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만화 '드래곤볼'은 어떻게 외교 논쟁까지 일으켰나
일본 만화 ‘드래곤볼’의 작가 토리야마 아키라(68)가 지난 1일 별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 만화책과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사랑하는 수많은 팬들의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애도 물결 속에서 일부 팬들은 드래곤볼 시리즈가 거의 정확히 6년 전, 일본과 멕시코 사이의 외교 문제를 일으켰다는 사실을 회상하고 있다.
당시 멕시코 내 여러 도시에서 계획된 드래곤볼 공개 상영은 저작권 문제로 난관에 부딪혔고, 이에 일본 대사관이 나서서 개입해야 했다.
다행히 이 사건은 스튜디오가 관계자들과 합의를 이뤄내며 수습됐다.
그렇다면 당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때는 2018년으로, 100여 화가 넘는 에피소드로 구성된 ‘드래곤볼 슈퍼’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시즌1이 종영을 향해 가던 중이었다.
라틴 아메리카 전역의 여러 도시에선 마지막 남은 몇 화를 위해 상영 이벤트를 준비 중이었다.
멕시코 치와와주 시우다드후아레스에서는 한 그룹의 젊은이들이 지역 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아 도시의 한 광장에서 무료 공개 상영회를 조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이 공개 행사 소식이 퍼지자, 드래곤볼의 제작 스튜디오인 ‘토에이 애니메이션’은 냉담한 성명을 발표했다. “토에이 애니메이션은 이러한 공개 상영회를 승인하지 않았으며, 이러한 행사를 지원하거나 후원하지 않으며, 당사 또는 당사의 어떤 타이틀도 승인되지 않은 에피소드를 상영하는 그 어떠한 기관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성명은 이어 “저작권법을 지지하고, 수천 명의 사람들과 많은 노동 분야가 만들어낸 작품을 보호하기 위해 공식 플랫폼과 방송사에서 당사의 작품을 즐겨주시길 요청드리며, 불법 복제를 조장하는 불법 상영을 지지하지 말아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2018년 3월 16일 자로 주멕시코 일본 대사관이 코아우일라 주지사에게 보낸 서한에는 토에이 애니메이션의 우려를 반영해 불법 상영을 취소해달라는 요청이 포함돼 있었다. 이 서한은 온라인상에서 널리 유포됐다.

하지만 시우다드후아레스의 드래곤볼 팬들은 ‘해피엔딩’을 맞았다.
아르만도 카바다 시장이 스튜디오와의 협상에 성공해 시리즈의 두 번째 에피소드부터 마지막 에피소드까지 공개 상영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018년 3월 17일, 약 1만5000명의 시민들이 시우다드후아레스의 ‘멕시코 광장’에 모여 토리야마 작가의 작품을 즐겼다.
토리야마 아키라 작가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8일(현지시간)에도 이 시리즈에 대한 사랑은 쏟아져 나왔다.
셰필드에서 시카고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다양한 지역의 사람들이 BBC에 어린 시절 드래곤볼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들려줬다.
아민 이브라힘은 “이 애니메이션은 제 어린 시절의 전부였으며, 제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줬으며, 인생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영감을 줬다”며 “그의 사망 소식은 매우 슬프지만, 그의 작품은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비단 이브라힘만이 아니었다. 북아일랜드에 거주하는 알렉산터 스컬리언은 “어렸을 때부터 괴롭힘을 많이 당했고 때때로 자존감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러던 중 드래곤볼을 보기 시작했고, 이내 바로 빠져들었다. 작화, 스토리, 액션과 사랑에 빠졌다”고 전했다.

웨일스에 거주하는 사만다 하우튼도 비슷한 경험을 공유했다. 그는 만화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시리즈 중 하나인 ‘드래곤볼 Z’의 팬으로, “드래곤볼 Z 덕분에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의 외로운 시간을 잘 견뎌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일부 독자들에게 드래곤볼은 계속해서 삶의 일부가 됐다. 셰필드에 거주하는 조슈아 아이스트롭은 “영화관에서 ‘드래곤볼 슈퍼: 브로리’를 본 후, 영국의 첫 드래곤볼 컨벤션인 ‘사이야콘(SaiyaCon)’의 조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패널로 활동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전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끈 일본 만화 드래곤볼은 1984년 첫선을 보였다. 불경을 얻으러 가기 위해 순례를 떠나는 승려의 이야기를 다룬 중국의 16세기 고전소설 ‘서유기’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
드래곤볼에서 손오공이라는 소년은 소원을 들어주는 신룡을 깨우는 일곱 개의 마법의 구슬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드래곤볼을 찾는 것은 손오공만이 아니다. 그는 수많은 고난과 전투를 거치며 친구를 사귀고 적을 만나며 성장하는 기회를 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