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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탈북민' 이후 71년…'북한이탈주민의 날' 의미는?

2024.07.15

1953년 7월 27일 정전 협정이 맺어진 지 4일 뒤, 북한군 15사단 사령부에서 근무하던 안창식 대위가 비무장지대를 넘었다. 첫 번째 북한이탈주민이었다.

그 후 71년이 지난 지금, 한국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 수는 약 3만4000명까지 늘었다.

올해 7월 14일은 북한이탈주민의 사회적 포용과 정착 지원을 장려하기 위한 국가 기념일, ‘북한이탈주민의 날’을 처음으로 맞이하는 날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북한이탈주민의 날 기념식에서 “우리 정부는 자유를 향한 여러분의 발걸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대한민국을 찾는 북한 동포를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단 한 분도 돌려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탈주민의 날 제정 배경은?

올해 1월 16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북한이탈주민을 포용하고 정착을 격려하기 위해 북한이탈주민의 날 제정을 주문했고, 행정안전부가 5월 21일 관련 개정안을 공포했다.

기념일 날짜는 국내 북한이탈주민의 법적 지위와 정착 지원 근거가 되는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날짜인 1997년 7월 14일을 기념해 정해졌다.

북한이탈주민의 날 제정 배경으로는 국내 북한이탈주민 수 증가와 사회적 통합 필요성 확대 등이 손꼽힌다.

1993년 이전까지 한국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 수는 연평균 10명 이내였지만, 북한이 90년대 중후반 대기근,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치면서 탈북인원이 50명 내외로 증가했다.

북한이 코로나19 시기 동안 국경을 폐쇄하면서 탈북 인원이 급격히 줄었지만, 2010년대 중·후반에는 연간 입국 인원이 1000명대를 꾸준히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과 달라도 너무 다른 북한 출신 이주민들의 사회 적응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경제적 어려움뿐만 아니라 가족을 북에 두고 떠나온 이들이 겪는 외로움과 죄책감 등 정서적 문제를 겪는 이들도 많다.

남북하나재단의 2023년 북한이탈주민 정착 실태조사 및 사회통합조사에 따르면 이탈주민들의 한국 생활 만족하는 비율은 79.3%로 대체로 높았다.

하지만 불만족하는 경우 주된 이유로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해서’(28.3%),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20.6%),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남한사회의 차별 및 편견 때문에’(17.7%) 등이 꼽혔다.

탈북민에게 어떤 의미?

북한이탈주민의 날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지만, 이를 통해 실질적인 변화를 기대하는 이들도 많다.

윤 대통령은 이날 북한이탈주민의 날 기념식에서 탈북민 ‘정착·역량·화합’을 강조하며 탈북민 대상 지원 확대 및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이와 관련해 초기 정착지원금 개선, 자산 형성 지원, 탈북 여성 육아 지원, 제3국 출생 자녀 지원 제도화, 탈북민 채용 확대 등이 언급됐다.

한편 올해 첫 북한이탈주민의 날을 기념해 14일 이전부터 서울을 비롯한 국내 곳곳에서 북한이탈주민의 날 기념 행사가 열렸다. 북한 인권 포럼을 비롯해 북한 음식 체험, 전통 공연 등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문화 행사도 포함됐다.

지난해 8월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 참석해 북한 실상을 고발했던 29살 탈북청년 김일혁 씨는 북한이탈주민의 날이 탈북민과 북한 주민 모두에게 긍정적 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다.

김 씨는 BBC 코리아와의 통화에서 “북한에 있는 사람들이 한국에서 북한이탈주민의 날을 제정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벗어나 (한국에)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커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어 “한국 사회에서 탈북민이나 통일, 북한에 대한 인식이 아직은 안 좋다”라며 “이는 탈북민들이랑 일반 국민들이 서로 잘 몰라서 (서로에 대해) 단정 짓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북한이탈주민의 날은 (서로)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지금은 (많은 북한이탈주민들이) ‘나 북한에서 왔다’라는 얘기를 안 하고 감추고 살거든요. 언젠간 그 말을 편하게 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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