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 오염은 어떻게 측정하고, 어느 정도면 인체에 해로울까?
인도 수도 뉴델리 및 인근 도시들은 지난 몇 주간 대기 중에 유독성 물질이 부유하고 시야가 제한되는 상황에 경험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안전 기준치의 30~35배에 달하는 대기 오염이 덮친 것이다.
나사(NASA)의 위성 사진이 인도 북부와 파키스탄 상공을 장악한 짙은 스모그를 포착했다. 몇 주째 이 지역에서 항공편의 지연 및 결항을 초래해온 스모그였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대기질 지수(Air Quality Index, AQI) 측정 기업인 ‘아이큐에어’에 따르면, 뉴델리는 2023년 전 세계 수도 중 가장 대기 오염이 심했다. 국가별로는 인도가 방글라데시와 파키스탄에 이어 세 번째로 오염이 심한 국가로 평가됐다.
인도에서는 해마다 겨울철인 10월부터 1월에 대기 오염이 급증한다. 낮은 기온과 연기, 먼지, 느린 바람, 차량 배기가스, 농작물 그루터기 태우기 등이 원인이다.
현재 인도의 상황이 심각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기 오염은 비단 인도만의 문제는 아니다. WHO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99%가 질이 낮은 공기를 마시고 있다. 저소득 및 중간 소득 수준 국가는 오염된 공기에 특히 더 많이 노출되어 있다.
UN은 해마다 대기 오염으로 인해 조기 사망하는 사례가 7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기 오염은 어떻게 측정할까? 그리고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어떻게 측정하나?
대기 오염 물질은 차량과 요리 등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인간 활동과 먼지 폭풍, 산불, 화산과 같은 자연 활동에서 나온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대기질 관측장비는 센서를 통해 특정한 오염 물질을 감지한다. 장비에 따라 레이저로 미세먼지 밀도를 측정하는 것도 있고, 위성 사진으로 지구가 반사하거나 방출하는 에너지를 평가하는 장비도 있다.
인체와 환경에 영향을 주는 대기 오염 물질에는 PM2.5(초미세먼지), PM10(미세먼지), 지표 오존, 이산화질소, 이산화황 등이 있다.
이중 PM2.5는 크기가 2.5마이크로미터 이하인 입자를 뜻하는데, 이 입자가 혈류로 유입되면 여러가지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5가지 주요 대기 오염 물질의 농도는 대기질 지수(AQI)로 표시한다.
표시는 0(완벽한 공기)에서 500(공중 보건에 즉각적인 위험)까지 숫자의 값으로 이루어진다.
AQI의 목적은 이를 통해 대기가 얼마나 깨끗한지 또는 오염되었는지 알려주는 것이다. 또한 오염된 공기에 노출된 후 몇 시간 또는 며칠 내에 일어날 수 있는 잠재적 건강 영향도 경고해 준다.
UNEP에 따르면, AQI는 정부 기관 자료와 크라우드 소싱, 위성을 사용해 확보한 측정값을 결합하여 만든다.
2021년에는 UNEP와 파트너인 아이큐에어가 117개국 6475개 관측 장비에서 검증된 측정값을 활용해 최초의 실시간 대기오염 노출 계산기를 만들기도 했다.
이 계산기는 가장 위험한 대기 오염 물질인 PM2.5 수치를 우선적으로 측정하고, AI를 활용해 시간 단위로 대기 오염에 노출된 인구수를 계산한다.
대기질 지수(AQI) 지표는 대기의 다섯 가지 주요 오염물질 농도를 측정한다.
AQI 척도는 0(완벽한 공기)에서 500(공중 보건에 즉각적 위험)의 범위 안에서 표시되며, 공기가 얼마나 깨끗하거나 오염되었는지를 나타내고 노출 후 몇 시간이나 며칠 내에 느낄 수 있는 잠재적인 건강 영향을 설명한다.
아르멘 아라라디안 아이큐에어 대변인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AQI는 복잡한 대기질 데이터를 행동 가능한 정보로 간략화해 공중 보건을 보호하는 소통 도구다"라고 말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대기질 데이터베이스는 정부, 대중 소스, 위성 모니터로부터 수집된 데이터를 정확히 결합해 AQI 수치를 제공했다고 전했다. 데이터는 '신뢰성과 측정된 오염 유형'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받는다고 유엔 기관은 설명했다.
2021년 UNEP와 아이큐에어는 117개국에 있는 6475개의 모니터로부터 확인된 데이터를 결합한 최초의 실시간 대기오염 노출 계산기를 출시했다. 이 데이터베이스는 가장 위험한 대기 오염물질인 PM2.5의 수치를 우선적으로 측정하며,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매시간 대기오염에 대한 인구 노출을 계산했다.
