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와 불확실성'...마두로 없는 미래를 마주한 베네수엘라인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체포된 지 며칠이 지난 현재, 새로운 현실이 자리 잡기 시작하며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불확실한 미래를 받아들이고 있다.
수도 카라카스에 거주하는 학생 마르셀로는 마두로 체포를 환영하는 이들 중 하나이나, 공개적으로 드러내지는 않는다.
마르셀로는 BBC 월드 서비스와의 인터뷰에서 "마두로의 측근들이 여전히 권력을 잡고 있기 때문에 집 밖에서 공개적으로 축하하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베네수엘라 국민 대다수가 이번 일에 매우 기뻐한다는 점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만이 이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BBC는 최근 사태에 대한 생각과 향후 상황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물었다. 마두로 정부에 반대하는 많은 이들이 신변 안전을 우려해 익명을 요청했다.
한편 여전히 마두로를 지지하는 이들도 있다. 로사 콘트레라스(57)는 미국의 행동에 "굴욕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들이 너무나도 쉽게 우리 대통령을 데려가는 듯했다"는 것이다.
베네수엘라 지도자인 마두로와 그의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가 카라카스 소재 자택에서 체포돼 마약과 무기 밀매 혐의를 받고 있는 미국으로 송환되는 작전 과정에서 수십 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쿠바 정부는 사망자 중 32명이 자국 보안군 소속이라고 밝혔다.
마두로 부부가 미군에 체포된 직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향후 상황은 여전히 불분명한 상태다. 마두로 정권에서 부통령이었던 델시 로드리게스가 임시 대통령으로 취임한 상태다. 마두로의 반대파이기는커녕 오히려 그의 최측근이었던 인물이다.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임시 대통령으로 지명된 이후, 현지에서는 경찰이 거리 순찰을 하고 있으며, 언론인들이 구금되고 있다.
마두로의 석방을 요구하는 집회에서 BBC가 만난 콘트레라스는 마두로가 미국에 도착한 후 손을 흔드는 모습에 감명받아 자신도 거리에 나와 그에 대한 지지 의사를 드러내게 됐다고 말했다.
콘트레라스는 "그의 태도는 우리에게 '내가 여기 서 있다면, 여러분도 여기 서서 당당히 버티고 계속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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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마르셀로 또한 마두로가 미국의 작전 도중에 죽지 않았다는 점에 기뻐한다. 그러나 그 이유는 다르다.
"우리는 그가 남은 평생을 감옥에서 살길 바라기" 때문이다.
마두로 집권 아래 악화한 정치적, 경제적 위기로 인해 최근 몇 년간 수백만 명이 베네수엘라를 떠났다. 하지만 마르셀로는 마두로의 몰락으로 정권이 바뀌게 되고, 차베스주의(마두로의 전임자 우고 차베스의 이름을 딴 사회주의 정치 운동)가 종식된다면 해외에 있는 자신의 친구들은 돌아온다고 했다.
그는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운영하며 경제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안정적인 상태로 전환할 수 있다면,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더라도 모두가 괜찮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서부 마라카이보 출신 60대 야권 활동가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작전으로 인한 인명 손실에 애도하면서도, 마두로가 체포 및 구금된 점은 기쁘다고 했다.
"그들이 데려간 그 자는 나쁜 짓을 많이 했다. 우리는 그들이 그 자를 데려가 기쁘다"는 설명이다.
이어 차베스주의하에서 식량과 의약품이 부족해 수많은 이들이 고통받거나 숨졌다고 덧붙였다.
마사지사로 일하는 33세 여성은 BBC에 마두로 정권에 대해 "국민에게는 찌꺼기만 주고 자신들만의 잔치를 벌였다"고 비난했다.
이어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도 지지하지는 않지만, "정권 전환을 위해 치러야 할 대가라면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한편 BBC가 만나본 이들 모두 향후 상황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적인 군사 공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 사회 복지 분야에서 일하는 겔렌 코레아(50)는 추가 군사 행동 가능성에 대해 저항하는 태도를 보였다.
"(베네수엘라) 국민은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 나는 맞서 싸울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다.
코레아는 만약 2번째 지상 공격이 있을 경우 미국에 맞서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철저히 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국민들은 마두로가 체포됐다고 과연 사회가 크게 달라질지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호세(50)는 "그들이 지도자는 몰아냈지만, 정권은 그대로다. 그렇기에 실제로 달라진 건 없다"고 했다.
카라카스 출신 한 남성은 베네수엘라에서 인기 있는 음식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옥수숫가루 1kg 가격이 약 3배로 올랐다며 불평했으며, 마라카이보 출신인 또 다른 남성은 빵 가격이 약 30%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동부 시우다드과야나 출신 한 여성은 지난 이틀간 거리에서 사람도, 차도 보기 힘들다고 전했다.
"군인들이 거리에 보인다. 일부는 슈퍼마켓을 지키고 있다. 점주들이 절도, 강도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는 이 여성은 "저와 제 가족, 지인들 모두 밖에 나가기 두렵다"고 덧붙였다.
사업가인 34세 한 여성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2024년 7월 선거 이후와 마찬가지로 보복 사태가 벌어지지는 않을지 두렵다고 했다.
당시 정부 충성파가 장악한 베네수엘라의 선거관리위원회는 마두로를 당선자로 선언했으나, 유럽연합(EU), 미국 및 여러 중남미 국가들은 승자는 야당 후보라는 야당 측 개표 결과를 근거로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 여성이 토로한 불안감은 근거 없지 않다. 최근 몇 년간 수많은 시위가 벌어졌으나, 마두로 정부에 충성하는 정부군과 준군사조직에 의해 탄압당했다.
이 여성은 "모든 골목마다 군인들이 있고, 정부를 지지하는 무장 민간인 집단들도 주민들에게 공포를 조장하고 있다"면서 시민들은 과연 평화가 찾아올지 확신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마사지사인 한 여성 역시 BBC에 현재 상황이 위험하다고 경고하며 "거리에도, 시민들의 집에도 공포가 가득하다"고 했다.
편집: 마크 시아(BBC 글로벌 저널리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