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네비게이션 검색 본문 바로가기

'최대 암흑기는 문재인 정권?'...한국 정부와 북한인권의 관계는 어떻게 변해왔나

4시간 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전 한국 대통령
European Pressphoto Agency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당시 한국 대통령이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군사분계선(MDL)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25년에도 한국 내 정치적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북한인권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바로 송한나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센터장과 미국 인권단체 링크의 박석길 한국지부 대표 그리고 북한 김일성종합대학 출신으로 알려진 방송인 김금혁 씨다. 이날의 토론 주제는 북한 인권과 탄핵 정국.

이들은 비상계엄 사태가 얼마나 위헌적이고 위법한지에 대해 모두 동의했다. 하지만 동시에 조기 대선이 이뤄질 경우 - 다시 말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등 현재의 보수 집권여당에서 거대야당인 민주당 등 진보세력으로 정권이 교체될 경우 - 북한인권에 또다시 암흑기가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민주주의의 회복으로 볼 수 없다는 소신 발언도 나왔다. 그 근거로는 거대야당이 제시한 1차 탄핵안 속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외교 정책들이 잘못됐고 그것들이 한반도에 위기를 불러왔으며 결국 중국, 북한과의 관계를 악화시켰다'는 내용이 꼽혔다.

'문재인 정권 때 가장 힘들어'

송한나 센터장은 탄핵 정국 속에서도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성과는 부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실제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탈북자의 날'이 제정됐으며 이전 정부 내내 공석이던 외교부 북한인권대사가 임명됐고 북한 인권 보고서가 처음으로 공개 발간됐다. 윤 대통령은 보고서 발간 당시 "북한의 인권과 정치, 경제, 사회적 실상 등을 다양한 루트로 조사해서 국내외에 알리는 게 안보와 통일의 핵심 로드맵"이라고 말했다.

송 센터장은 NKDB가 1990년대 후반 활동을 시작한 이래 총 5개의 행정부를 거쳤다며, 이 다섯 정부 모두 각기 다른 북한 인권 접근 방식을 가지고 있었고 그때마다 상당한 이념적∙정당적 갈등의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 때 가장 큰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당시 대북전단금지법을 제정하고 2명의 탈북어민을 강제 북송하는 등 인권보다 남북관계를 중시했던 것을 알 수 있다"며 "NKDB는 과거 20년간 실시해오던 하나원(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에서의 조사 권한을 3년간 박탈당했다"고 전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2019년 11월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나포된 탈북 어민 2명을 강제로 북한으로 돌려보냈다.

이후 판문점에서 북측으로 가지 않겠다고 발버둥치는 그들의 영상이 공개돼 큰 파장이 일었는데, 북송 직후 문재인 정부가 '서울-평양 공동 올림픽 유치계획안'을 작성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송 센터장은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진보 세력이 다시 집권한다면 그들이 보여줬던 역사적 행보가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NGO로서 우려되는 부분은 북한인권 문제가 보수 진영의 전유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이라며, 북한 인권을 보편적이고 비정파적 문제로 여기는 이들이 소외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박석길 대표도 "보수 정권에서 탈북민에 대한 더 많은 지원이 이뤄진 것이 사실"이라며 "대다수 탈북민이 보수적 성향을 갖고 있지만, 아닌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남한 사회에서 탈북민이 진보세력을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하기는 굉장히 어려운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특히 많이 탈북민들이 느끼기로는 진보 정당은 탈북민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고 보수 세력은 이용하려는 성향이 있다며 "일종의 베네핏을 받을 수 있다면 보수 정당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아울러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많은 탈북민들이 두려움을 느끼고 불안해한 것도 사실이라며, 실제 북한에서 독재를 경험했던 만큼 민주주의와 기본적인 자유에 대한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에게 북한인권이란

문재인 전 대통령이 민주당 의원 시절이던 2013년 10월 4일 노무현재단 주최로 열린 10·4 남북정상선언 6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문 전 대통령 뒤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이 보인다
News1
문재인 전 대통령이 민주당 의원 시절이던 2013년 10월 4일 노무현재단 주최로 열린 10·4 남북정상선언 6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북한인권이 수면으로 드러난 1990년대 이후 한국 정부들은 북한 인권 문제를 각각 어떻게 다뤘을까.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법률분석관은 BBC에 "문민정부가 들어선 YS 정부 때부터 실제 탈북자들이 나타나면서 처음으로 인권이라는 개념이 북한에 적용됐다"고 소개했다.

이어 "1994년에 먼저 러시아 벌목공으로 파견된 북한 군인들이 탈북하기 시작하면서 북한 내 정보 및 인권 실상이 드러난 것"이라며 "워낙 초창기라 방향 설정이 제대로 안된 것은 물론 시행착오도 많았다"고 전했다.

  • 김영삼 정부: 본격적으로 탈북민 등장, 탈북민 전원수용정책 발표 등
  • 김대중 정부: 2000년 평양 남북정상회담 개최로 북한행 원하던 비전향 장기수 63명 북으로 돌려보냄. 하지만 당시 북한에 억류됐던 6.25전쟁 한국군 포로는 외면 등
  • 노무현 정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2003~5년 표결 불참 및 기권, 2006년 찬성(북한 1차 핵실험), 2007년 또다시 기권(남북 정상회담 개최), 문재인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안기부를 통해 북측 의견을 물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 등
  • 이명박 정부: 북한인권 실태조사 공식사업 승격, 유엔 북한인권 결의안 공동제안국 참여, 북한인권결의안 찬성 등
  • 박근혜 정부: 북한인권법 제정, 하지만 북한인권법의 핵심인 북한인권재단 설립은 야당의 이사 후보 추천 거부로 9년째 답보 상태, 북한인권박물관 건립 추진 등
  • 문재인 정부: 탈북어민 2명 강제북송, 북한인권백서 발간 중단, 북한인권 및 탈북자 단체들에 대한 표적 사무검사, 대북전단금지법 발표, 북한인권박물관 건립 추진 중단 등

