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활동 금지'에도 뉴진스는 왜 어도어로 돌아가지 않을까

"사회적으로 지금 상황이 저희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것 자체가 저희가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큰 용기를 내서 말을 꺼낸 거예요."
민지, 하니, 다니엘, 해린, 혜인이 소속사 분쟁에 대해 입을 열었다.
지난 22일 BBC는 서울의 한 연습실에서 뉴진스 멤버들을 만났다. 이들은 새로운 그룹명 'NJZ'로 선보인 신곡 'Pit Stop' 무대를 앞두고 있었다. 멤버들은 "지난 1년간 겪은 감정과 경험을 그대로 녹여낸 곡"이라고 소개했다.
한때 대형 기획사 소속으로 데뷔해 활동하던 멤버들은 소속사와의 갈등 끝에 그룹명을 바꾸고 독자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의 결정은 K팝 산업에서도 이례적인 움직임이었다.
그러나 지난 21일, 소속사 어도어가 낸 기획사 지위 보전 등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인용하면서 멤버들의 독자 활동에는 제동이 걸렸다. 멤버들은 법원의 판정에 대해 가처분 이의신청서를 제출하는 한편, 지난 23일 신곡을 발표한 자리에서는 "법원의 결정을 존중해서 잠시 모든 활동을 멈추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어도어는 "법원 결정에도 불구하고 '뉴진스'가 아닌 다른 이름으로 공연을 강행한 것과 일방적으로 활동 중단을 선언한 데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빠른 시간 안에 아티스트와 만나 미래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BBC와 진행한 가처분 결과 전, 후 두 번의 인터뷰에서 멤버들은 자신들이 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는지 그리고 무엇을 위해 계속 나아갈 것인지 밝혔다.

왜 여전히 어도어로 돌아가기 힘든가
어도어는 가처분 인용 결정 이후 "뉴진스 소속사 지위를 법적으로 확인받은 만큼, 아티스트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컴플렉스콘 공연을 공식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멤버들은 어도어가 홍콩 공연에 찾아 온다는 소식을 듣자 놀랐다고 전했다.
"정말 너무 놀랐어요. 우리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함께 일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는데도 상의 없이 또 우리를 찾아오겠다는 말에… 또 반복되는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민지는 "큰 정신적 고통을 받았는데, 그 회사로 돌아가서 다시 (힘든 일을) 감당해야 한다는 건 잔인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다니엘도 "우리를 보호하지 않는" 회사에 믿음을 잃었다고 전했다. 그는 "동정을 얻기 위해 이 싸움을 시작한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일을 제대로 해나가고 싶었을 뿐"인데 "거짓과 오해가 끊임없이 방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뉴진스 멤버들은 지난해 11월, 직장 내 괴롭힘과 신뢰 관계 훼손을 이유로 전속계약 해지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어도어 측은 "계약은 여전히 유효하며, 해지는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반박하며 멤버들의 복귀를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다.

'우리가 침묵하지 않은 이유'

