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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난 줄 알았던 장마, 아직 '안 끝났다'? 그 이유는

1일 전
17일 오전 침수 피해를 겪은 충남 예산군 주민들이 잠긴 도로 위를 걸어다니고 있다
뉴스1
16일 밤부터 17일 오전까지 충남·서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려 인명 및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장마가 종료가 안 된 상황입니다."

충남·서해안을 중심으로 16일과 17일 사이 많은 비가 내리면서 인명과 재산 피해가 속출했다. 특히 충남 홍성과 서산엔 이틀 사이 400mm가 넘는 비가 집중됐다.

기상청 공상민 예보분석관은 16일과 17일 사이 중부 지방에 내린 많은 비는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상청이 지난 3일 '제주와 남부지방의 장마가 끝났다'고 발표한 바 있기에, 시민들 사이에서는 '장마가 끝났는데 왜 이렇게 큰 비가 오래 내리냐'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BBC가 인터뷰한 전문가들은 모두 '장마가 아직 끝난 게 아니'라고 분석했다.

'장마 끝나지 않았다'

침수된 예산 내포신도시
뉴스1
17일 오전엔 충남 예산 내포신도시 일부 지역이 침수됐다

공상민 예보분석관은 중부지방에 집중된 폭우가 "장맛비라고 해도 큰 무리가 없다"며 그 원인이 장마전선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공 분석관은 북태평양 고기압이 남하해 정체전선이 만들어졌고 "중부 지방은 정체전선 형태가 나타나면서 강수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마전선은 매년 6월~8월 사이 남쪽의 덥고 습한 공기를 머금고 북상하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북쪽의 오호츠크해 고기압 등과 만나 형성돼 한반도와 일본을 중심으로 많은 비를 뿌리는 정체전선을 이른다.

장마 특이기상연구센터장인 장은철 공주대 교수도 이번 비를 뿌린 전선에 대해 "예측되는 시기 안에서 다시 만들어졌다"며 "기존 장마전선이랑 거의 비슷한 형태"라고 말했다.

"동서로 길게 나타난 전선이 구성하는 메커니즘 자체가 늘 있어왔던 장마전선의 타입 중 하나입니다."

'장마가 끝난 것이 아니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이들은 '아니'라고 답했다.

기상청은 지난달 20일 전국에 장마가 시작됐다고 발표했으나, 비는 초창기 며칠에 집중된 이후 내리지 않았다. 이에 기상청은 지난 3일, 제주는 6월 26일 기준, 남부 지방은 7월 1일 기준 장마가 끝났다고 발표했다.

공 분석관은 기상청이 "제주와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장마가 끝났다고 발표했지만, 중부지방에 대해선 장마 종료를 선언한 적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부와 제주도는 상공의 찬 공기가 내려오더라도 여러 가지 조건을 봤을 때 북태평양 고기압이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 봐서 장마가 종료됐다고 봤지만, 중부는 그렇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공 분석관은 또 "이번에 내린 비도 북태평양 고기압 위를 누르고 있던 티베트 고기압이 무너져 찬공기가 내려올 수 있는 구조가 되면서 강한 비를 내리는 전선이 형성됐는데, 남부는 이미 기단이 많이 변해 그럴 여지가 적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올 장마 초기 비가 유독 적게 내렸던 이유에 대해서 장 교수는 "올해는 이례적으로 북태평양 고기압이 굉장히 빠르게 올라가버렸다"며, 이는 "최근 10년 내엔 유일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언제든 한반도 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고기압은 다시 형성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지금이 딱 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장마 끝났다던 남부' 극한 호우 원인은?

침수된 광주 광산구 첨단사거리의 모습
뉴스1
광주·전남 지역엔 17일 오전 시간당 80mm의 극한호우가 내려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한편 17일 오전에는 기상청이 장마 종료를 선언한 남부 지방에서도 극한호우가 이어졌다. 전남 나주는 오전 한 때 시간당 강수량이 86mm를 기록하기도 했고 광주에도 시간당 70mm 이상의 비가 쏟아졌다. 차량과 건물 침수 피해가 잇따랐으며 광주 영산강 용산교에 홍수 경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기상청은 이 비가 충청과 경기 지역에 집중된 비와는 "패턴이 다르다"고 설명한다.

공 분석관은 중간인 "전북 지역엔 많은 비가 내리지 않았다"며 "장마전선이 중부 지방을 중심으로 정체해 있기에" 남부 지방에 많은 비를 뿌린 원인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광주 등 호남지역에 집중된 비에 대해선 "대기 불안정이 큰 상황 속에서 상공에선 찬 공기가 내려와 대류가 불안정해지면서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내렸다"고 분석했다. 또 "기온이 높아 대기 중 수증기 함량이 높은 것"도 원인으로 꼽았다.

"광주 지역은 지난 새벽 내린 비처럼 지속해서 내리지 않고 약 2시간 가량 집중적으로 내리고 물러났습니다."

장마, 그렇다면 언제 끝나나?

기상청은 이번 비가 최소 19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18일까지 예상 시간당 강수량은 충청권이 50~80mm, 일부 충남 지역은 80mm 이상, 전국 대부분 지역은 30~50mm다. 기상청은 침수 피해에 각별히 유의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마가 언제 끝날지는 아직 예상할 수 없지만 다음주가 기점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공 분석관은 "다음 주에 또 북태평양 고기압이 또 재확장을 하고 강하게 유지된다면, 중부에 장마 종료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라 설명했다.

장 교수는 현재 북상 중인 태풍이 변수가 될 거라 전망했다. 그는 "태풍이 비만 내리는 게 아니라 고기압을 같이 몰고 올라온다"면서 "태풍이 밀려난 다음에 고기압이 다시 남하할지, 올라온 상태를 그대로 유지할지에 따라 장마 종료 시점이 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한반도의 장마는 평균적으로 6월 하순에 시작돼 7월 하순에 종료됐다. 평년 시작일은 중부가 6월 25일, 남부가 6월 23일, 제주가 6월 19일이었고 평균 종료일은 중부가 7월 26일, 남부가 7월 24일, 제주가 7월 20일이었다.

역대 장마가 가장 짧았던 해는 1973년으로 당시 중부지방 기준 6월 25일에 시작된 장마는 6일 만인 6월 30일에 끝났다.

반면 2020년 장마는 중부지방 기준 6월 24일에 시작돼 8월 16일까지 이어져 최장 54일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전국의 장마 종료일은 7월 27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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