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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가자 지구 휴전 협상 촉구… 줄타기 중인 네타냐후 총리

2024.06.11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Reuters
새로운 가자 지구 휴전안 및 인질 석방 협상을 위해 중동을 찾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하루 24시간이 계속 반복된다면 어떨까.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최근 중동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이런 종류의 피곤함을 느꼈을 것이다.

블링컨 장관은 이번 방문을 합하면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8개월 동안 중동 지역을 8차례나 방문했다.

가자 지구 전쟁 종전 및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포로 교환 협상을 둘러싼 정치적 상황은 이미 복잡하기만 하다.

게다가 이스라엘의 야당 지도자 베니 간츠 국민통합당 대표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전시 내각에서의 사퇴한 데 이어, 간츠 대표와 정치적으로 친한 가디 아이젠코트 의원까지 사임하면서 상황은 더 복잡하게 꼬였다.

간츠 대표와 아이젠코트 의원 모두 이스라엘방위군(IDF)을 이끌었던 퇴역 장군 출신이다.

네타냐후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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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 간츠 국민통합당 대표가 현 전시 내각에서 사퇴하면서 네타냐후 총리는 더욱더 어려움에 처했다

간츠 대표의 사임으로 미국은 이스라엘 내각 내 자신들이 가장 선호하던 인물을 잃었다. 이제 야당으로 다시 돌아온 간츠 대표는 새로운 총선을 원하고 있다. 간츠 대표는 여론 조사에서 가장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손꼽힌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총 120석인 이스라엘 의회에서 64석을 차지한 연정을 유지할 수 있는 한 안전하게 자리를 지킬 수 있다.

그렇다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 연정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이는 극단적인 민족주의 정파 2곳의 지도자들의 손에 달려 있다. 바로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 장관과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이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블링컨 장관을 비롯한 미 당국과 이스라엘 정치계는 충돌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젠 가자 지구의 전쟁을 끝낼 때가 됐다고 본다.

그리고 블링컨 장관은 이를 해내야 한다는 미션을 안고 중동으로 향했다. 그러나 벤-그비르와 스모트리히 장관은 네타냐후 총리를 향해 만약 자신들이 만족할 정도로 하마스가 근절되기 전에 그 어떤 휴전 협정에도 동의할 경우 현 내각을 무너뜨리겠다며 협박하고 있다.

이들은 하마스의 자취를 아예 지워버릴 수 있을 때까지 이번 전쟁이 이어지길 원하는 극단적인 유대 민족주의자들이다.

이들은 가자 지구를 포함해 지중해와 요르단강 사이 모든 영토가 유대인의 소유라고 보며, 팔레스타인인들이 “자발적으로” 가자 지구에서 떠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자 지구의 탱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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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이 지난 지금도 가자 지구에선 전쟁이 한창이다

그리고 블링컨 장관은 최근 진행 중인 휴전 계획이 앞서 시도된 다른 휴전 계획과 마찬가지로 사라지지 않도록 막고자 중동을 찾았다.

앞서 다른 국가들이 유엔 안보리에 제출한 3건의 휴전 결의안은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러나 이제 바이든 대통령은 휴전 협상에 나설 준비가 된 듯하다.

지난달 31일,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하마스에 새로운 이스라엘의 휴전안을 받아들이라며 촉구했다.

현재 UN이 결의안 채택을 통해 지지한 해당 휴전안은 크게 3단계로 구성됐다. 우선 6주간 휴전을 진행하고, 가자 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크게 늘리’며, 일부 이스라엘 인질과 팔레스타인 포로를 교환하자는 내용이다.

그리고 해당 휴전안은 결국 인질 전원 협상, 영구적인 ‘적대 행위 중단’으로 이어질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가자 지구 재건이라는 거대한 작업으로 이어질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향해 하마스가 더 이상 10월 7일의 공격을 반복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에 더 이상 하마스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권했다.

물론 바이든 대통령과 당국자들 또한 쉽지 않으리라는 걸 알고 있다. 우선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서 철수하고, 종전한다는 조건에 동의할 때만 휴전안에 동의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리고 지난주 이스라엘이 자국 인질 4명을 구하고자 가자 지구 내 누세라이트 난민촌을 공격해 팔레스타인인들이 사망하면서 이러한 하마스의 결심은 더욱더 공고해지고 있다.