하니는 직장 내 괴롭힘 조사의 일환으로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 출석한 바 있다. 출석한 이유에 대해 묻자 "쉽게 무시될 수 있는 문제였지만, 직접 이야기할 기회를 주셨다"며 "피하거나 숨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그리고 그는 "이 일이 단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직원들이 근무 환경에서 존중받아야 하는 문제와 연결된다고 생각했다"며 이 기회를 통해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출석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던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하니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라며 뉴진스 팬들이 제기한 민원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리며 종결 처리했다.
한편, 어도어 측은 해당 상황이 담긴 CCTV 영상과 하니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 나눈 메시지 내용을 지난 7일 가처분 신청 심문기일에 증거로 제시하며 "직장 내 괴롭힘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하니는 "어도어는 사건의 진실 전체가 아니라 자신들에게 유리한 일부 CCTV 영상만 공개"했고, 하니가 보낸 문자의 뜻을 왜곡해 "자기들에게 유리한 서사(narrative)를 만들고 있다"고 반박했다.
어도어는 "뉴진스 멤버 측의 문제 제기 당시 그들의 상황 설명에 기초하여 인사하는 장면을 따로 보존 조치했고, 그 외의 부분은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보존 가능한 기간이 경과된 이후에 자동으로 삭제됐다"고 반박했다.
어도어는 "하니에게 문자의 사실 관계에 대해 확인하는 과정이 있었냐"는 BBC의 질문에 "해당 문자 캡쳐본은 어도어가 별도로 입수한 것이 아닌, 뉴진스 멤버들이 가처분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한 자료이므로 신뢰성을 의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멤버 전원의 결정'
한편 데뷔 3년차에 불과한 어린 멤버들이 법적 책임을 회피하고 어른들의 입김에 의해 움직이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잇따랐다.
이에 하니는 지난 12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독자적인 활동은 "멤버 모두가 깊은 고민과 논의를 통해 내린 결정"이라며, 직접 자신들의 목소리를 낸 이유를 밝혔다.
"사람들은 쉽게 '쟤네는 아직 어려, 스스로 결정할 리가 없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저희가 어리다고 해서 상황을 덜 진지하게 받아들이거나, 덜 고민하고 있는 게 절대 아니예요. 멤버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친 후, 다섯 명 모두가 같은 뜻을 모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결정이었어요."
하니는 이어 "우리가 침묵했다면 하이브가 퍼뜨린 이야기나 언론 보도만이 사실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라며 "문제의 핵심이 흐려지고 우리가 한 말이 왜곡되는 상황을 그대로 둘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민지는 지금껏 용기를 내어 당당히 목소리를 냈지만 "우리가 긴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당연히 무섭기도 했다"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연 시점부터 수많은 판단과 평가가 쏟아질 걸 예상했다"며 "우리가 하는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얼마나 큰 책임이 따를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랑하는 일을 계속 하고 자신들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선택이 불가피 했다는 입장이다.
혜인 역시 "우리 인생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당연히 우리가 직접 나서는 게 맞다"며 멤버들의 주체성을 둘러싼 의혹을 일축했다.

'하루하루가 다큐멘터리…오늘 하루만 버티자'
뉴진스 멤버들은 기자회견을 직접 열고 법정 심문에도 전원 참석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이어진 법적 분쟁과 언론 보도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지난 12일 혜인은 BBC에 지난 1년간의 시간을 "하루하루가 마치 다큐멘터리를 찍는 기분이었다"고 표현했다.
그는 "당장 내일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르기 때문에 '오늘 하루만 버티자'라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렇게까지 고민이 가득한 나날을 보내야 하는지 의문이 들 때도 있었지만, 결국 스스로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한 과정이었고, 지금은 조금씩 괜찮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멤버 다니엘은 "사실 처음엔 모든 것을 조용히 감추려고만 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터질 것 같은 감정을 억누른 채 연습에 집중하려 했고, 팬들이 기다리는 무대에 서기 위해 상황을 외면하려고 했다"며 "돌아보니 오히려 그런 태도가 스스로를 더 힘들게 만들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이번 일을 겪으면서 감정을 용기 있게 말하는 방법을 배우고 자신과 팬, 그리고 세상을 더 넓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는 변화의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하니는 이번 경험을 겪으며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대해 토로하며 "어쩌면 더 이상 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지만, 그런 상황만큼은 절대 피하고 싶다"고 전했다.
그리고 또 다른 두려움으로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을 꼽았다. 그는 "스스로를 잃는 순간, 모든 것이 무너질 거라고 생각하지만 다행히 아직 자신을 잃지 않았다"며 "곁에 멤버들과 가족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뉴진스 멤버들은 이번 사건을 통해 서로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더욱 단단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저희는 다양한 의견을 듣고, 그 시점에서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 계속 고민했어요. 솔직히 저희가 내린 모든 선택이 완벽했던 건 아니에요. 세상의 모든 걸 아는 것도 아니고, 모든 문제를 다 이해하는 것도 아니에요. 다만 중요한 건 매 순간 최선의 결정을 내리려 노력했다는 거예요."

* 본 기사는 2025년 3월 26일 처음 발행되었습니다.
* BBC는 취재 과정 중 3월 19일 어도어 측에 질의서를 보냈으며 , 기사가 발행된 후 카카오톡 대화캡처본 내용에 대한 어도어 입장 답변을 받아 이를 반영하여 기사를 수정했습니다. (2025년 3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