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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이민 가족 드라마 '김씨네 편의점' 런던 연극 무대서 성공 비결은

2024.09.06
‘김씨네 편의점’에서 명함을 들며 연기 중인 인스 최
Mark Douet
작가이자 배우인 인스 최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캐나다 토론토에서 자랐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한국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김씨네 편의점(Kim's Convenience)'은 가슴 따뜻한 코미디 드라마 장르의 연극이다. 캐나다 CBC-TV 시트콤으로도 방영돼 큰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현재 영국 런던의 극장 무대에 올랐다.

제작자 인스 최는 “이 연극은 제 부모님을 비롯해 고향을 떠나 터전을 마련하고 정착한 모든 이민 1세대에게 바치는 연서”라고 설명했다.

최 씨는 한 가족이 운영하는 한인 상점의 일상을 다룬 이 연극의 각본가이기도 하며, 2011년 토론토에서의 초연 당시에는 아들 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그 후 2016년부터 방영돼 캐나다에서 큰 사랑을 받은 TV 시리즈 ‘김씨네 편의점’의 공동 작가로도 활동했다. 해당 TV 시리즈는 2년 뒤 넷플릭스의 선택을 받으며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공개됐다.

최 씨는 이번 연극에서는 아빠 역으로 다시 한번 연극 무대에 오른다.

가족 이야기

‘김씨네 편의점’에서 가족의 자랑이자 성실함을 자랑하는 가장은 변화하는 이웃 및 자신과 같은 이민 1세대와 자녀들 간 가치관 차이로 인해 고군분투한다.

예를 들어 아빠는 딸 ‘재닛’(제니퍼 김)에게 사진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좇는 대신 가게를 물려받으라고 설득하려 한다.

또한 결혼할 생각이 없는 미혼의 딸에게 너의 “유통기한이 끝나간다”며 경고한다.

최 씨는 전원 아시아계 배우들이 주연을 맡은 해당 연극에 대해 동아시아 가족의 삶을 들여다볼 기회이긴 하지만, 문화권과 나이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 작품은 코미디입니다. 가족에 관한 이야기이죠.”

“어떤 배경에서 자랐든 간에 실망스러운 부모님이 어떤 느낌인지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만약 자녀가 있는 분이라면 부모를 고마워하지 않는 자녀가 어떤 느낌인지 공감할 수 있죠.”

“즉 (부모 자녀 간) 관계 양쪽의 공감을 모두 일으킬 수 있습니다.”

과자 상품으로 가득한 선반과 벽 등 편의점처럼 꾸며진 무대 세트에서 연기 중인 남녀 배우
Mark Douet
연극 ‘김씨네 편의점’은 지난 1월 런던 ‘파크 시어터’에서 선보인 유럽 초연 당시 매진 기록을 세웠으며, 현재는 런던의 ‘리버사이드 스튜디오’ 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이 작품이 처음 무대에 올랐을 때만 하더라도 전원 아시아계 배우들이 주연을 맡은 공연은 드물었다.

최 씨는 “제가 (아들) ‘정’ 역할을 맡았을 때만 해도 아시아 배우가 많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지금은 캐스팅 시 재닛 배역으로 고려해 볼 배우 선택지가 다양합니다. 워낙 선택지가 다양해 즐거운 의미로 놀랐습니다.”

사실 연극 ‘김씨네 편의점’은 최 씨가 과거 청년 배우일 당시 좀처럼 기회가 찾아오지 않는다고 느끼면서 탄생했다.

연극 학교를 졸업한 이후 최 씨는 수많은 배역의 오디션을 봤으나, 번번이 거절당했다. 이에 결국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쓰기로 마음먹게 됐고, 그렇게 그의 데뷔작이자 이후 넷플릭스 히트작이 된 이 작품이 세상에 나왔다.

최 씨는 오늘날 연출가들이 새로운 아시아인 배우를 찾고 있음을 알고 있다면서도 여전히 일부 극단에서는 “백인 작품”이 꽤 많다면서, 그렇기에 여전히 ‘김씨네 편의점’과 같은 연극이 눈에 띈다고 설명했다.

“영어권 도시에서 아시아계 배우가 주연을 맡은 연극은 여전히 드문 일인 것 같다”는 최 씨는 “그래서 안타깝지만 (‘김씨네 편의점’과 같은 연극이) 여전히 독특한 볼거리라는 점은 관심을 받는 이유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백인 가족의 거실이 아닌 조금 다른 풍경이 펼쳐지죠. 이런 걸 얼마나 자주 볼 수 있겠습니까?”

