐만 아니라 지진으로 인한 흔들림이 지속되는 시간도 피해 규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진 연구소인 '태평양 북서부 지진 네트워크(PSNS)'는 "작은 지진의 흔들림은 일반적으로 몇 초간 지속되지만, 2004년 남아시아 대지진과 같은 중대형 지진으로 인한 강한 흔들림은 몇 분 동안이나 지속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진앙 깊이
그러나 지진의 규모만 중요한 것도 아니다. 지진이 시작되는 진앙의 위치도 중요하다.
일례로 2023년 모로코 지진의 경우 진앙은 지표 아래 약 18km 아래 지점이었다. 이는 에베레스트산 높이의 약 2배에 해당하는 깊이이나, 지질학적 기준으로는 그리 깊지 않다.
영국 포츠머스 대학교에서 화산학과 지질학을 연구하는 카르멘 솔라나 박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미얀마) 지진의 진앙도 비교적 얕았다. 즉 에너지와 충격을 분산시킬 만한 공간적 여유가 별로 없었고, 이에 진동과 흔들림이 매우 강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2023년 9월 인도네시아의 외딴 북말루쿠주를 강타한 규모 6.2의 지진은 진앙의 깊이가 168km에 달했는데, 당시 사망자는 보고된 바 없다.

하루 중 발생 시간대
모로코 중부를 강타한 지진의 경우 현지 시각으로 오후 11시 11분에 발생했다. 이러한 발생 시간대 또한 피해 규모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솔라나 박사는 "주민들이 자고 있는 시간에 수많은 건물이 파괴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통 지진 발생 중 사망 원인은 건물 붕괴가 많다. 지질학자들은 "지진은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 건물이 사람을 죽인다"고 말한다.
따라서 실내에 있는 사람이 적은 한낮에 발생하는 지진은 일반적으로 사망자 수가 더 낮다.
건물의 내진 설계
현대 건축 기술로는 가장 심한 지진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진을 견딜 수 있는 건물을 지을 수 있다. 건물이 지진 시 견디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지진 에너지를 흡수해야 한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세계에서 지진이 가장 자주 발생하는 국가인 일본은 잘 견디는 건물을 짓고자 적극적으로 노력해왔다.
도쿄대학교에서 구조공학을 연구하는 준 사토 부교수는 "구조물이 (지진으로 인한) 모든 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으면 붕괴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바로 '면진'이다. 진동을 견디고자 건물과 같은 구조물을 지반에서 분리하여 베어링이나 충격 흡수 장치(때로는 약 30~50cm 두께의 고무 블록처럼 단순한 형태) 위에 짓는 방식이다.
그러나 건물 기초 부분을 이렇게 짓는 방식은 가격이 비싸다.
아울러 건물 건설에 투입되는 예산 규모나 자재 등은 전 세계적으로 무척 다양하다. 일례로 모로코 내에서도 지진 피해가 가장 심했던 외딴 지역의 경우 진흙 벽돌로 지은 건물이 많았다. 이러한 자재의 건물은 강진에 견디기 힘들다.
아울러 실내에 더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는 고층 건물이라면 지진으로 무너질 경우 더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한편 2023년 2월 지진으로 수많은 건물이 붕괴되면서 튀르키예 내에서는 부실한 건축 기준에 대한 비판이 일었다. 특히 건축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던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비록 당시 지진 자체가 강력하긴 했으나 규정대로 제대로 지어졌더라면 견뎌냈을 것이라 말한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비상 계획 및 대응 전문가인 데이비드 알렉산더 교수는 "해당 지진의 경우 최대 강도가 매우 강력하긴 했으나, (규정대로) 잘 지어진 건물을 무너뜨릴 정도는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진도가 최대치보다 낮았기에 무너진 건물 수천 채 중 거의 대부분이 합리적으로 기대할 만한 내진 설계 기준을 따르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인구 밀도
2021년 7월 미국 알래스카주 반도 근처에서 규모 8.2의 강진이 발생했으나, 아마 대부분 이에 대해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이 치그닉 지진은 미국 역사상 7번째로 큰 규모의 지진으로 알려져 있으나, 사망이나 부상자가 전혀 없었다. 주요 인구 밀집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그것도 비교적 깊은 곳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반면 2010년 1월에 발생한 진도 7.0의 아이티 지진의 경우 25만 명 이상이 사망하고, 약 30만 명이 다쳤으며, 150만 명 이상이 집을 잃었을 정도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컸다.
당시 수도 포르토프랭스가 지진의 피해를 고스란히 받았는데, 인구 밀도가 매우 높다는(1㎢당 2만7000명 이상) 점 또한 피해 규모를 키운 원인 중 하나로 손꼽힌다.
토양 유형
우리의 지진 생존 확률은 사실 발 밑 지반이 얼마나 단단한지에 따라서도 크게 달라진다.
USGS에 따르면 만약 토양이 물에 젖은 퇴적물로 느슨하게 채워진 상태라면 지진 발생 시 지표면이 강한 흔들림을 견디지 못하고 액상화된다.
액상화란 말 그대로 본래 고체였던 물질이 액체처럼 움직이는 현상으로, 토양 액상화 현상이 일어나면 파괴 규모가 커진다. 1964년 일본 니가타 지진 당시가 그랬다.
반면, 2023년 튀르키예 지진 당시, 5만 명 이상이 숨졌으나 진앙에서 고작 약 80km밖에 떨어지지 않은 에르진 지역은 거의 피해를 보지 않았다.
주변 다른 지역이 무너져 평평해졌음에도 이곳 마을 주민 중에는 숨진 이도 없었으며, 무너진 건물도 없었다.
지질학자들에 따르면 에르진의 지반은 충격파를 흡수할 수 있는 암반으로 단단하기에 안전할 수 있었다.
대비 및 수습 방식

