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의 권력을 견제 및 제한할 수 있는 방법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다시 한번 백악관에 입성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임기 중 대대적인 변화를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취임 직후부터 미국-멕시코 국경 지역에 국가 비상 사태 선포하고, 마약 카르텔을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고, 2021년 1월 6일 미국 국회의사당 점거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을 사면하는 등 여러 행정 명령에 줄줄이 서명했다.
지난해 공화당 후보로 출마한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기간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이민자 추방 정책을 시행하고, 정부 관료제의 몸집을 줄이며, 세금을 낮추고, 외국 수입품에 새로운 관세를 도입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리고 공식적으로 취임한 현재, 이러한 목표를 이루는데 여당이 과반을 차지한 의회와 보수파가 우위를 차지한 연방대법원이 도움이 되길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권력을 제한하는 여러 견제와 균형 장치, 도전 과제들이 존재한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 실현을 제한할 6가지 요소에 대해 살펴봤다.
1. 간신히 절반을 넘은 의석 수
현재 공화당이 상, 하원 모두에서 과반 넘게 의석을 차지하고 있으나, 그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지난해 11월 선거를 통해 하원에서 공화당은 220석을, 민주당은 215석을 차지했다. 이후 공화당 하원의원 2명이 사직했으며, 추가로 1명 더 사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공화당의 의석 수는 민주당보다 겨우 2석 더 많을 뿐이다.
비어 있는 의석에 대한 보궐선거는 앞으로 몇 달 안에 치러질 예정이다.
미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의 정책, 법, 정치학 전문가인 마크 피터슨 교수는 BBC 스페인어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대사에서 가장 몸집이 작은 다수당"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공화당은 내부적으로 "단단히 뭉친 상태"이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복잡한 여러 사안에 관해 의원들을 모두 하나로 묶기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편 상원의 경우 공화당이 53석, 민주당이 47석을 차지하고 있다. 야당의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 제도(필리버스터)를 막을 수 있는 60석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물론 조정(reconciliation) 절차에 따라 단순 과반인 51표만 넘기면 예산안을 승인할 수 있다.
피터슨 교수는 공화당이 조정 절차를 통해 일부 목표는 이룰 수 있을지 모르지만, "민주당은 거의 모든 것을 저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기 행정부 초반에도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양원에서 여당이 다수당인 상태였으나, 통과시킬 수 있던 주요 법안은 세금 감면 법안뿐이었다고 지적했다.
2. 독립적인 사법부
미 연방대법원은 미국 최고 법원으로, 공석이 생길 때마다 대통령이 판사를 임명해 채운다.
총 9명의 대법관 중 현재 6명이 보수파로, 이 중 3명은 트럼프 대통령의 1기 행정부 시절 임명되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의제를 언제나 지지하는 판결을 내리라는 보장은 없다.
일례로 지난 2022년,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한 판사들도 포함된 연방 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연방 차원의 임신중지권 보호 조치 철폐를 실현했다.
그러나 공화당의 희망과는 달리, '오바마케어'로도 널리 알려진 '건강보험 개혁법'의 일부 보호 조치와 성소수자들을 직장 내 차별에서 보호하는 일부 조치도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했던 2020년 대통령 선거 결과를 뒤집지도 않았으며, 아동기에 불법으로 미국에 입국한 일부 이민자를 보호하는 'DACA' 프로그램도 존속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아울러 '퓨 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연방대법원 판사를 제외하면 현직 지방법원 판사 중 60%가 민주당 출신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인물들로, 공화당 소속 대통령이 임명한 판사는 40%에 불과하다고 한다.
피터슨 교수는 지방법원 판사들은 대법원이 정한 법과 판례에 따라 판단한다고 강조하면서, 사법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중대한 제3의 정부 기관"이라고 설명했다.
3. 주 정부 및 지방 정부
미국의 연방 구조상 백악관이 바꿀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우선 미국 헌법 제10조는 주 정부에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한다. 주 정부는 전통적으로 치안, 보건, 교육, 사회 복지, 형법, 노동 규제, 재산 관련 법을 관리한다. 카운티와 도시는 공공 안전, 도시 계획, 토지 사용에 대해 자체적으로 관리한다.
