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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트럼프 관계는 왜 악화했나 … 과연 두 정상은 '전면 충돌'하게 될까

1일 전
푸틴과 트럼프 대통령 클로즈업 사진
BBC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관계는 이제 탈선해버린 걸까.

러시아의 한 인기 일간지는 그렇게 판단하며 양국의 현재 관계를 기차에 비유했다.

타블로이드지 '모스코브스키 콤소몰레츠'는 최근 "(양국간) 정면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기차와 푸틴 기차는 서로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그리고 둘 중 누구도 멈추거나 방향을 바꿀 생각이 없어 보인다."

우선 '푸틴 기차'의 경우 이른바 '특별 군사 작전'이라 부르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속 밀어붙이고 있다. 푸틴 대통령에게서는 적대 행위를 중단하고 종전할 의지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
WILL OLIVER/EPA/Shutterstock
트럼프 대통령은 최후통첩을 전달하고, 새로운 대러 제재를 예고하는 한편 인도나 중국 같은 러시아의 무역 파트너를 겨냥하는 등 러시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렇다면 '트럼프 기차'는 어떨까. 트럼프 대통령은 이 싸움을 끝내고자 러시아를 향한 압박 수위를 점점 더 높이고 있다. 데드라인과 최후통첩도 전달했으며, 추가적인 대러 제재를 예고하는 한편 인도나 중국 같은 러시아의 교역국에 대규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며 위협하고 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국 핵잠수함 2대를 러시아 근처에 배치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기차 이야기에서 핵잠수함으로 번지다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는 정말로 백악관이 우크라이나 문제를 놓고 크렘린궁과 "충돌 경로"에 진입했다는 의미일까.

아니면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가 이번 주 모스크바를 방문할 예정인 사실이 시사하듯, 겉과 달리 아직은 미-러 간 종전 합의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을까.

트럼프 재집권 직후 훈훈했던 출발

사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복귀한 초기만 해도 미국과 러시아는 양국 관계를 순조롭게 재구축하는 듯했다.

정면충돌의 조짐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 반대였다. 당시에는 푸틴과 트럼프 대통령이 심지어 같은 객실에 타고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듯 보이기까지 했다.

올해 2월 UN 총회에서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내 "공격"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제출했을 때도 미국은 러시아 편을 들었다.

같은 달 성사된 전화 통화에서 두 대통령은 서로의 국가를 방문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미-러 정상회담이 언제든 곧 열릴 듯했다.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드루슈코프카에 러시아 드론이 떨어져 차량이 폭발한 모습
PRESS SERVICE OF THE 24 MECHANIZED BRIGADE HANDOUT/EPA/Shutterstock
지난 2월 미국은 UN 총회에서 러시아를 지지하며 러시아 침공을 규탄하는 유럽의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같은 시기,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가 아닌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며 캐나다와 덴마크와 같은 전통적인 미 동맹국과 갈등을 일으켰다. 미국 당국자들은 연설이나 TV 인터뷰를 통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럽 지도자들을 맹렬하게 비난했다.

러시아의 귀에는 달콤한 음악같이 들렸을 것이다.

'러시아 안보학 과학 아카데미'의 정치학자인 콘스탄틴 블로힌은 올해 3월 러시아 일간지 '이즈베스티야'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의 미국은 유럽이나 키이우보다는 러시아와 더 많은 공통점을 공유한다"고 묘사했다.

그리고 그 다음 달, '이즈베스티야'지는 "트럼프주의자들은 혁명가이다. 그들은 체제 파괴자이다. 그들은 지지받을 수밖에 없다. 서방의 단결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지정학적으로 그것은 이미 동맹이 아니다. 트럼프주의는 대서양 국가들의 합의를 아주 신속하고 대담하게 무너뜨렸다"고 떠들어댔다.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
Chris Kleponis - Pool via CNP/POOL/EPA-EFE/Shutterstock
트럼프의 중동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는 2달간 러시아를 무려 4차례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수시간 비공개 회담을 했다

한편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는 약 2달간 무려 4차례나 러시아를 방문하며 푸틴 대통령과 수 시간에 걸쳐 비공개 회담을 했다.

