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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트럼프 취임 연설 속 약속과 위험

1일 전

현실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을 등에 업고 재집권에 성공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취임 연설에서 미국의 새로운 "황금기"를 약속했다.

약속과 모순이 뒤섞인 해당 연설은 그가 2기 행정부에서 직면하게 될 기회와 도전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여론 조사를 통해 미국 유권자들의 최대 관심사임이 증명된 이민 및 경제 문제에 특히 주목했다. 아울러 정부 주도의 다양성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공식적으로 남성과 여성이라는 2가지 성별만 인정하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이 마지막 발언에 국회의사당에 모인 취임식 참석자들은 물론 근처 경기장에 모인 지지자들은 열렬히 환호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대선에서 민주당과 트럼프가 가장 극명히 대치되는 입장이었던 문화 이슈가 앞으로도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층과 소통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 중 하나로 활용될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 새로운 시대가 수반할 변화에 관해 설명하기 앞서 현재 미국 정치 환경을 부정적으로 묘사했다.

물러나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다른 민주당 인사들이 굳은 표정으로 한쪽에 자리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정부가 "신뢰의 위기"에 직면한 상태라고 꼬집었다. 그뿐만 아니라 2020년 대선 결과에 이의를 제기한 자신을 수사 및 기소하고자 했던 법무부를 향해 "악의적이고 폭력적이며 불공정하게 무기화"되었다고 비난했다.

자신은 "끔찍한 배신"을 되돌릴 의무를 지닌 채 백악관으로 복귀했다는 발언에 이어 "급진적이고 부패한 기득권층"이 미국 시민들로부터 권력과 부를 빼앗아왔다는 맹비난을 쏟아냈다.

지난 10년간 트럼프 연설에 자주 등장했던 대중주의적, 반엘리트적인 발언의 일환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미국 정치 권력의 정상을 향해 막 오르기 시작했던 지난 2015년과 달리 현재 그는 그 누구보다도 신진 엘리트들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아울러 이렇게 연설하는 그의 뒤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영향력 있는 기업가들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취임식 당일, 트럼프 당선인은 집중된 관심 속 자신의 계획을 밝혔다. 앞서 새 행정부의 관료들은 이민, 에너지, 무역, 교육 및 뜨거운 주제인 문화 이슈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행정 조치 수백 개를 약속한 바 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연설을 통해 그중 몇 가지를 자세히 설명했다. 우선 에너지와 이민자 이슈와 관련해 국가 비상 사태를 선포해 국경에 군을 배치하고, 망명 신청자들의 권리를 대폭 제한하며, 에너지 생산 확대를 위해 대규모의 연방 토지를 재개방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멕시코만을 '아메리카 만'으로 개칭하고, 파나마 운하를 되찾아오겠다는 약속도 또 한 번 반복했다.

그는 미국의 주요 수로인 파나마 운하를 중국이 운영하고 있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펼치며 해군 함정 등 미국 선박에 부과되는 파나마 운하 통행료가 지나치게 비싸다고 비난했다. 이는 향후 파나마 정부와의 협상에서 원하는 진짜 목표가 무엇인지 암시하는 부분일 수도 있다.

"미국은 다시 한번 성장하는 국가가 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부를 확대하고 "우리의 영토"를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이 마지막 발언은 이미 그린란드를 매입하고,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겠다는 그의 발언에 우려를 표명했던 동맹국들의 관심을 끌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에도, 이번 연설에도 여러 가지 굵직한 약속을 내놓았다. 그리고 이제 진짜 대통령이 된 지금, 그는 공약을 어떻게 이행하고, 자신이 예고한 "황금기"는 무엇인지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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