피터슨 교수는 앞으로 민주당이 이러한 권한을 활용하여 보다 더 지역 차원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에 제동을 걸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현재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는 최대 규모의 주이자 국가로 따져도 세계에서 "5번째로 큰 경제 규모"를 차지한다면서, "캘리포니아는 보편적으로 민주적이거나, 자유주의적이거나, 진보적이지는 않지만, 그 방향으로 향해 적극적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터슨 교수는 캘리포니아가 이 방향으로 더 나아가길 기대한다면서 다른 주들 또한 "트럼프 행정부가 원하는 바와는 독립적으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거나, 트럼프 행정부에 도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 텍사스와 다른 주들이 바이든 및 오바마 행정부에 도전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현재 미국 50개 주 중 주지사가 민주당 출신인 곳은 23개에 달한다.
이민자 대량 추방과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 중 일부는 지역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기에, 주 혹은 지방 정부가 저항할 경우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실제로 많은 도시와 주가 이민자를 위한 "성역"을 자처하며 연방 정부와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을 제한하고 있다.
4. 미국 공무원
한편 공화당은 트럼프 1기 당시 공무원들의 저항이 의제를 실행하는 데 방해가 되었다고 불평한다.
그리고 임기 후반,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공무원 수천 명을 해고하고 그 자리를 자신의 지지자로 교체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집권하고 이 행정명령은 폐지되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이와 유사한 행정명령에 또 한 번 서명했다. 아울러 재택근무를 하던 연방 공무원들에게 사무실로 복귀하라고 명령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보수 단체들은 공무원 대신 투입하기 적합한 전문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 직원 노조'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새로운 행정명령에 맞서 법적 조치에 나섰다.
피터슨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가 결국 정부 기관 및 노동조합의 저항은 물론 법적, 정치적으로 강한 저항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5. 시민 사회와 언론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자유주의 성향의 언론 매체 및 '미국 시민 자유 연맹(ACLU)'과 같은 시민 사회단체로부터 계속해서 지탄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회원 수가 170만 명에 달하는 ACLU는 트럼프의 이 같은 조치가 이민자 가족을 분리시키고, 시민들의 재생산권을 침해하며, 연방 정부가 시위 및 정치적 반대파들을 탄압할 수 있게 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그리고 21일, ACLU와 다른 시민 단체들은 미국에서 태어나면 자동으로 미국 시민권을 부여하는 출생지 시민권제를 폐지한다는 조치에 이의를 제기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트럼프 반대파 중에는 언론 분야에 대해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워싱턴 포스트', 'LA 타임스'가 전통을 깨고 지지하는 후보를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두 언론사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경쟁자였던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을 지지할 것으로 예상된 바 있다.
워싱턴 포스트의 소유주이자 '아마존'의 설립자인 억만장자 제프 베조스는 "언론이 편향적이라는 대중의 인식이 커지고 있기에 (지지 후보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결정이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12월, 베조스는 트럼프 취임식에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힌 데 이어, 플로리다 소재 트럼프의 마라라고 자택에서 당선인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억만장자이자 LA 타임스의 소유주인 패트릭 순-시옹은 언론사의 후보 지지가 미국 내 분열을 악화할 수 있음을 우려한다고 언급했다.
6. 인기
한편 트럼프 대통령 또한 여론의 향방을 주시할 것이다. 피터슨 교수는 전체 최종 득표율로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유권자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49.9%로 당선되었다면서 이는 해리스 후보(48.4%)에 비해 불과 1.5%p 앞선 수치라고 설명했다.
"역대 대선 중 가장 근소한 차이로 당선된 사례 중 하나"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선 당시 트럼프를 뽑았던 사람들이 그의 모든 정책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개인적으로 트럼프를 좋아하지 않지만, 세금 감면 및 규제 완화를 원하기에 지지한 이들도 있고, 그가 높은 물가를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지라고 생각했기에 표를 던진 이들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 행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기 유지 및 2026년 중간 선거에서의 공화당 승리를 보장하고자 부분적으로 의제를 완화하라는 압박을 받을 수도 있다.
또한 일부 전문가들은 경제를 활성화하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이 관세 부과, 이민자 추방과 같은 다른 계획에 의해 약화될 수 있다고 말한다.
우파 성향의 공공 정책 연구 기관인 '후버 연구소'의 경제학자 존 코크레인은 결국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변의 친기업 집단과 국경 통제, 중국과의 경쟁과 같은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국수주의자"들 간의 긴장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코크레인은 "분명한 것은 두 집단 모두 원하는 것을 얻을 수는 없다"면서 "그게 핵심이고,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이유"라고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