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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국경에 국가 비상사태' 선포

1일 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취임식에서 "미국의 쇠퇴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멕시코와 접한 남부 국경에 대한 국가 비상사태 선포 등 광범위한 여러 행정 조치를 통해 신속히 대처하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은 "확신하고, 낙관한다"면서 퇴임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난 4년을 가리키는 듯 자신은 "끔찍한 배신을 완전하고도 철저하게 되돌린다"는 임무를 맡아 백악관으로 돌아왔다고 언급했다.

평화롭게 진행된 정권 이양식이 끝나고, 트럼프 대통령은 국경 단속, 미국의 에너지를 증진, 정부가 의무화한 다양성 프로그램 중단 등 일련의 행정 명령에 서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외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탓에 워싱턴 DC 국회의사당 중앙홀(캐피털 로툰다) 실내에서 진행된 이번 취임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황금기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고 연설했다.

그러면서 국경에 군대를 파견하고, 일부 갱단과 마약 카르텔을 해외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며, 이민자들이 미국이 아닌 멕시코에 머물며 망명 절차를 기다리도록 강제해 논란의 여지가 있는 '멕시코 잔류' 정책을 재시행하는 등 취임 즉시 실시할 여러 정책에 대해 소개했다.

"모든 불법 입국은 즉시 중단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은 새 행정부는 "수백만 명에 달하는 외국인 범죄자들을 그들이 왔던 곳으로 돌려보내는 절차에 착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위협과 침략으로부터 우리 나라를 지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 책임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취임식에 앞서,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관료들은 공식 취임 이후 시행 예정인 행정명령 수십 개에 대해 설명했는데, 이 중 10개는 한 관료가 "상식적인 이민 정책"이라 표현한 내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선 트럼프 집권 이후 출생지 시민권제를 종료할 계획이라고 한다. 즉, 서류 미비 이민자가 미국에서 자녀를 출산해도 그 자녀들에게는 더 이상 자동으로 미국 시민권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러나 출생 시민권은 미국의 헌법에 명시된 내용으로, 이를 개정하기 위해서는 상·하원 모두에서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이 관료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더 이상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아울러 새 행정부는 합법적인 입국 항구를 통해 미국 입국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예약 애플리케이션인 'CBP 원'도 신속하게 폐기했다.

바이든 행정부 관료들은 지난 2023년 1월 이민자들을 위해 처음 도입된 이 앱이 국경에서의 구금 횟수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이는 미국-멕시코 국경에서 망명을 요청할 수 있는 유일한 합법적인 경로였다.

그러나 이제 미국 관세국경보호청 웹사이트는 해당 앱은 "더 이상 사용 가능하지 않다"고 설명하고 있으며, 앱 사용자들도 'CBP 원을 통해 예약된 기존 예약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안내문 밖에 볼 수 없다.

BBC의 미국 현지 파트너인 CBS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이민자들이 미국에 입국할 수 있도록 CBP 원을 통해 향후 3주 동안 예약 약 3만 건을 잡았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현재 멕시코에 최대 27만 명에 달하는 이민자들이 CBP 원을 통해 미국에 입국할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고 추산한다.

멕시코 내 접경 도시 티후아나의 일부 이민자들은 CBP 원 프로그램 폐지 소식에 패배감과 낙담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카르텔의 폭력을 피해 뇌전증에 걸린 아들을 데리고 고향을 떠났다는 멕시코 출신 여성 오랄리아는 "신이 그(트럼프)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기를 바란다"면서 "우리는 정말로 이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오랄리아는 지난 7개월 동안 CBP 원을 통해 예약할 수 있길 바라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2기 행정부의 시작을 알리는 이번 취임 연설에서 미국 무역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편"하고, 국가 에너지 비상 사태를 선포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앞서 신임 트럼프 행정부 관료들은 이러한 비상 사태 선포가 소비자들이 감당하는 높은 에너지 비용을 해결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국민을 부유하게 하기 위해 외국에 관세와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연설한 가운데 실제로 관세는 트럼프 새 행정부 경제 정책의 핵심이다. 다만 앞서 신임 관료들은 취임식 당일에 당장 새로운 관세가 발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부터 캐나다, 멕시코, 중국산 수입품에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트럼프는 멕시코만을 '아메리카만'으로 이름을 바꾸어 놓을 것이며, 북미 최고봉인 디날리산의 이름을 '매킨리 산'으로 다시 바꾸겠다며 격렬한 발언을 이어 나갔다. 앞서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은 매킨리산의 이름을 디날리산으로 개칭했다.

아울러 미국 선박을 "불공정하게" 대우하며, 중국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파나마 운하를 미국이 "되찾겠다"는 약속도 거듭 반복했다.

"우리는 파나마 운하를 중국에 내준 게 아니"라는 트럼프 대통령은 "파나마에 준 것"이라면서 "그리고 우리는 이제 이를 되찾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신임 관료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정부 내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프로그램을 종료하고, 미국 정부 정책에는 남성과 여성이라는 두 가지 성별만 존재함을 공식화할 예정"이라고 한다.

트럼프 대선 당선인은 현지 시각으로 이날 정오경 미 국회의사당에서 공식적으로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그리고 곧바로 여러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취임 연설에 이어 오찬과 퍼레이드가 이어졌으며, 저녁에는 축하 무도회가 이어지게 된다.

퍼레이드에는 약 2만 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행사 장소는 워싱턴 DC를 덮친 한파로 인해 지난 주말 '캐피털 원' 경기장 실내로 변경되었다.

이는 미 국회의사당 실외 경내에서 행사를 관람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입장객이 약 22만 명임을 감안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취임식 당일인 20일 아침, 경기장 중앙에는 책상 하나가 등장했는데,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곳에서 지지자들 앞에서 예고한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으로 추측한다.

추가 보도: 윌 그랜트 기자(멕시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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