아이큐에어의 아라라디안은 "전 세계적으로 PM2.5가 AQI를 주도하는 주요 오염물질인 경우가 많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다. PM2.5 수준이 증가하면, 노인, 어린이, 호흡기 및 심혈관 질환자와 같은 취약 계층이 먼저 영향을 받는다"라고 말했다.
"수치가 계속 상승하면, 더 넓은 인구가 건강에 영향을 받을 위험에 노출되며, 취약 계층에서 더 심각한 건강 결과의 위험이 증가한다."
아라라디안은 특정 도시의 AQI 수치가 해당 지역 전체의 대기질을 반드시 대표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대기질 지수는 특정 모니터링 스테이션에서 측정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특히 번잡한 도로나 산업 지대와 같이 국지적으로 대기질이 크게 다른 곳을 포착하지 못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도시 전역의 다양한 지역에서 대기오염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려면 "견고한 모니터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고 덧붙였다.
인간에게 해로운 대기 오염 수준은?
WHO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AQI가 100 미만인 대기는 마셔도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반면 400~500 범위에 있는 대기는 “심각”한 오염 상태로 간주된다.
아이큐에어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뉴델리 각처에서 AQI가 500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노이다와 구르가온과 같은 위성 도시 역시 500에 가까운 수치가 집계됐다.
UNEP는 2021년 보고서에서 전 세계 국가 중 37%가 대기질 관측에 대한 법적 요건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이에 전문가들은 여러 국가에서 대기질 관측이 엄격하지 이루어지지 않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UNEP는 “정부는 대기질 관측에 대한 법적 요건을 법안으로 만들고, 자료의 정확도를 개선하기 위한 인프라에 투자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기 오염으로 인해 생기는 질병은?
WHO에 따르면, 공기 중의 미세먼지나 여러 오염 물질은 기도와 폐에 염증을 일으키고 면역 체계를 손상시키며 혈액의 산소 운반 능력을 감소시킬 수 있다.
이러한 오염 물질에 노출되면 특히 어린이, 노인 및 저소득층과 같은 취약 계층에서는 호흡기 감염, 심장병, 뇌졸중 및 폐암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오염 물질 중에 오존은 천식을 악화시킨다. 이산화질소와 이산화황은 천식과 기관지 증상, 폐 염증, 폐 기능 저하를 유발한다.
WHO는 공기의 질이 나쁘면 사산이나 유산, 인지 장애 및 치매와 같은 신경 질환의 위험도 올라간다고 말한다.
현재 전 세계에서 대기 오염으로 인한 연간 사망자 수는 7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중 실외 오염 사망자가 420만 명, 나무나 숯을 태우는 등의 실내 오염 사망자가 380만 명 정도라고 한다.
WHO에 따르면, 이러한 사망 사례 중 약 85%가 심장병, 뇌졸중, 폐암, 천식, 만성 폐쇄성 폐질환, 당뇨병 등 비전염성 질환(NCD)과 연관된다. 대기오염이 담배에 이어 전 세계적으로 NCD의 두 번째 주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UN은 실외 대기 오염으로 인한 사망의 90%가 저소득 및 중간 소득 국가에서 발생한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플랫폼인 ‘로컬서클’이 뉴델리와 인근 도시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가정의 81%에서 지난 3주 동안 가족 중 한 명 이상이 공해로 인해 건강 이상을 경험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뉴델리 당국에서도 석탄과 장작을 사용하는 모든 활동과 비응급 서비스를 위한 디젤 발전기 사용을 금지하는 ‘대응 행동 계획’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 마저도 건강을 해칠 정도로 도시의 대기가 오염되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현재 시 당국은 주민들에게 가능한 한 실외로 나오지 말고, 이동을 할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배기가스를 줄여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대기 오염이 가장 심한 곳과 대기 상황이 가장 좋은 곳은?
아이큐에어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방글라데시와 파키스탄, 인도, 타지키스탄, 부르키나파소, 이라크, 아랍에미리트, 네팔, 이집트, 콩고민주공화국 등이 대기 오염이 심각한 국가였다.
반면, 공기가 깨끗한 국가는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와 모리셔스, 아이슬란드, 그레나다, 버뮤다, 뉴질랜드, 호주, 에스토니아, 핀란드, 스웨덴 순으로 집계됐다.
이 순위는 연평균 PM2.5의 농도(μg/m³)를 기준으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