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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증원법, 어떤 내용이길래...논란되는 이유는?

2일 전

대법관 정원을 현행 14명에서 30명으로 늘리는 이른바 '대법관 증원법'이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화두가 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첫날인 4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이 법안을 단독으로 처리하면서 논란이 확산했다.

이 개정안은 현행 14명인 대법관을 매년 4명씩 4년간 30명까지 두 배 이상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은 대법원의 과중한 사건 부담을 해소하고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개혁 조치라고 주장하며 법안 처리를 강하게 추진해왔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 임기 첫날 대법관 정원을 현행 14명에서 30명으로 늘리는 개정안을 국회 법사위 소위에서 통과시켰다
뉴스1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 임기 첫날 대법관 정원을 현행 14명에서 30명으로 늘리는 개정안을 국회 법사위 소위에서 통과시켰다

이 법안에 찬성하는 측에서는 대법원이 업무 과부하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단계적이고 합리적인 증원'이라는 입장이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대법원에는 연간 약 4만 건의 상고 사건이 몰리고 있으며, 대법관 1인당 약 3천 건을 맡는 비현실적인 구조"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또 "45년이 돼서 박제화된 대법원의 구성을 보다 다양화하고 보다 숫자를 늘려야 한다"며 개정안 통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법개혁인가 사법장악인가

국회 전경
EPA-EFE/Shutterstock

이 법안에 반대하는 측은 민주당이 대법관의 권위를 낮추고 대법관 자리에 친여 성향 인사를 대거 채우려는 의도라는 입장이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대법원에 대한 '보복 조치'이자, 향후 남은 재판에도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법안이 본회의까지 통과될 경우, 대통령은 임기 중 현직 교체 인원 10명과 함께 추가로 16명의 대법관을 임명할 수 있게 된다. 대통령과 정치적 성향이 유사한 인사들이 대법원에 대거 입성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반면 민주당은 대통령이 단독으로 대법관을 임명하는 것이 아니라, 대법원장의 제청과 국회의 동의 절차가 있기 때문에 독단적 인사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법사위 소위 표결 직전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법에 대해 '노골적인 입법 독재'라며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했다.

법사위 야당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대법원을 이재명 정권의 방탄기구로 전락시키려는 노골적인 입법 쿠데타"라고 비판했고, 장동혁 법사위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자기 마음에 맞는 대법관 수를 16명을 늘려서 결국은 자기편을 들어줄 대법관을 과반수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대법원장 '공론장 필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ㆍ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EPA-EFE/Shutterstock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ㆍ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대법관 수가 늘어나는 구조에 주목하며, 대법원 재판이 보다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5일 출근길 기자들과 만나 "공론의 장이 마련되길 희망한다"며 국회와의 지속적 협의를 강조했다.

조 대법원장은 대법관 증원만으로 재판 지연과 대법관 다양화 등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여러 가지 얽혀 있는 문제이고 국가의 백년대계가 걸려 있는 문제"라며 "오랫동안 논의해온 문제이기 때문에 행정처를 통해 좀 더 설명을 드리고 계속 논의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대법관 증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지난 2023년 기준, 대법관 1인당 사건 처리 건수는 3,300건을 넘었고, 하루 평균 9건 이상의 판결을 선고해야 할 정도로 업무 부담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증원 필요성 자체는 인정되지만, 대법관 증원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차진아 고려대 교수는 해당 법안에 대해 "대법관을 대통령 입맛에 맞는 코드 인사로 대폭 증원하려는 법안"이라며 "이는 명백히 사법부 장악 시도"라고 했다.

반면 임지봉 서강대 교수는 "대법관 증원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며 "법원 개혁은 반드시 이뤄야 하는 숙제"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조만간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대법관 증원법을 의결하고 본회의에 넘길 계획이다.

여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법관 증원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는 만큼, 조만간 이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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