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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성관계를 제안하면서 호의를 베푼다고 생각했어요'

2024.11.14
홀리 그리더(26)는 만성 통증과 과운동 증후군을 앓고 있다
BBC News
홀리는 16살이 되던 해, 장애인도 성관계가 가능하냐는 질문을 들었다

홀리는 16살이 되던 해, 장애인도 성관계가 가능하냐는 질문을 들었다.

이후로 수년 동안 “거친 관계도 가능한지”, 휠체어를 탄 상태로 해야 하는지 등등 여러 질문을 받았다.

“사람들은 제게 호의를 베풀고 있다고 생각해요. 희생이라도 하는 것처럼 여기죠. 더 나쁜 점은, 제가 더 이상 충격을 받거나 공격받았다고 느끼지 않는다는 겁니다.”

홀리 그리더(26)는 만성 통증과 과운동 증후군을 앓고 있다. 홀리는 다른 장애 여성들과 함께 장애인의 데이트와 연인 관계에 대한 편견과 낙인에 맞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홀리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행복한 관계성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홀리는 십대 시절에 지금의 남편 제임스와 사귀기 시작했다. 올해 초 결혼해 9년째 함께하고 있다.

홀리는 “미디어에서 장애인의 삶은 주로 비참하게 다뤄진다. 우리는 그저 비극적 소재로 취급된다”고 말한다.

또한, 남편에게서는 항상 응원받는 기분이 들지만, 다른 사람들의 태도에서는 고정관념이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처음 동거를 시작했을 때, 주변에서는 제 건강이 나빠지면 남편이 저를 떠날 거라고 했어요.”

“부담스럽거나 감당하기 어려울 거라는 거였죠.”

홀리는 학교에 다닐 때 사람들이 특정한 편견을 갖고 있었고, 그런 편견을 직접 질문하기도 했다고 말한다.

Holly and James on their wedding day
RAM Photography & Film
홀리는 십대 시절에 만난 제임스와 9년째 함께하고 있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가장 먼저 듣는 질문은 항상 “성관계를 가질 수 있냐”는 거예요.”

홀리는 같은 반 남학생들이 개인적이고 사적인 부분을 질문했다고 털어놓았다.

“휠체어를 타야만 관계를 가질 수 있는지, 관절이 탈구되지는 않는지, 본인이 저와 거친 섹스를 하려면 가능한지, 그런 질문들이었죠.”

홀리는 SNS에서 성관계를 제안받기도 했다. 주로 홀리가 그런 제안들을 “행운”으로 여겨야 할 것처럼 적혀있었다.

홀리는 미디어가 성을 더 긍정적으로 다루길 바란다. 최근 접한 것 중에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에 나오는 ‘아이작 굿윈’ 캐릭터가 거의 유일한 사례였다.

니콜라는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어떻게 섹스를 하느냐’는 것이다
BBC News
니콜라는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어떻게 섹스를 하느냐’는 것이다

케어필리 출신의 니콜라 토마스(38)는 시각장애인으로 등록되어 있다.

니콜라는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어떻게 섹스를 하느냐’는 것이다. 말도 안 되게 사적이고 개인적인 질문”이라고 말한다.

니콜라는 자가면역질환인 시신경척수염을 앓고 있다. 15년 전 한쪽 눈의 시력을, 5년 전에는 나머지 눈의 시력을 잃었다.

“많은 사람들이 실명으로 인해 큰 장벽을 마주하죠. 저는 그 장벽을 허무는 사람이에요."

니콜라는 시력을 잃었을 당시 남자친구가 있었지만 이후 헤어졌다.

“저는 짐짝 취급을 받았어요. 주변에서는 남자친구에게 제 간병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는데, 저는 간병인이 필요하지 않았어요.”

지금은 시각 장애를 가진 남자친구와 만나고 있다.

“우리 둘 다 시각장애인이지만, 도시를 돌아다니거나 데이트를 할 때 스스로 길을 찾을 수 있어요. 아무것도 우리를 막을 수 없죠.”

니콜라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관심을 보일 때 고정관념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SNS에서 데이트 요청 메시지를 보내는데, 제가 시각장애인이라고 말하면 관심을 잃거나 행동이 바뀌어요.”

“마치 내게 호의를 베푸는 것처럼 대하죠. 그러면 바로 기분이 식어버려요.”

니콜라는 “사람들이 편견에 싸인 협소한 시선으로 우릴 바라본다. 그 편견을 깨고 싶다. 나는 충만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캣 왓킨스는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탐구하고 관계를 발전시킬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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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 왓킨스는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탐구하고 관계를 발전시킬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캣 왓킨스는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탐구하고 관계를 발전시킬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캣은 비영리단체 ‘웨일즈 장애인 협회’(Disability Wales)에서 정치 참여 프로젝트를 담당한다.

“왜 장애인에게 섹스와 관계 형성이 금기처럼 여겨질까요? 우리도 생계를 유지하고 지붕 덮인 집에서 사는 것 외에 더 많은 관심사가 있습니다.”

“자신의 삶을 살고 스스로 즐기는 것은 당연히 인생의 일부인데, 장애인에게는 이 부분이 충분히 조명되지 않습니다.”

캣은 장애 여성들이 어떤 메시지를 받았는지 들려주는 경우가 “슬프게도 너무 많다”고 말했다.

캣은 맞춤형 성인용품과 보조기구가 자신감 형성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며, 더 대중적인 성인용품 사이트와 매장에서 이런 제품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편안하게 느끼고 자신의 몸을 이해해야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자기애를 느끼는 것도 정말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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