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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출된 영국 정보요원 명단, 북한이 입수했다면 최악의 시나리오'

5시간 전
영어로 '아프가니스탄'이라고 적힌 기념비
Getty Images

표면적으로, 이번 아프가니스탄 정보 유출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1999년 전직 MI6 요원 리처드 톰린슨이 다른 MI6 요원 수십 명의 명단을 온라인에 공개했던 사건 이후, 영국 정부의 비밀요원 인명 유출 사건 중 가장 심각한 사례로 꼽힐 수 있다.

비밀정보국(MI6)의 현장 요원 이름과 세부 정보가 공개되는 것은 이들의 경력에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

물론, 이름은 변경하거나 위조하거나 위장할 수 있다.

그러나 생체정보는 그럴 수 없다. 생체정보는 스파이를 밝혀내고 체포하는 반첩보 분야에서 활용이 증가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영국 요원들의 생체정보가 함께 유출됐다는 정황은 없다.

극비 조직인 특수공수부대(SAS)와 특수보트부대(SBS)의 전·현직 대원들은 이 같은 유출이 생명의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부 대원들이 관여한 치명적이고 은밀한 작전에는 사람에 대한 사살·생포 임무가 포함됐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이름이 유출된 영국 특수부대 대원에게 실제로 가해질 물리적 위협은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위험에 처한 이들은 아프가니스탄에 남아 있는 아프간인들이다.

수천 명의 아프간인 이름과 세부 정보가 유출된 것 외에 영국 작전요원 100명 이상의 정보도 유출됐다는 사실은 분명 충격적이다.

다만, 이번 '비인가 정보 유출'은 이미 2023년 8월 발견된 문제가 뒤늦게 알려진 사례다.

따라서, 영국 정보기관과 특수부대 관계자는 유출 정보에 포함된 아프간인·영국인의 보호 조치를 마련하고 이 사태의 영향을 완화할 시간이 약 2년가량 있었다.

MI6가 고려했을 최악의 시나리오 중 하나는 러시아·중국·이란·북한이 해당 유출 명단을 이미 입수했을 가능성이다.

탈레반 정보 조직이 이미 오래전에 철수한 영국 병사와 스파이 명단에 큰 관심을 보였을 가능성은 낮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탈레반은 누가 이 정보에 관심을 가질지 알아챌 역량이 있을 것이다. 바로, 영국과 적대하는 다른 국가들이다.

현재 가장 두려움에 떨고 있는 이들은 여전히 아프가니스탄에 남아 있는 전직 아프간 정부군 병사 600명과 그들의 가족 약 1800명이다.

이들에게 전달한 탈출 경로는 이제 사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사건을 둘러싼 언론 보도는 탈레반 내 일부 극단주의자를 다시 자극해 명단에 포함된 이들을 추적하고, 권력에서 밀려나 있던 20년 동안의 배신에 대해 '정당한' 복수에 나서게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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