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내각 인사로 확정되거나, 거론되거나, 제외될 이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행정부의 첫 공식 인선으로 백악관 비서실장, ‘국경 차르’, UN 주재 대사, 환경보호청장을 지명했다.
정권인수위원회는 다음 달 1월 20일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를 앞두고 여러 직책의 후보자들을 검증하고 있다.
우선 트럼프의 선거 운동을 이끌었던 수지 와일스가 여성 최초로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임명됐으며,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일했던 톰 호먼은 국경 및 이민자 정책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미국의 대통령은 약 4000명을 임명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수개월이 소요되기도 한다.
이미 인선이 완료된 직책은 물론 주요 직책의 후보로 거론되는 이들에 대해 자세히 살펴봤다.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왈츠
최근 BBC의 미국 파트너인 CBS 뉴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이 차기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마이크 왈츠 연방 하원의원(플로리다주)을 임명했다고 보도했다.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을 노리는 여러 위협에 대해 대통령에게 조언하는 역할로, 왈츠 의원은 이스라엘,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과 관련해 미국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조율하는 데 관여할 것으로 보인다.
영향력 있는 직책으로 여겨지는 자리로, 따로 상원의 인준이 필요하지 않다.
‘국경 차르’ 톰 호먼
‘국경 차르’ 자리는 트럼프 선거 운동의 핵심 공약이었던 서류 미비 이민자 수백만 명의 추방을 담당할 예정이기에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트럼프는 ‘트루스 소셜’을 통해 톰 호먼은 국경 통제에 대해 “충실한” 인물이라며 지명 사실을 발표했다.
경찰관 출신인 호만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국장 대행을 지냈으며, 이민자 문제에 있어 무관용 정책을 주장해 온 인물이다.
호먼은 지난 7월 “내년 1월 트럼프가 돌아오면 나 역시 돌아올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그리고 저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추방을 진행할 것입니다.”
UN 대사: 엘리스 스테파닉
BBC의 미국 파트너 CBS 뉴스가 확인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엘리스 스테파닉 연방 하원의원(뉴욕주)이 UN 대사직을 제안받았다고 한다.
스테파닉 의원은 지난 2019년 트럼프 탄핵 청문회는 물론 올해 대학교 총장들을 향해 교내 유대인 혐오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며 전국적인 관심을 받은 바 있다.
트럼프는 ‘뉴욕 포스트’에 보낸 성명에서 “스테파닉 의원은 놀랍도록 강하고, 굳세며, 똑똑한 ‘미국 우선주의’ 투사”라고 칭찬했다.
미국에서 UN 대사직은 상원의 인준이 필요한 자리다. 그러나 트럼프는 차기 상원 지도자에게 전통적인 인준 표결 없이 자신이 임명할 수 있도록 요구한 상태다.
환경보호청장: 리 젤딘
리 젤딘 전 연방 하원의원(뉴욕주)은 자신이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환경보호청(EPA) 청장 자리를 맡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측도 이를 사실로 확인해줬으며, 이제 상원의 동의가 필요하다.
EPA 청장은 미국의 기후 정책을 앞장서 이끌게 된다.
젤딘 전 의원은 X(구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미국의 에너지 지배력을 회복하고, 자동차 산업을 활성화해 미국의 일자리를 되찾아 올 것이며, 미국을 AI 분야의 리더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우리는 깨끗한 공기와 물에 대한 접근성을 보호하면서도 이러한 성과를 거둘 것입니다.”
젤딘은 2020년 대선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법정 소견서에 지지 서명한 공화당 출신 하원의원 126명 중 한 명일 정도로 오랫동안 트럼프를 지지해 온 인물이다.
2015~2023년 연방 하원에서 뉴욕주를 대표해 활동하는 동안 여러 환경 정책 확대에 반대표를 던져온 젤딘 전 의원은 이미 첫날부터 “규제를 되돌리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환경 단체들은 환경 문제에 대해 그가 던진 투표 기록을 바탕으로 그리 좋지 않게 평가한다.
백악관 비서실장: 수지 와일스
수지 와일스(67)와 크리스 라시비타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이번에 트럼프가 카멀라 해리스를 꺾고 승리를 거둘 수 있게 해준 숨은 주역이다.
트럼프는 승리 연설에서 와일스의 침착함과 차분함을 두고 ‘얼음 아가씨’라고 표현한 바 있다. 그러면서 수지는 뒤에 있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와일스는 트럼프가 2기 행정부 인사로 처음 지명한 인물이다.
백악관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하나로, 대통령이 일상 업무를 보는 웨스트윙의 일상적인 업무를 감독하고, 대통령실을 관리한다.
와일스는 1980년 로널드 레이건의 성공적인 대선 캠페인부터 릭 스콧과 론 드산티스의 플로리다 주지사 당선에 이르기까지 수십 년 동안 공화당을 위해 일해온 인물이다.
