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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씨앗'이란 무엇이며, 이번 두바이 홍수의 원인은?

2024.04.18
홍수가 난 도시의 모습
Getty Images

지난 16일(현지시간) 하루 동안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가 기록적인 강우량을 기록한 가운데 구름 씨앗(인공 강우)에 관한 잘못된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에 두바이를 덮친 강우량은 얼마나 이례적이었으며, 그 원인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얼마나 이례적인 강우량이었나?

두바이는 아랍에미리트(UAE) 해안에 자리한 지역으로, 보통 기후가 매우 건조하다. 이곳의 연평균 강우량은 100mm 미만이지만, 가끔 극심한 폭우가 내리곤 한다.

두바이에서 100km 정도 떨어진 도시 알-인에선 지난 24시간 동안 약 256mm의 강우량을 기록했다.

고온 다습한 공기는 끌어들이고 바람 등의 흐름을 막은 이른바 ‘절리(분리)’ 저기압이 주요 원인으로 손꼽힌다.

아라비아만 지역의 강우 패턴을 연하는 영국 레딩 대학 소속 기상학자 마틴 암바움 교수는 “이 지역은 원래 보통 장기간 비가 내리지 않다가, 불규칙적으로 폭우가 쏟아지곤 한다. 그렇다고 해도 이번 강우량은 매우 드문 사례”라고 설명했다.

기후 변화의 영향은?

기후 변화가 이번 두바이 홍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아직 정확히 말할 순 없는 단계다. 이를 정량화하기 위해선 자연적, 인적 요인에 대한 전면적인 과학적 분석이 필요한데, 이는 몇 달이 걸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의 기록적인 강우량은 기후 변화의 흐름과 일치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따뜻한 공기는 1℃ 약 7%씩 더 많은 수분을 머금을 수 있는데, 이는 강우량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레딩 대학에서 기후 과학을 가르치는 리처드 앨런 교수는 “이번 강우량이 이례적인 수준은 맞지만, 이는 지구온난화와 일치하는 흐름이다. 기후가 더 따뜻해지면서 수분이 많아지고, 이는 폭풍, 더 강력한 폭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인해 이번 세기말이 되면 UAE 대부분 지역의 연간 강우량이 최대 약 30%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한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에서 기후 과학을 가르치는 프리데리케 오토 부교수는 “만약 사람들이 계속 석유, 천연가스, 석탄 등의 화석연료를 계속 태운다면 기후는 점점 더 따뜻해질 것이고, 강우량은 늘어날 것이며, 홍수로 인한 인명피해는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수 난 두바이의 모습
Reuters
폭우가 쏟아진 두바이의 시민들이 물에 잠긴 거리를 걷고 있다

‘구름 씨앗’이란 무엇이며, 그 영향은?

‘구름 씨앗’, 즉 인공 강우란 이미 조작하는 구름을 조작해 더 많은 비를 내리게 하는 방법을 뜻한다.

항공기가 (요오드화은과 같은) 작은 입자를 구름에 떨어뜨리면 수증기가 더 쉽게 응축돼 비로 변해 내릴 수 있게 된다.

이는 지난 수십 년간 사용된 기술로, 최근 몇 년간 UAE는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자 인공 강우 기술을 사용했다.

한편 홍수가 일어난 지 몇 시간 뒤, 일부 SNS 사용자들은 최근 진행한 인공 강우 작업으로 인해 극심한 날씨 변화가 일어난 것이라며 비난하기 시작했다.

앞서 ‘블룸버그’의 보도에 따르면 인공 강우용 비행기가 지난 14, 15일에 배치된 건 사실이나, 홍수가 발생한 16일엔 배치되지 않았다고 한다.

BBC는 정확한 인공 강우 작업 진행 날짜에 대해선 독립적으로 검증할 수 없었으나, 전문가들은 인공 강우는 기껏해야 폭풍에 미미하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인공 강우에 초점을 맞추는 건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토 부교수는 “인공 강우가 두바이를 둘러싼 구름을 자극해 비를 촉진했다 하더라도, 기후 변화로 인해 애초에 대기가 구름을 형성할 수 있는 수분을 더 많이 머금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인공 강우는 바람, 습도, 먼지 등의 조건이 비를 내리기엔 충분하지 않을 때 시행된다. 그런데 지난주, 기상 전문가들은 아라비아만 전역에 홍수 위험이 크다고 경고한 바 있다.

UAE 소재 칼리파 대학교의 다이애나 프란시스 환경 및 지구 물리학 학과장은 “이렇게 강렬하고 대규모의 기상 변화가 예측되면, 인공 강우 작업을 시행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지역 규모의 강력한 기상 변화를 촉진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인공 강우 작업은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BBC 소속 기상학자인 매트 테일러 또한 이번 기상 이변은 이미 예보된 현상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번 홍수에 앞서 (인공 강우의 잠재적인 효과는 고려하지 않는) 컴퓨터 모델링 분석으로도 이 지역에 24시간 안에 1년 치 이상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측됐다”는 것이다.

“바레인부터 오만에 이르기까지 넓은 지역에 홍수가 닥치는 등 (이번 기상 이변의) 영향력은 인공 강우만으로 일으킬 수 있는 영향보다 훨씬 더 방대했습니다.”

한편 UAE 지역의 인공 강우 작업은 정부 기관인 ‘국립기상센터(NCM)’의 소관이다.

UAE는 극심한 강우량에 얼마나 잘 준비돼 있나?

폭우가 치명적인 홍수로 변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선 갑작스러운 강우량 증가에 대처할 수 있는 탄탄한 대비 시스템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

두바이는 무척 도시화된 지역으로, 수분을 흡수할 녹지 공간이 거의 없으며, 이곳의 배수 시설도 극도로 많아진 강우량을 견뎌내기엔 역부족이었다.

프란시스 교수는 “[비가 더 자주, 강하게 내리는] 이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기 위한 전략 및 적응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도시와 시설 인프라를 이에 맞게 조정하고, 봄에 내린 물을 저장했다가 나중에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저수지 등을 건설할 수 있습니다.”

올해 1월, UAE의 ‘도로 및 교통청’은 두바이의 홍수 관리를 돕기 위한 새로운 부서를 설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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