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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발의된 '방송 3법' 중 하나인 방송법 개정안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방송법에 반대하며 전날 오후 4시부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해 합법적으로 의사 진행을 방해하는 행위)에 나섰다. 다만 필리버스터는 24시간이 지나면 표결로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민주당은 오는 21일부터 24일까지 본회의를 열어 방송 3법 중 나머지 두 개 법안과 노란봉투법, 상법개정안 등 다른 쟁점 법안 본회의 처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 방침을 정한 만큼 24시간마다 법안을 한 건씩 처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방송 3법'이란

'방송 3법'은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하나로 묶어 말하는 표현이다.

법안마다 국내 대표 공영방송인 한국방송공사(KBS)·문화방송(MBC)·한국교육방송(EBS) 등이 주요 적용 대상으로, 전반적인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번에 통과된 방송법 개정안의 경우 KBS의 이사회 구성 변화가 핵심이다. 기존 11명이었던 이사 수를 15명으로 확대하고, 국회 추천 인사 비율도 기존 100%(여당 7명·야당 4명)에서 40%로 조정된다.

이에 따라 이사 15명 중 6명을 국회에서 추천할 수 있게 되는데, 정당별 추천 인원은 교섭단체(20석 이상) 의석 수 비율에 따라 결정된다.

나머지 이사는 임직원(3명), 시청자위원회(2명), 방송∙미디어학회(2명), 변호사 단체(2명)에서 추천한다.

KBS 사장은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사추위)가 추천하고, 재적 이사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된다. 이때 위원회는 성별∙나이∙지역 등을 고려해 100명 이상으로 구성된다.

개정안에는 사장추천위원회를 의무로 두고, 보도책임자를 임명할 때는 보도 분야 직원 과반수의 동의를 받도록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는 주요 지상파 3사 뿐만 아니라 보도전문채널인 연합뉴스TV와 YTN에도 적용되는 사항이다.

공영방송 독립 vs 장악

여야는 방송3법을 두고 지난 정부 때부터 대치해왔다.

앞서 윤석열 정부 때도 '방송 3법'에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 개정안'까지 포함한 '방송 4법'이 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지만, 윤 전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하면서 폐기됐다.

한국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영방송의 이사회 구성을 두고 잡음이 일었던 만큼 정치적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에는 여야나 학계, 언론계에서도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 추천 인사 비중이 줄어들고 추천 주체의 다양성이 확보됐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이 있는 반면, 국민이 선출한 권력인 국회 대신 외부 단체들이 추천권을 갖는다고 해서 객관성과 독립성이 반드시 보장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방송 3법은) 이사 수를 늘려서 그 추천 이사를 더불어민주당, 언론노조, 민변 등에 골고루 배분해 공영 방송을 나눠 먹기 하는 법"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이 끝내 여야 합의를 무시하고 법안을 강행 처리한다면 국민의힘은 위헌법률심판 청구 등 모든 법적 가용 수단을 동원해서 저지 투쟁에 나서겠다"라고 밝혔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방송3법은 언론학계와 시민사회가 십수 년째 요구해온 내용으로, 정치권의 공영방송 이사 나눠먹기 관행을 끊어서 특정 정치세력이 방송을 장악할 수 없게 하자는 것이 골자"라며 "정치권의 후견주의를 배제하고 공영방송의 자율성과 공정성을 확보"하자는 것으로 야당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해외 사례는?

영국 공영방송 BBC의 경우 이사회는 총 14명(비상임이사 10명∙상임이사 4명)으로 구성되며 이 중 5명이 정부 추천, 9명이 BBC 내부 위원회 추천을 받아 선임된다.

비상임이사 중 이사장과 민족권역이사 4명(잉글랜드∙북아일랜드∙스코틀랜드∙웨일스)은 정부 추천을 받아 국왕이 임명한다. 나머지 비상임이사 5명과 사장을 포함한 상임이사진 4명은 BBC 내부 선임위원회 추천으로 구성된다.

이사장이 이끄는 선임위원회는 비상임이사 과반수와 사장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위원회 구성원은 전원 이사진 또는 BBC 임직원이다.

또 BBC는 외부 정보통신규제기구인 오프콤(Ofcom∙Office of Communication) 규제를 받고 있다.

일본 공영방송 NHK의 경우 경영위원회가 국내 공영방송의 이사회 역할을 하고 있다.

회장 임명과 예산∙사업계획 결정 등의 역할을 맡는 경영위원회는 12명으로 구성되며 총리가 중의원과 참의원의 동의를 받아 지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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