공화당 내에서 와일스는 존경심을 불러일으키는 인물이자, 자존심 강한 트럼프 측근들을 잘 아우르는 능력을 갖췄기에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거쳐 간 4명의 비서실장들과는 달리 질서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법무장관직에는?
한편 트럼프 2기 행정부 인선에서 법무 장관보다 더 중요한 일도 없을 것이다.
1기 행정부에서 법무장관을 지낸 제프 세션스, 윌리엄 바 모두와 관계가 좋지 않았던 트럼프 당선인은 마치 ‘투견’처럼 검찰권을 휘두를 충성파 인물을 법무 장관직에 앉힐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가 임명한 이후 바이든 정권 아래 트럼프의 기밀문서 사건을 기각한 에일린 캐넌 연방 판사,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는 트럼프를 도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제프리 클라크 전 법무부 차관보,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기소 및 탄핵을 당한 적 있는 켄 팩스턴 텍사스주 법무 장관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아울러 세션스 당시 법무 장관이 트럼프의 요청으로 사임한 후 3개월간 법무장관 대행을 맡았던 매튜 휘태커, 닐 고서치 연방대법관의 서기를 지냈으며 트럼프를 비판하는 이들 언론인을 향해 폭탄 위협을 가한 적 있는 우파 활동가 마이크 데이비스, 트럼프의 예산실에서 근무하며 법적으로 대통령이 법무부의 결정에 관여해서는 안 될 이유가 없다고 말했던 마크 파올레타 등도 언급되고 있다.
국무장관직에는?
미국의 국무장관은 외교 분야에서 대통령에게 조언하는 주요 직책으로, 국외에서는 미국을 대표해 최고 외교관직으로 활동한다.
이 요직의 후보로 거론되는 이들 중 가장 눈에 띄는 이는 최근까지도 트럼프의 부통령 후보로 거론됐던 마르코 루비오(53) 연방 상원의원(플로리다주)이다.
루비오 의원은 중국에 대해 매파적인 인물로, 2016년 공화당 예비선거에서는 트럼프에 반대했으나, 이후 태도를 바꿨다. 현재 상원 외교위원회의 선임 위원이자, 상원 정보위원회 부의장이다.
그 외 거론되는 후보로는 생명공학 기업가이자 이번 공화당 대선 후보 경쟁에 뛰었던 비벡 라마스와미,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직을 맡았던 로버트 오브라이언,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주일 대사를 지냈으며 현재 연방 상원의원(테네시주)인 빌 해거티, 트럼프 1기 때 매파 성향의 이란 특사를 지냈으며, 현재 국무부의 정권 인수 과정을 이끌고 있는 브라이언 훅이 있다.
그러나 국무장관을 노리는 다크호스로는 독일 대사, 발칸 특사, 국가정보국장 대행을 역임했으며, 충성파로 꼽히는 리처드 그레넬(58)을 꼽을 수 있다.
그레넬은 2020년 대선 패배를 뒤집으려는 트럼프의 노력에 깊이 관여했으며, 지난 9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트럼프와의 비공개 만남에도 배석한 바 있다.
국가정보/국가안보와 관련한 자리는?
전투적인 성향을 자랑하는 그레넬이기에 어쩌면 국무장관보다는 상원의 인준이 필요 없는 국가안보보좌관 자리가 더 맞을 수도 있다.
그 외에는 존 랫클리프 전 국가정보국장,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의 국가안보 보좌관이었던 키스 켈로그, 국방부 관료 출신인 엘드리지 콜비,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 출신으로 트럼프 임기 마지막 달 국방장관 대행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충성파 캐시 파텔(44) 등도 국가안보보좌관 후보 물망에 올랐다.
특히 국방장관 대행의 비서실장으로 조 바이든 행정부로의 정권 인수를 막는 데 일조한 파텔은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후보 물망에도 올랐다.
아울러 트럼프는 2017년 자신이 지명했으나 이후 사이가 틀어진 크리스 레이 연방정보국(FBI) 국장을 해임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인데, 그 후임으로는 트럼프가 직접 지방검사로 지명했던 제프리 젠슨이 언급되고 있다.
국방장관직에는?
과거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의 1기 행정부 후반 국방장관 직무대행을 맡았던 크리스토퍼 밀러를 국방장관 후보로 거론한 바 있다. 육군 특수작전부대 대령으로 퇴역한 밀러는 ‘국가대테러센터’를 이끈 바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트럼프 2기 행정부를 위해 보수 싱크탱크가 작성한 정책 제안서인 ‘프로젝트 2025’의 국방 부문을 작성한 인물이기도 한데, 트럼프는 선거 기간 해당 제안서와 거리를 두고자 했다.
그 외의 후보로는 마이클 왈츠, 로버트 오브라이언 등이 거론된다.
