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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총선 야권의 압승...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어떻게 될까?

2024.04.11
총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 기자회견 중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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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위원장직 사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제22대 총선이 범야권의 압승으로 끝나며 윤석열 정부가 앞으로 국정 운영을 어떻게 이어갈지가 주목된다.

11일 개표 결과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 254곳 가운데 161곳에서 승리, 단독 과반을 달성했다.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더불어민주연합)14석과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12석을 합치면 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단독 추진이 가능한 180석을 초과하는 의석이다.

반면 국민의힘‧국민의미래는 전체 300석 중 108석(지역구 90석, 비례대표 18석)을 차지하는데 그쳤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최악'은 면했다는 분위기다.

'개헌 저지선', '탄핵 저지선'을 겨우 지켜냈기 때문이다. 개헌 저지선이란 한 당이 단독으로 헌법을 개정하는 걸 막기 위한 최소 의석수인 101석을 의미한다.

10일 투표 종료 직후 발표된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에서 예상 의석수가 100석 안팎으로 나와 최악의 결과를 예상했던 국민의힘은 그나마 이같은 결과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187석의 야권은 '초거대 야당'이라 불렸던 21대 국회보다도 규모가 커졌기에, 개헌과 법률안 거부권 행사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한 여권과 윤 대통령의 부담은 커졌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 앞으로도 이어질까?

이번 선거에서 여야 모두 야권의 200석, 여권의 100석 확보 여부에 주목해왔다. 200석 이상이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법률안 거부권을 사실상 무력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지난 9일 부산 유세에서 “범야권에서 200석을 얻을 경우 첫 번째 할 일은 윤 대통령이 행사한 거부권을 거부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의 거부권 무력화를 위해 표 결집을 호소했다.

앞서 8일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당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야당의 의회 독재를 저지할 수 있는 대통령의 거부권이라도 남겨달라"며 "야당의 폭주를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의석을 지켜달라"고 말했다.

헌법은 삼권 분립을 위해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을 보장한다.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대해 대통령이 이를 거부하고 국회에서 재의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다.

거부된 법률안은 국회에서 재의결해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통과되면 그대로 확정된다. 따라서 200석 이상을 차지하면 사실상 대통령의 거부 권한을 무력화하며 입법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이 생기는 셈이다.

주먹을 불끈 쥔 채 유세하고 있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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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야권이 200석 이상을 얻으면 '대통령 거부권을 거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총선 결과로 야권 단독으로 법률안을 재의하긴 사실상 어렵다. 다만 여권에서 이탈표가 조금이라도 나올 경우 거부된 법률안이 다시 통과될 가능성은 높아졌다.

이미 앞서 여러 차례 거부권 행사로 논란이 된 윤 대통령은 앞으로 거부권을 행사하는 데 있어 부담을 안게 됐다.

윤 대통령은 현재까지 9번의 거부권을 행사했다. 아직 임기 절반 이상이 남았지만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많은 횟수다. 윤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양곡법 개정안', ‘이태원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등 국회를 통과된 법안에 대해 재의를 요구했다.

야당이 이미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재추진할 가능성도 커졌다.

조국 대표는 11일 검찰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검찰은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말하며, 그러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11일 오전 울산 동구의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태선 당선인은 당선 인사에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들어가 노란봉투법 재추진에 앞장서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개헌 저지선 겨우 지켜냈지만, 개헌 가능성은?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22대 국회 임기 내 개헌 여부도 주목을 받게 됐다. 국민의힘이 '개헌 저지선'을 사수했지만, 개헌에 대한 정치적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헌법을 개정하는 개헌안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가 가능해, 101석 이상을 확보해야 단독으로 저지가 가능하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초인 지난 2018년 10차 개헌을 추진했으나 이 개헌안은 의결정족수 미달로 통과가 무산됐다. 당시엔 재적의원 288명의 3분의 2인 192명이 의결 정족수였으나,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당시 야4당의 불참으로 114명만 표결에 참여해 투표가 성립하지 않았다.

108석인 국민의힘은 22대 국회에서도 단독으로 개헌을 저지할 수 있게 됐지만, 야당 주도로 개헌이 추진될 경우 큰 정치적 부담이 불가피해졌다.

국회에서 개헌에 대해 발언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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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2대 총선이 개헌 적기'라며 총선을 앞두고 '원포인트 개헌'을 추진할 것을 여러 차례 주장한 바 있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5.18 정신을 헌법에 넣는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지난해 5월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고 민주당의 공약이기도 했던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지킬 때가 됐다"며 "’원 포인트 개헌'을 내년 총선에 맞춰 할 수 있도록 정부 여당이 협조해주기를 부탁드리고 공식 제안드린다"고 말한 바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 1월 광주를 방문해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을 수록하는 것에 적극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이재명 대표가 공언한 대로 개헌을 추진할 경우 여당은 적극적으로 반대하기 어려운 입장에 처했다.

다만 22대 국회가 개헌안을 통과시킨다고 해서 헌법이 최종적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개헌 여부는 국민투표를 통해 최종 결정되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개헌안이 통과되면 이로부터 30일 이내에 국민투표가 실시되고, 이때 유권자의 과반수가 참여해 투표자의 과반수가 찬성하면 비로소 개헌안이 통과된다.

윤 대통령 임기 내내 '여소야대'...민주화 이후 처음

이미 여소야대이던 지난 2022년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은 22대 국회가 이번 결과대로 흘러갈 경우 모든 임기를 여소야대 속에서 마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는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최초다.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들은 여소야대와 여대야소를 번갈아 경험했다. 여당이 다수당인 상태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지면 새로운 여당은 자연스레 소수당이 되고, 대통령 임기 중간에 있는 총선을 통해 여당이 다시 다수당이 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었다.

노태우, 김영삼 정부 시절엔 여당이 합당을 통해 다수 의석을 확보하기도 했다. 김대중 정부 때인 1998년엔 당시 여당이던 새천년민주당이 총선에서 한나라당에 패하자 자민련과의 연정으로 다수 의석을 확보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선 야권이 압도적 우위에 있어 합당이나 연정에 의한 다수 의석 확보 가능성도 극히 낮다.

이번 선거 결과로 정치적으로 큰 타격이 불가피하게 된 윤석열 정부가 앞으로 국정을 어떻게 풀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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