하마스가 운영하는 가자 지구 내 보건 당국은 해당 공세로 인해 팔레스타인인 274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IDF는 그 수가 100명 미만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 내 일부 강경파들 또한 휴전안에 반대하리라는 점도 인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해당 연설에서 “어떤 압력이 오든지” 간에 “이스라엘 내 지도부에 이번 휴전안을 지지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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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네타냐후 총리의 연정은 초국수주의 성향의 정파에 더욱더 의존하게 된 상황이다

그리고 실제로 벤-그비르와 스모트리히 장관은 빠르게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다. 내각에서 고위직을 맡고 있는 이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제시한 휴전안에 대해 거의 본능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이 두 장관은 전시 내각의 구성원이 아니기에 전시 내각이 이번 휴전안을 승인했다고 해서 이들에겐 아무런 차이가 없다.

예상대로 두 장관은 네타냐후 총리를 향해 해당 협상안에 동의할 경우 연정을 무너뜨리겠다고 협박하고 나섰다

현재 하마스와 이스라엘 모두 바이든 대통령의 휴전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그 어떠한 약속도 하지 않고 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휴전안 중 아직 모호해 최종적으로 결정될 표현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러한 모호함은 또 다른 갈등, 혹은 누군가 외교적인 계책을 부릴 여지를 허용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휴전안이 타결되기 위해선 양측이 모두 이젠 협상을 맺을 때이며, 더 전쟁을 벌인다고 해서 그 어떠한 이득도 챙기지 못하리라는 점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우선 가자 지구 내 하마스 지도자인 야히야 신와르에선 이러한 변화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10월 7일 이후 지금까지 고수해 온 노선을 이어가겠다는 모습이다.

가자 지구 내 일부 보도에 따르면 폐허가 된 누세라이트 난민촌에선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은 물론 하마스를 향해서도 자신들의 삶을 무시한 것에 대해 욕설을 퍼부었다고 한다.

이스라엘과 이집트가 이스라엘군의 철저한 감시하에 동행한다는 조건이 아니면(이조차도 드물다) 언론사들의 가자 지구 출입을 금지하기에 BBC는 해당 보도의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

알모그 메이르 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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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모그 메이르 얀은 지난 8일 이스라엘군이 가자 지구 중부에서 벌인 구출 작전에서 구출된 이스라엘 인질 4명 중 하나다

그러나 이토록 엄청난 팔레스타인 사망자 규모가 오히려 하마스를 더 끈질기게 버티게 했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하마스 입장에선 생존이 곧 자신들의 승리이다.

하마스는 대부분 민간인인 팔레스타인인 3만7000명 이상이 이번 전쟁으로 사망했으며, 이로 인해 이스라엘은 깊은 불명예를 안게 됐다는 부분에 집중할 것이다.

그리고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이스라엘을 향해 집단학살 행위를 방지할 모든 조치를 다하라고 요구했으며, 국제형사재판소(ICC)는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 장관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한 상황이다.

폐허가 된 가자 지구의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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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지구 내 보건 당국은 이스라엘의 최근 인질 구출 작전으로 팔레스타인 주민 270여 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한다

한편 이스라엘 쪽에선 네타냐후 총리의 경우 전쟁 내각 중 인질 협상을 위해 전쟁 중단을 원했던 인사인 간츠 대표와 아이젠코트 의원이 나가면서 강경파인 벤-그비르와 스모트리히 장관의 영향력에 그대로 노출된 상황이다.

아마도 블링컨 장관은 네타냐후 총리를 향해 이 두 강경파의 협박에 넘어가는 대신 더 많은 인질이 사망하기 전 모든 인질을 데려와야 한다는 수백만 이스라엘 국민들을 만족시키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네타냐후 총리에겐 도박과도 같은 총선을 실시해 내각의 운명을 거는 것 외엔 다른 선택지가 없을 수도 있다.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네타냐후 총리는 8개월 전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할 당시 정치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정보전으로나 실패한 것에 대한 책임은 없는지 조사당하게 될 것이다.

아니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 역사상 최장수 총리로서 연마한 꾸물거리기 및 선전선동 전법을 사용할 수도 있다. 상황이 불확실하다면 시간을 끌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더 강경한 태도로 밀어붙이는 것이다.

다음 달 24일, 네타냐후 총리는 또 한 번 워싱턴 DC에서 열릴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 회의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네타냐후 총리에게 뭔가 더 좋은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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