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네비게이션 검색 본문 바로가기

스위스 스키 리조트 바에서 발생한 화재는 왜 그렇게 빠르게 확산했을까

2일 전
BBC Verify 로고가 있는 브랜드 이미지. 푸른색 테두리가 둘러진 사진 속에는 스위스 스키 리조트의 바에서 사람들이 스파클라가 부착된 샴페인 병을 들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는 화재가 발생하기 직전의 장면으로, 스파클라 바로 위 폼이 설치된 천장에는 작은 주황색 불꽃 자국이 보인다.
BBC

스위스 남부 크랑-몬타나의 한 스키 리조트 내 바에서 발생한 치명적인 새해 전야 화재 사건과 관련해 수사 당국은 불길이 그토록 빠르게 확산된 경위와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위스 수사 당국은 지난 2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르 콘스텔라시옹(Le Constellation)' 바 지하에서 발생한 화재가 샴페인 병에 부착된 스파클라(손에 들고 사용하는 막대형 불꽃놀이의 일종)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당시 이 스파클라들이 부착된 샴페인 병들이 "천장에 너무 가깝게" 들려져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소 40명의 사망자와 119명의 부상자(상당수는 중상)를 낸 이번 화재가 어떻게 그토록 맹렬한 기세로 번졌는지가 현재 조사의 핵심으로 떠올랐으며, 해당 업소의 안전 점검 기록 또한 주요 조사 대상에 올랐다.

BBC 검증팀은 생존자와 목격자가 촬영한 영상들을 분석하고, 화재 안전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무엇이 잘못됐는지 단서를 찾고 있다.

공중에 들어 올려진 스파클라가 부착된 병

온라인에서 널리 공유되고 있는 두 장의 강렬한 사진에는 사람들이 불이 붙은 스파클라가 꽂힌 샴페인 병을 머리 위로 치켜들고 있고 그 주변에 인파가 몰려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 중 한 사진에는 다섯 개의 병을 높이 들고 있는 사람들 위로 천장에 불길이 모이기 시작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스위스 스키 리조트의 바에서 사람들이 스파클라가 부착된 샴페인 병을 들고 있는 모습. 이는 화재가 발생하기 직전의 장면으로, 스파클러 위쪽의 폼 천장으로 보이는 곳에는 작은 주황색 불꽃 자국이 보인다.
BBC

두 번째 사진은 더 가까운 각도에서 촬영된 것으로, 헬멧을 쓴 사람이 스파클라가 꽂힌 병을 들고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쓴 다른 사람의 어깨 위에 올라타 있다.

해당 사진 속 병에서 튀는 불꽃은 천장에 더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오토바이 헬멧을 쓴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어깨에 올라앉아 있다. 두 사람 모두 스파클라가 부착된 샴페인 병을 들고 있으며, 천장 가까이에서 이를 흔들며 사람들이 붐비는 바 안을 걸어가고 있다.
BBC

BBC 검증팀은 이 사진들이 1월 1일 자정 이후 촬영된 것임을 확인했다. 해당 이미지들의 이전 버전이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하고, 바의 내부 설계와 독특한 배관 구조 등 세부 사항을 '르 콘스텔라시옹'의 공개된 사진들과 대조함으로써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해당 이미지들이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조작됐다는 증거는 없었다.

BBC가 검증한 화재 당일 밤 촬영된 다른 영상에서도, 클럽 음악이 크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바 안의 일부 사람들이 불길을 촬영하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한 영상에서는 일부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출구 계단을 향해 급히 대피하기 시작하는 장면도 담겨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일 베아트리스 피유 발레주 검찰총장은 모든 정황상 샴페인 병에 부착된 스파클라가 "천장에 너무 가깝게 옮겨지면서" 화재가 시작된 것으로 수사팀은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천장의 폼 패딩

바 천장에 있던 폼 형태의 패딩 소재와 이것이 안전 기준을 준수했는지 여부도 또 다른 조사 초점이다.

