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평화 협정 수용 촉구... 젤렌스키 '러시아가 전쟁 종식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휴전 합의 요구를 거부하면서 전쟁 종식 노력이 복잡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X에 올린 성명에서 "러시아는 수많은 휴전 요구를 거부하고 있으며, 언제 살인을 멈출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며 "이는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18일 젤렌스키 대통령은 워싱턴 D.C.로 향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 곳에서 젤렌스키에게 평화 협정을 수용하도록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과의 회담을 마친 뒤, 우크라이나에서 휴전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영구적 평화 협정으로 가고 싶다고 밝혔다.
이처럼 입장을 크게 선회한 그는 지난 15일 정상회담 이후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이것이 "끔찍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휴전은 종종 "지속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정상회담 후 트럼프와의 통화에서, 젤렌스키는 진정한 지속 가능한 평화를 촉구하면서도 "총성이 멈춰야 한다, 살인이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소셜미디어 성명에서 젤렌스키는 러시아와의 "진정으로 지속 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평화"를 위한 조건을 밝혔다. 여기에는 "신뢰할 수 있는 안보 보장"과, 러시아가 점령지에서 "납치했다"고 주장하는 아동들의 송환이 포함됐다.
트럼프의 이같은 발언은 전쟁 종식 방안에 대한 입장이 급격히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그는 불과 15일 정상회담 직전까지만 해도 "신속한 휴전"을 원한다고 말했었다.
우크라이나의 주된 요구는 장기 합의를 논의하기 전 빠른 휴전이었으며, 트럼프는 정상회담 전 유럽의 지도자들에게 회담의 목표가 휴전 합의 도출이라고 전했다.
한편, 푸틴은 트럼프에게 평화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조건은 우크라이나가 도네츠크 지역에서 철수하는 대신, 러시아가 자포리자와 헤르손 전선에서 전투를 동결한다는 것이었다.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로부터 크림반도를 불법 합병했으며, 8년 뒤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했다. 러시아는 도네츠크·루한스크(도네츠크 분지, 돈바스)를 자국 영토라 주장하며, 루한스크 전역과 도네츠크의 약 70%를 통제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평화 협정에도 "일부 영토 교환"이 포함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으며, 이번에도 정상회담 후 젤렌스키와의 통화에서 이 제안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며칠 전만 해도 젤렌스키 대통령은 돈바스(루한스크·도네츠크 지역)의 통제권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그는 이 지역이 미래 러시아 공격의 발판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BBC의 미국 파트너사인 CBS는,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유럽 외교관들이 트럼프가 18일 젤렌스키를 압박해 푸틴과 논의한 합의 조건을 받아들이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CBS는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가 정상회담 후 유럽 지도자들과의 통화에서 푸틴이 "몇 가지 양보"를 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15일 정상회담 직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지도자에게 어떤 조언을 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협상을 하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는 매우 강대국이고, (우크라이나는)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앞서, 푸틴이 전쟁 종식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매우 심각한 결과"를 경고하며, 지난달 러시아에 휴전 기한을 설정하고, 기한 내 협상이 없으면 2차 제재를 포함한 강력한 새 제재를 가하겠다고 위협했었다.
15일 정상회담 이후, 양국 대통령 모두 합의 내용을 크게 발표하지는 않았으나, 트럼프는 진전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튿날인 16일, 푸틴은 이번 정상회담을 "매우 유용했다"고 평가하며, 트럼프에게 러시아의 입장을 설명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이번 위기의 발생 배경과 원인을 논의할 기회를 가졌으며, 실제로 그렇게 했다"며 "이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해결의 기반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러시아의 한 고위 외교관은 BBC 방송 뉴스아워에, 알래스카에서 열린 이번 정상회담은 전쟁 종식을 위한 "매우 중요한 초석"이라고 언급했다.
러시아의 유엔 제1부대사 드미트리 폴리얀스키는 평화를 원하는 모든 사람은 "이번 결과에 만족해야 한다"고 말했으나, 푸틴이 젤렌스키를 만나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영국·프랑스·독일이 포함된 '자발적 연합'은 17일 오후 회의를 열고, 18일 젤렌스키의 백악관 방문에 앞서 우크라이나 지원 강화를 논의할 예정이다.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독일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등 유럽 지도자들도 "다음 단계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포함된 추가 협상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유럽의 지원을 바탕으로 3자 정상회담을 추진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도 말했다.
그들은 "우리는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계속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우크라이나의 영토 문제는 우크라이나가 결정해야 하며, 국제 국경은 무력으로 바뀔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영국 총리 키어 스타머는 트럼프의 전쟁 종식 노력을 칭찬하며 "그 어느 때보다 평화에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진전이 있었지만, 다음 단계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포함된 추가 협상이어야 한다"며 "우크라이나 평화의 길은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결정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우크라이나인들은 알래스카에서 벌어진 장면들을 보며 "좌절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도네츠크 출신의 50세 참전 용사 세르히 오를리크는 "협상을 위해서는 손을 맞잡아야 하는 것이고, 푸틴이 도착했다고 해서 뺨을 때릴 수는 없는 일이라는 건 안다"며 "하지만 레드카펫에 무릎 꿇은 병사들까지 등장하는 이런 광경은 끔찍하다.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