한번은 푸틴 대통령이 그에게 백악관에 가져가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초상화를 선물로 건네기도 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감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로부터 원하는 것은 단순한 초상화가 아니었다. 그는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내 조건 없는 전면적인 휴전에 서명하길 촉구했다.

점점 더 커지는 트럼프의 불만

러시아 또한 외교적 해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은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전장에서 자국이 주도권을 잡고 있다는 확신을 바탕으로 교전 중단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이로 인해 러시아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은 점점 커지고 있다.

최근 몇 주간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내 여러 도시를 노린 러시아의 끊임없는 공격에 대해 "역겹고"도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난하는 한편,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놓고 "여러 헛소리를" 늘어놓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공동 기자회견 중 악수하는 트럼프와 푸틴 대통령
REUTERS/Kevin Lamarque
미-러 두 정상은 2018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직접 만나 장시간 대화를 나누기도 했으나, 현재는 긴장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게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50일 안에 전쟁을 종료하라는 최후통첩을 전달하며, 추가적인 대러 제재 및 관세 부과를 위협했다. 이후에는 데드라인을 10일로 줄여버렸다.

그리고 이 짧아진 데드라인은 이번 주말 만료될 예정이지만, 현재까지 푸틴 대통령이 워싱턴의 압력에 양보하리라는 조짐은 없다.

그렇다면 푸틴 대통령이 실제 느끼는 압박은 어느 정도일까.

미국 뉴욕 소재 뉴스쿨대학교 소속 니나 흐루슈체바 국제관계학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워낙 데드라인을 여러 번 변경하고, 또 이리저리 비틀어온 탓에 푸틴 대통령은 그를 진지하게 여기지 않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이야기를 나누는 트럼프와 푸틴 대통령
REUTERS/Jorge Silva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도시 공격에 대해 "역겹고"도 "부끄러운" 일이라며 공개 비난했다

"푸틴은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혹은, 우크라이나가 '우리는 지쳤다. 러시아의 조건을 수용하겠다'고 말하기 전까지 계속 싸울 것입니다."

"푸틴 대통령은 크렘린궁에 앉아 서방에 러시아를 존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자신은 러시아 차르들은 물론 이오시프 스탈린 같은 서기장들의 꿈을 실현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거래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

지금까지 언급한 내용만 보면 푸틴과 트럼프 기차 간 정면충돌은 정말 피할 수 없는 운명같이 느껴진다.

하지만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자신을 위대한 협상가로 여기는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푸틴과의 거래 가능성 또한 여전히 놓지 않은 듯하다.

이번 주 위트코프 특사는 러시아를 재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그가 어떤 제안을 내놓을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모스크바의 일부 평론가들은 이번에는 채찍보다 당근이 더 많을 것으로 전망한다.

아울러 지난 3일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는 "제재를 꽤 잘 피하는 것 같다"고 언급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푸틴, 트럼프 대통령
REUTERS/Marcos Brindicci
점점 거세지는 압박 속에서도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중립화 및 향후 군사력에 대한 철저한 제한 등의 핵심 요구 사항을 전혀 양보하지 않고 있다

지난 4일 모스크바 국립 국제관계 대학교의 이반 로슈카레프 정치학 부교수는 이즈베스티야지와의 인터뷰에서 대화를 촉진하고자 위트코프 특사가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거래 이후 (미국이 러시아에) 내놓을 수 있는 매력적인 협력 제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연 그렇다면 크렘린궁은 3년 반의 전쟁을 끝내고 평화로 돌아서게 될까.

장담할 수는 없다.

결국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해 푸틴은 영토, 우크라이나의 중립화, 미래 우크라이나의 군사력 규모 등과 관련한 최대한의 요구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트럼프는 거래를 원하고, 푸틴은 승리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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