한편 자연재해에 미리 대비하는 자세는 인명피해를 줄이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일본의 학교들은 1년에 2차례 지진 훈련을 실시하며, 아이들은 집이나 차량 혹은 야외에 있다가 지진이 발생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배운다.
대만의 경우 비상대응팀의 역량을 점검하고자 전국적인 지진 비상 훈련을 진행한다.
그러나 다른 여러 국가, 특히 지진이 그리 잦지 않은 나라에서는 그렇지 않다.
튀르키예 지진 당시 10일이 넘도록 잔해에 매몰되어 있다 구조된 이들도 있으나, 지진 발생 후 건물이 무너지면 다수가 부상을 당하거나 매몰되고 그리 오래 견디지 못한다. 그렇기에 비상 대응의 속도와 규모도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교통 인프라와 이를 복구할 수 있는 능력도 매우 중요하다. 2023년 지진 피해를 입은 모로코의 외딴 지역에서는 몇 안 되는 도로 중 상당수가 무너진 토사와 건물 잔해로 막혔으며, 이에 여러 마을에서 구조대가 거의 혹은 전혀 도착할 수 없었다는 불만이 이어졌다.
아울러 모로코 정부에 대해서는 일부 국제 사회의 지원 요청을 빠르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지체했다는 비난이 제기되었다.
2차 피해
한편 건물 붕괴만이 지진 발생 시 유일한 사망 원인은 아니다.
해저에서 발생한 지진은 치명적인 쓰나미를 일으킬 수 있어 해안가 주민들은 이러한 지진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2004년 수마트라섬 끝 반다아체 인근 인도양 해저에서 발생한 규모 9.1의 대지진은 쓰나미를 일으켰다.
지진으로 땅이 뒤흔들린 뒤 거대한 파도가 덮치면서 십여 개국에서 약 23만 명이 사망했다. 쓰나미가 너무나도 강력해 인도양 반대편에 있는 먼 아프리카에서도 사망자가 발생했다.
아울러 언덕이 많은 지역이라면 지진으로 인해 산사태가 발생해 민가가 매몰되거나 구조 작업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
2015년 네팔에서는 강력한 지진이 발생해 거의 9000명 가까이 숨진 바 있다. 지질학자들에 따르면 당시 지진으로 인해 피해 지역에서는 산사태 약 3000건이 발생했다.

190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진의 경우 지반이 심하게 흔들린 건 약 20~25초에 불과했으나, 그 뒤에 덮친 파도가 도시의 가스관과 수도관을 파열시켰다.
이로인해 가스가 누출되면서 여러 곳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물도 부족해 화재 진압이 지연되면서 약 3000명이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