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법 위배로 간주될 트럼프의 '가자지구 장악 계획'
10일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자 지구를 철거 현장으로 묘사하며 "전부다 깨끗이 치워야 한다"고 발언하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과연 어디까지가 즉흥적인 발언인지 명확하지 않았다.
그러나 4일(현지시간)로 예정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방문을 앞두고 백악관 집무실과 공동 기자회견 중 내놓은 발언을 통해 그가 이러한 제안에 대해 매우 진지하다는 게 더욱 분명해졌다.
이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에 대해 지금껏 미국이 지켜온 입장을 가장 급진적으로 뒤엎는 것으로, 명백한 국제법 위반으로 해석될 것이다.
미국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대중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도 중요하지만, 현재 중요한 시점에 있는 단계적인 휴전 및 인질 석방 절차에도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가자 지구는 그야말로 "철거 현장"이기에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더 이상 대안이 없으니, 이들을 영구적으로 가자 지구 외부로 "재정착" 시켜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대통령 본인과 그 주변 관리들은 인도적인 조치라고 포장한다.
그러나 국제법상 주민들을 강제로 타지역으로 이주시키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되어 있으며,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물론 아랍 국가들 또한 이를 팔레스타인인들을 이들의 땅에서 추방하고 인종청소를 하려는 의도가 명백하다고 간주할 것이다.
그렇기에 아랍 지도자들은 이집트와 요르단이 가자 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을 "받아들인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단호하게 거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동안 이 같은 제안을 더 자주 언급했다.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아랍 연맹은 지난 1일 성명을 통해 이러한 움직임은 "역내 안정을 위협하고, 분쟁을 확대할 위험이 있으며, 민족 간 평화와 공존에 대한 전망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점령지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추방하고 그 자리에 유대인 정착촌을 확장하는 것은 이스라엘의 극우파가 오랫동안 염원해 온 일이다.
네타냐후 연립정부에 참여했던 극우파 지도자들은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 이후 하마스를 겨냥해 시작한 이번 전쟁이 무기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궁극적으로 가자 지구에 이스라엘 정착촌을 재건하길 원한다.
이들은 현재의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에 대해서도 여전히 반대하는 입장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4일 네타냐후 총리와 함께한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가자 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을 이집트와 요르단으로 "이주"시켜야 한다며 최근 자주 언급했던 주장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후 미국이 가자 지구를 넘겨받아(take over) 재건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팔레스타인인들도 그곳에 돌아와 살 수 있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인들"이 그곳에 들어와 살게 될 것이라며, "국제적으로 믿기 힘들 정도로 (좋은) 곳"이 될 것이라고 말한 뒤, "팔레스타인인들도"라고 덧붙였다.
트럼프의 중동 특사인 스티브 윗코프는 이 같은 제안에 대한 대체적인 분위기를 설명하며 "(트럼프) 이 사람은 부동산 전문가"라고 말했다.
가자 지구가 "중동의 리비에라(휴양지)"가 될 수 있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다.
미국이 가자 지구를 관리하게 될 경우 미군이 개입할 수도 있냐는 질문에는 "필요한 일을 할 것"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이 같은 제안은 1948년 이스라엘 국가 수립 및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 등을 군사적으로 점령하기 시작했던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후 이 지역에 대해 미국 정부가 고수해왔던 입장을 가장 급진적으로 뒤엎는 것이다.
가자 지구에는 이스라엘 건국 전후 벌어진 전쟁으로 고향을 떠나거나 강제로 이주해야만 했던 팔레스타인인들이 이미 거주하고 있던 곳으로, 이들과 이들의 후손이 오늘날까지도 가자지구 주민의 대다수를 차지한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제안이 실현된다면 현재 200만 명이 넘는 이들은 다른 아랍 국가나 심지어 다른 지역으로 강제로 이주당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을 "영구적으로 … 재정착시키겠다"고 말한다.
이 제안은 앞으로 전통적인 방식의 '두 국가론' 해법 가능성을 뿌리 뽑는 것으로, 팔레스타인인들과 아랍 세계는 이를 강제 추방 계획으로 간주해 격렬히 반대할 것이다.
한편 이스라엘 내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지지층 및 극단적인 민족주의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을 환영할 것이며, 이를 네타냐후 총리가 말한 "가자 지구가 이스라엘의 위협이 되지 않도록" 막을 수단의 성취로 본다.
일반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이는 대규모 집단 처벌의 행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