CBC 월드 프리미어 VIP 상영회에 참석한 ‘김씨네 편의점’ TV 시리즈 출연진
Getty Images
‘김씨네 편의점’ TV 시리즈 출연진: 시무 리우, 앤드리아 방, 폴 선형 리, 진 윤, 니콜 파워, 앤드류 퐁(왼쪽부터)

모욕적인 억양?

극 중 ‘아빠’와 ‘엄마(남주 고)'는 매우 짙은 한국 억양을 구사한다. TV 시리즈와 비슷한데,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아시아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고착화한다는 비난이 나온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최 씨는 “제작자는 사람들이 모욕적으로 느낄 수 있기에 특유의 억양이 있는 사람을 쓰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그저 이들의 존재를 묵살해버리고 지워버리는 것으로, 오히려 이게 더 모욕적이라 생각한다”는 설명이다.

최 씨는 부모 캐릭터를 정 중앙에 내세워 이들의 입체적인 개성을 강조한다.

최 씨는 “사람들이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실제 사회에는 미디어에서 잘 대표되지 않는 부분이 존재한다”면서 “반발이 두려워서 이들의 모습은 잘 보이지도, 이들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최 씨는 자신의 부모님과 자신이 자라면서 들은 것을 제대로 따라 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신은 대사를 할 때 “서양인 귀에” 더 잘 들릴 수 있도록 오히려 억양을 좀 억제하고 있는 편이라고 했다.

“제 아이들은 이 연극 내내 웃었습니다. 정말 좋아했어요. 제가 정말 할아버지와 똑같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고맙다’고 했습니다.”

편의점 계산대에서 명함을 보고 있는 남녀 배우
Mark Douet
‘엄마’, ‘아빠’ 캐릭터는 강한 한국어 억양을 구사한다

한편 현재 영국에서 만나볼 수 있는 ‘김씨네 편의점’은 내년1월 토론토 소재 유명 극장인 ‘소울페퍼’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초연 당시 ‘토론토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후원자들의 선택’ 상을 수상한 이후 14년 만에 다시 캐나다로 돌아가는 것이다.

초연 당시에는 부모님과 사이가 다소 먼 아들 정 역을 맡았던 최 씨가 지난해부터는 아빠 역을 맡을 정도로 오랜 세월이 흘렀다.

최 씨는 “소울페퍼 극장으로 돌아가면 아들이 아버지가 됐다는 점에서 물리적으로도, 지리적으로도 온전히 한바 퀴를 돈 듯한 느낌이 들 것”이라고 했다.

그 또한 처음 아빠 역을 맡게 됐을 때 “기분이 이상하면서도 이게 정상이라는 느낌”이었다고 인정하면서 실제로 자녀를 둔 아빠로 성장한 자신은 이 아빠 역을 맡고자 “지난 10년간 리허설을 했다”고 덧붙였다.

최 씨는 “나는 ‘아빠’라는 소리를 정말 좋아한다. 따뜻하고, 좋은 감정을 떠올리게 한다”고 했다

“그래서 이제는 재닛과 정이 절 ‘아빠’라고 부르면 이미 그 호칭에 먼저 반응하곤 합니다.”

'우리 가족도 여러분과 똑같습니다'

한편 그는 관객들이 웃음과 눈물 외에 이번 작품을 통해 무엇을 얻어가길 바랄까?

“이상주의적으로 들리지만 나는 이러한 연극을 통해 지역사회가 하나로 뭉치길 바랍니다. ‘내 가족도 너희 가족과 똑같아. 우리 아빠도 너희 아빠랑 똑같아’ 같은 생각이 들길 바랍니다.”

“그렇게 서로를 연결하는 다리를 놓을 수 있고, 사람들은 결국 우리 모두 하나씩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됩니다. 네, 저는 진실로 예술에는 그러한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렸을 적 삼촌이 운영하는 작은 가게를 도와드린 경험이 있는 그에게는 또 하나의 소원이 있다.

“공연을 보러 오는 관객들이 이 가게를 운영하는 이 가족과 닿을 수 있길 바랍니다.

“그리고 다음번 어느 작은 가게에 들어갔을 때 계산대 너머 있는 사람의 인생 전체를 느껴보길 바랍니다. 그리고 바라건대 더 많은 이해와 연민으로 이들을 대할 수 있기를.”

연극 ‘김씨네 편의점’은 오는 10월 26일까지 런던 해머스미스 소재 ‘리버사이드 스튜디오’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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