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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 구축하겠다'는 이재명 정부, 대북 관계 어떻게 달라질까

2일 전
이재명 대통령
Getty Images
북한은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된 지 하루만인 5일 별다른 논평 없이 한국 대선 결과를 보도했다.

북한이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된 지 하루만에 한국 대선 결과를 보도했다. 그동안 북한은 한국의 21대 대선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조선중앙통신은 대선이 이틀 지난 5일 "한국에서 지난해의 '12·3 비상계엄 사태'로 대통령이 탄핵된 후 두 달 만인 6월 3일 대통령 선거가 진행됐다"며 "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후보 리재명(이재명)이 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고 전했다.

이 외에 별도의 논평은 없었다.

통일부 당국자는 5일 "과거의 대통령 당선 때와 비슷한 식으로 보도됐으나, 기존에는 '남조선 대통령 선거'라고 표현했다면 이번에는 '한국'이라고 명시했단 점에서 차이를 찾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4월 5일 대통령 탄핵 결정을 인용 보도한 것 이후로 첫 대남 보도라는 점에도 주목했다.

한편 자유아시아방송은 4일 중국에 주재하는 북한의 무역 간부가 "오늘 새벽에 한국 대통령으로 이재명 후보가 당선된 소식을 인터넷 보도로 봤다"며 "기다렸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오늘부터 이재명이 한국 대통령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인터넷 보도로 지켜보며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나 하나가 아니다"라고 덧붙였으며, 북한의 지인들도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 소식에 남북 경제교류 재개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취임사에 반영된 대북 기조

이재명 대통령 당선 후 주요 보직 임명 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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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식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안보실장에 위성락 의원을 임명하고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을 국정원장으로 내정하는 등 인선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4일 열린 취임식에서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실용 외교를 강조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지난 정부에서 악화된 주변국과의 관계도 "국익과 실용의 관점에서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와 대립했던 지난 정부와는 달리 이들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에 더해 이 대통령은 "싸울 필요 없는 평화가 가장 확실한 안보"라며 "한미군사동맹에 기반한 강력한 억지력으로 북핵과 군사도발에 대비하되, 북한과의 소통 창구를 열고 대화 협력을 통해 한반도평화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기조는 이 대통령의 첫 번째 인선에서도 엿보였다.

북핵, 북미 전문가이자 주 러시아 대사와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역임한 위성락 의원이 국가안보실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이번 대선 과정에서 이 대통령의 외교안보 공약 밑그림을 그린 인물이다.

이종석 국정원장 내정자는 김대중 정부에서 남북정상회담 수행원으로 참여한 바 있는 인물이자 전 통일부 장관이다.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장을 역임했을 정도로 외교안보, 통일 분야에 있어 전문가로 평가된다.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BBC코리아에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집에 실린 대북 정책 방향을 보면 평화 공존에 더 방점을 찍겠다는 점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의 공약을 압축하면 결국 한반도 평화 공존을 중심으로 북한과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겠다는 방향성이 명확히 보여집니다. 전임 윤석열 정부와는 정반대 방향성이라고 볼 수 있겠죠."

대북 정책 어떻게 바뀔까

대북 전단지를 날리는 탈북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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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은 앞서 대선 후보자 TV토론에서 "대북 삐라를 방치한 바람에 대남 오물풍선이 날아오고, 쌍방이 소음 방송을 하고, 이렇게 격화됐다"고 지적했다

지난 윤석열 정부에서 북한은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며 외교 단절을 선언한 바 있다. 이에 남북 관계는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선거 유세중인 지난 20일 "북한과의 관계를 잘 관리해야 한다"면서 "북한이 예뻐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그저 뭘 좀 잘하려고 하면 퍼주려고 하는 것처럼 만드는데, 퍼주긴 뭘 퍼주냐. 북한을 합리적으로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이 제시했던 대북정책을 보면 그의 기조가 이전 정권과는 상반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최우선 대북정책으로 한반도의 긴장 완화와 남북관계 복원을 내걸었는데,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남북 연락채널을 복구하고 사실상 폐기된 9.19 남북군사합의 복원을 추진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남북 연락채널은 2023년 4월 6일 마지막 통화 이후 북한의 일방적 차단으로 지난 2년간 단절됐다.

9.19 군사합의는 지난 6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군사합의 전체 효력 정지안을 재가함으로써 무력화 된 바 있다. 당시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이러한 결정 이후 "이미 북한의 사실상 파기 선언에 의해 유명무실화된 9.19 군사합의가 우리 군의 대비태세에 많은 문제점을 초래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정권에서 펼친 강대강 대북정책이 남북관계의 악화를 불러왔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열린 대선 후보자 TV토론에서 그는 "대북 삐라를 방치한 바람에 대남 오물풍선이 날아오고, 쌍방이 소음 방송을 하고, 이렇게 격화됐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통령의 이러한 정책에 따른 북한의 호응을 예측하기는 어렵다.

이미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로 규정하고 러시아와 밀착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북한이 이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쉽게 호응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임을출 교수는 "북한이 남북관계를 단절한 이유가 결국 남북관계의 대체제로서 러시와의 관계를 염두에 두고 연결고리를 차단했다고 평가한다"며 "더군다나 현재 군사 협력 중심으로 북러 간의 밀착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관계 복원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고 단정적으로 얘기해도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즉, 북러 관계와 남북 관계가 동시에 병행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다만 임 교수는 이재명 정부의 전반적인 기조는 여전히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 때와는 달리 '우리는 당신들과 평화 공존을 할 의지가 있다'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키는데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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