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 루미 역 아덴 조, '제 외모를 싫어했습니다'
본 기사는 전 세계 곳곳의 특별한 인터뷰와 이야기를 전하는 BBC 월드 서비스의 '글로벌 여성' 시리즈의 일환입니다.
"저는 아시아인인 제 외모를 싫어했습니다. 푸른 눈에 금발 머리가 아니라는 게 싫었습니다. 왜냐하면 당시에는 그게 아름다움의 기준이었거든요."
미국 텍사스에서 한국인 이민자 부모의 장녀로 태어난 배우 아덴 조가 회상하는 어린 시절이다.
넷플릭스 인기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의 주인공 루미의 목소리를 맡은 그는 미국 사회에서 받아들여지고자 고군분투하며 자랐다.
악귀로부터 세상을 구해야만 하는 케이팝 여성 3인조의 여정을 담은 이 영화에서 루미는 반은 인간이고 반은 악령인 자신의 정체성을 결국 받아들이게 된다. 아덴은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특히 이 부분에 크게 공감했다.
"미국에서 태어난 나는 내가 미국인이라 느꼈지만, 사람들은 나를 미국인으로 대하지 않았다. 나는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여성으로서 내 정체성을 찾고자 노력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의 이 모든 어린 시절의 경험은 루미의 이야기와 겹치는 부분이 많다.
"솔직히 말해, 살면서 저 자신을 싫어한 순간이 많았습니다. 전 다른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어린 시절 무엇을 보고 자라는지가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되는지 형성하는데, 저는 저와 닮은 사람들을 거의 보고 자라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올해 6월 넷플릭스에 공개된 영화 케데헌은 단 2주 만에 시청 횟수 3300만 회를 기록하며 93개국 넷플릭스 차트 10위권에 진입했다.
아덴은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역사상 최초로 한국을 배경으로 한국계 배우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 영화에 출연한 경험은 "꿈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고 표현했다.
아울러 이 영화에 출연하면서 아덴은 어린시절 자신에게는 없었던, 아시아계 미국인 아이들이 동경할 수 있는 강력한 롤모델로 자리매김했다.
아덴은 많은 한국계 미국인들로부터 "정말 신선한 순간"이다, 처음으로 한국계라는 사실과 한국의 문화에 자부심을 느끼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케이팝이 진정 이 길을 닦았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한국의 뷰티 산업도 한국이 사랑받는 데 큰 영향을 미쳤지만, 이 영화가 결정적인 계기가 되며 이젠 모두가 한국을 방문하고 싶어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영화의 성공은 처음부터 보장된 것이 아니었다. 제작진은 "때로는 고난의 길을 마주한 듯한" 순간을 겪어야 했다고 한다.
아덴은 "이런 말을 해야 한다는 게 참 씁쓸하지만, 아시아인이 주도한 프로젝트에는 '위험하다'는 의견이 따라붙는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주인공 목소리 역할을 맡게 되었을 때, 이 영화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을 직접 만나고자 노력했다.
한편 이 영화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추방 정책의 일환으로 미국에서 이민자 단속이 강화되고, 또 여러 주에서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잇따르던 시기에 공개되었다.
아덴은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 이민자들이야말로 지금의 미국을 지금의 모습으로 만든 사람들"이라며 "마음이 아프고, 실망스럽다"고 했다.
한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입양아를 포함해 최대 15만 명의 서류 미비 한국인 이민자들이 추방될 수 있다.
아덴은 성인이 되어 생각해보니 어릴 적 겪었던 인종차별은 주로 교육 부족에서 기인한 것 같다고 했다. 당시 사람들은 한국인이라는 것이, 아시아인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무지했다.
"하지만 이제는 세상과 사람들의 인식이 높아져야 하는데, 때로는 지금의 상황이 절망적이라고 느껴질 때도 있다"고 한다.
그렇기에 더더욱 케데헌이 "이 모든 다양한 공동체에 희망과 기쁨, 사랑을" 불어넣어 줄 수 있어 매우 특별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아마도 그게 이 영화가 올여름을 대표하는 작품이 된 이유일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희망이 필요했고, 우리를 하나로 묶어줄 무언가가 필요했습니다."
한편 인공지능(AI) 기술의 발달은 현재 영화 산업의 큰 고민거리 중 하나로, 앞으로 케데헌 같은 영화 제작에 AI가 사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아덴은 자신도 이미 AI가 배우들의 목소리 복제 등에 사용되고 있음을 알고 있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인간이 창조한 예술을 추구하리라는 "인류에 대한 희망"을 잃고 싶지 않다고 했다.
"물론, AI 배우나 가수가 등장할 거라고 확신하고, 이미 존재한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우리의 목소리도 이미 복제하고 있지만, 사람들이 진짜인 것에 대한 존중, 바람, 사랑을 계속 품어주길 바랍니다."
영화 케데헌은 수록곡 중 무려 7곡이 빌보드 핫 100에 진입할 정도로 수록곡 또한 전 세계 음악 차트를 휩쓸었다. 팬아트가 쏟아지고 전 세계 관객들은 속편을 요구하고 있다.
아덴은 자신도 속편 제작 여부에 대해 속시윈하게 말하고 싶지만, 이 영화를 제작한 소니 픽처스 혹은 넷플릭스의 최종 결정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여러 소문이 돌고 있다는 것도 안다"는 그는 "그러니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속편이 나오지 않는다면 전 세계 사람들이 난리를 치지 않을까요"라며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