재무장관직에는?
트럼프 당선인은 자유무역 회의론자로 앞서 미국 무역부의 대표로 중국과의 관세 전쟁을 이끈 로버트 라이시저를 재무장관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 외에도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으로 트럼프 당선인의 경제 고문이 된 스콧 베센트, 헤지펀드 업계의 또 다른 거물인 존 폴슨,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직을 지낸 제이 클레이튼,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을 지냈으며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 채널의 금융 평론가로 활동 중인 래리 커들로 등이 재무장관직 후보 물망에 올랐다.
상무장관직에는?
현재 정권인수위원회 공동위원장직을 맡고 있는 린다 맥마흔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중소기업청장직을 지냈으며, 현재 미국 상무부를 이끌고 일자리 창출을 이끌 상무장관직 주요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 외에 브룩 롤린스 전 백악관 국내정책자문회의 사무처장 대행, 트럼프 1기 막판에 1년간 연방상원의원직을 수행했던 켈리 레플러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내무장관직에는?
자기 애완견을 죽인 적 있다는 기이한 고백으로 인해 트럼프의 러닝메이트 후보군에서 제외된 바 있는 크리스티 놈 사우스다코타 주지사는 공공 토지와 천연자원을 관리하는 내무부의 수장으로서 트럼프에 대한 충성심을 보여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놈 주지사 외에도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도 내무장관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에너지장관직에는?
버검 주지사는 트럼프의 석유 시추 슬로건인 '드릴, 베이비, 드릴'을 이행하고. 미국 에너지 정책을 개편할 에너지장관으로도 언급되고 있다.
작은 기업을 일궈 2001년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한 소프트웨어 기업가 출신인 버검 주지사는 이번 공화당 예비선거에 잠시 출마했다가 사퇴하면서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다. 그리고 그리 튀지 않는 성격과 부유한 개인 자산으로 트럼프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아울러 댄 브루일레 전 에너지장관도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악관 대변인직에는?
트럼프 선거 캠프의 대변인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캐롤라인 리빗(27)은 이미 백악관 부대변인으로 활동한 바 있으며, 현재 유력한 대변인 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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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는?
한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70)는 이미 잘 알려진 대로 환경 전문 변호사이자 백신 회의론자이며,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이기도 하다.
트럼프 당선인 캠프와 가까운 몇몇 사람들은 CBS에 케네디 주니어가 보건장관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고 귀띔했다.
비록 의학 관련 자격증은 없는 케네디 주니어이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일종의 ‘공중보건 차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과거 뉴욕 센트럴파크에 곰 사체를 유기하는 등의 논란으로 인해 후보 배경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추측도 있다.
만약 보건장관이 된다면 그는 농업부, 환경보호청(EPA),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식품의약안전국(FDA)의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론 머스크는?
세계 최고 부자이기도 한 일론 머스크(53) CEO는 트럼프의 재선을 위해 수백만달러를 쏟아부었다. 그리고 비평가들은 그가 자신이 경영하는 ‘테슬라’, ‘스페이스 X’, ‘X’에 영향을 미칠 규제 제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본다.
트럼프와 머스크 CEO 모두 머스크가 신설될 ‘정부 효율성 위원회(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를 이끌며 비용을 절감하고 “거대하며 숨막히는 연방 관료주의” 간소화를 추진한다는 생각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정부 효율성 위원회’의 머리글자를 따 줄이면 ‘DOGE’가 될 텐데, 이는 과거 머스크가 홍보했던 ‘밈 코인’인 ‘도지 코인(Dogecoin)’을 생각나게 하는 부분이다.
한편 머스크 CEO는 국제 외교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 이미 지난 6일에는 트럼프 당선인과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첫 전화 통화에 함께했다.
제외될 인물은?
지난 9일, 트럼프 당선인은 트루스 소셜을 통해 “니키 헤일리 전 UN 대사나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은 다시는 나를 위해 일할 수 있도록 초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트럼프의 오랜 지지자인 로저 스톤이 헤일리와 폼페이오를 트럼프 의제에 반대하는 ‘사악한 5번째 기둥’을 형성할 가능성이 있는 ‘네오콘’ 인사로 지목한 지 하루 만에 나온 발언이다.
헤일리 전 대사는 이번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트럼프에 맞서 거칠게 비난한 바 있다.
1기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폼페이오는 유력한 국방장관으로 손꼽혔던 인물이다.
한편 톰 코튼 연방 상원의원(아칸소주)은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한 차기 상원에서 서열 3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스스로 다른 직무를 맡을 대한 가능성을 배제했다.
또한 마이크 리 연방 상원의원(유타주)도 내각에 도전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으나, 그는 ‘데저릿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내가 원하는 직책을 이미 맡고 있다”면서 공화당원들이 워싱턴에서 권력을 되찾으면서 이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