신 분석관은 "미국이나 영국의 경우 경제적 이익이나 복지, 세금 정책 등에 따라 보수와 진보가 나뉘고 중국만 하더라도 이런 것들을 매우 중시하는데, 유독 한국만 북한을 어떻게 대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기준점이자 핵심 요소"라며 "때문에 정권이 바뀔 때마다 중간 타협 없이 모든 것이 다 부딪히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내 시민단체들의 경우 재정적으로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정부에 의존적일 수밖에 없고 따라서 눈치를 많이 봐야 하는 그런 측면도 분명히 있다"고 전했다.

송한나 센터장도 "보수 정당이 집권했을 때 북한 인권 조사에 대한 중요성을 정부 차원에서 인식하게 됐고 문서화 등 실제 행동으로 옮겨졌지만, 진보 정권이 권력을 잡았을 땐 이런 작업들이 뒷전으로 취급되곤 했다"면서 "행정부로부터의 그 어떠한 간섭 없이 시민사회가 활동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금혁 씨 역시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북한인권을 바라보는 시각에 큰 변화 없이 일괄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며 "북한 정권을 어떻게 정의 내릴지에 대한 정치권의 합의가 먼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9년 11월 탈북한 북한 선원 2명이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강제송환 당하고 있다
News1 / 한국 통일부
2019년 11월 탈북한 북한 선원 2명이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강제송환 당했다

대중의 북한인권에 대한 관심은 '정치 성향 뛰어넘어'

NKDB가 지난해 10월 한국의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북한인권과 관련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9명 이상(96%)이 "북한인권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또 65.5%는 "북한인권 문제에 관심이 있다"고 했다.

북한인권에 관심을 갖게 된 가장 큰 이유로는 "북한 사람들의 빈곤과 고통이 안타까워서"가 33.4%로 가장 높았으며 북한인권에 무관심한 가장 큰 이유로는 "별다른 해결책이 없어서"라는 답변이 33.0%로 가장 많았다.

이와 관련해 송 센터장은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응답이 정치적 성향을 뛰어넘는다는 것"이라며 "보수 성향의 응답자 72.9%, 진보 성향의 응답자 68.5%가 북한인권 문제에 우려를 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근거로 "우리가 흔히 논하는 이 정치화는 주로 지도층의 정치 담론에서 보여지는 특징일 뿐, 대중의 정서와는 거리가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독립적이고 활발한,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모든 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시민사회를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북한인권 관련 이슈에 대한 인지도는 공개처형(93.1%), 정치범수용소(84.1%), 탈북어민 북송사건(82.5%), 인신매매(78.6%), 유엔북한인권결의안(71.1%)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9년 발생한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이 여전히 주요 북한인권 침해 이슈로 여겨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향후 북한인권 개선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그럴 가능성이 없다"는 응답이 86.3%로 가장 많았다. 이는 4.27 남북정상회담과 9월 평양공동선언이 이뤄진 2018년(30.4%)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탄핵이 곧 민주주의 회복?

2024년 12월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연설하는 윤석열 대통령
Reuters
김금혁 씨는 "정치학을 배운 사람 입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 이후 민주주의가 빠르게 회복됐다는 여론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간담회에서 가장 이목을 끌었던 내용은 "정치학을 배운 사람 입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 이후 민주주의가 빠르게 회복됐다는 여론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김금혁 씨의 발언이었다.

그는 먼저 자신을 비롯한 수많은 2030 젊은 세대들이 12.3 비상계엄 사태에 상당히 많은 비판을 했고 또 절대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라는 점에 공감했다고 입을 열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윤 대통령을 탄핵하기 위해 만든 첫 번째 탄핵소추안에서 굉장히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고 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소위 가치외교라는 미명 하에 지정학적 균형을 도외시 한 채 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적대시하고, 일본 중심의 기이한 외교정책을 고집하며 일본에 경도된 인사를 정부 주요직위에 임명하는 등의 정책을 펼침으로써 동북아에서 고립을 자초하고 전쟁의 위기를 촉발시켜 국가 안보와 국민 보호 의무를 내팽개쳐 왔다."

김 씨는 "이때부터 자신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다른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의 주장이 위험한 이유는 불과 2년 반 전에 문재인 정부가 보여준 친중·친북적 행보 속에 과연 한국의 국익이 나아졌느냐고 할 때 절대 그렇지 않다는 점이라며 결국 "그래서 정권 교체가 이뤄진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특히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윤석열 정부의 대미·대일·대북 정책을 모두 비판하면서 그것을 탄핵의 근거로 삼았다는 것은 결국 윤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문재인 정부 시즌2를 하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면서 "그것이 바로 젊은 세대가 반발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또한 "미국·일본과 잘 지내는 것이 유익한지 아니면 북한·중국과 가깝게 지내는 것이 더 나은지는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면서 "비상계엄은 잘못됐지만 대한민국이 미국·일본과 멀어지고 중국·북한과 가까워지는 것은 국가이익과 국가안보 차원에서 훨씬 더 위험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잘못된 판단으로 민주주의가 흔들린 것은 맞지만, 그에 대한 대안으로 친중·친북 세력 중심의 1당 독재 체제가 들어선다면 그것은 또 다른 민주주의의 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 젊은 세대가 반대 목소리를 낼 때 야권 측에서 온갖 수단을 동원해 압박하고 지금도 고발을 이어가고 있다며, 그것을 두려워하고 그것 때문에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BBC NEWS 코리아 최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