화재 안전 전문가 두 명은 BBC 검증팀에 '르 콘스텔라시옹'의 사진과 영상에서 보이는 자재가 폴리우레탄(PU)으로 만든 흡음재의 일종인 '계란판 모양 폼(egg box foam)'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샴페인 병을 치켜든 사진을 보면, 폼 형태의 덮개가 있는 천장 일부에서 불길이 솟는 모습이 보인다.

폴리우레탄 폼은 공장이나 유흥업소에서 소음 차단재로 설치되기 전에 난연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난연 처리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매우 가연성이 높다.

러프버러 대학교의 피터 윌킨슨 박사는 "폴리우레탄 음향 폼은 일단 점화되면 넓은 표면적을 따라 불길이 급격히 확산될 수 있으며, 짙고 유독한 연기를 발생시키고, 화재가 커지는 것을 가속화하여 대피 가능 시간을 단축시킨다"고 설명했다.

그리니치대학의 에드윈 갈리아 교수는 폴리우레탄 폼의 난연 처리 효과가 시간이 지나면서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위스 당국은 해당 바에서 사용된 폼 패딩의 종류와 안전 기준 준수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당국은 바 내부에서 '플래시오버(flashover)'가 발생했다고 언급했다.

갈리아 교수는 이는 뜨거운 가스가 천장으로 상승해 임계 온도에 도달하면 실내 전체가 거의 순간적으로 동시에 발화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교의 소방 안전 전문가 미하엘 클리펠은 "플래시오버 이후 생존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크랑-몬타나에서 소방 안전 점검을 감독하는 기관은 발레주의 주 정부 소방국(OCF)이며, 실제 점검은 지역 공무원들이 수행한다.

스위스 당국은 기자회견에서 '르 콘스텔라시옹' 규모의 건물에 대해서는 매년 점검이 이뤄졌어야 했다고 밝혔다.

BBC 검증팀은 이전 점검 기록에 대한 열람을 요청하기 위해 OCF에 연락을 취한 상태다.

바 내부 대피 경로

당국은 지상층과 지하층 두 개 층으로 이루어진 바의 대피 경로에 대해서도 집중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화재는 앞서 언급한 두 장의 사진이 촬영된 지하층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불길이 번지기 시작할 당시 촬영된 영상에서는 사람들이 불을 끄려 시도하다가, 좁은 계단을 통해 지하에서 빠져나가려는 모습이 보인다.

이와 관련해 갈리아 교수는 계단식 출구는 사람들이 넘어지고 밟히는 치명적인 병목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갈리아 교수는 대피로가 더 있더라도, 낯선 공간에서 패닉에 빠진 사람들은 대개 들어온 길로 다시 나가려는 경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당국 관계자들은 건물 내부에 하나 이상의 출구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나, 화재 당시 비상구가 열려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발레주의 스테판 간저 위원은 "비록 화재 당시 대부분의 인원이 정문을 통해 빠져나간 것으로 보이지만, 문이 하나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이 건물은 공공장소이므로 당연히 비상구를 갖추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피유 검찰총장은 기자들에게 해당 바를 운영하는 두 명의 프랑스인 관리자들과 화재 현장에서 탈출한 목격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해당 업소의 소유주 중 한 명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해당 시설은 지난 10년 동안 세 차례의 점검을 받았으며 모든 조치는 규정에 따라 이뤄졌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에도 사용됐던 스파클라

조사 당국은 해당 장소에서 촬영된 다른 영상들에 대해서도 분석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BBC가 확인한 한 영상에는 이미 지난 2024년부터 해당 바 내부에서 스파클러가 꽂힌 병이 사용된 모습이 담겨 있다.

영상에는 독특한 헬멧을 착용한 여성들이 병과 불꽃놀이를 고객에게 전달한 뒤, 이를 분리하고 술을 따르는 장면이 나온다.

이 영상은 2024년 5월 '@ConstellationCransMontana' 계정에 의해 유튜브에 게시됐지만, 정확한 촬영 시점은 확인되지 않았다.

More on this story

BBC NEWS 코리아 최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