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권력의 한계를 드러낸 '셧다운 도박'
2024년 12월의 '정부 셧다운 결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의회 내 공화당 의원들에 대한 영향력을 확인하는 첫 번째 큰 시험대였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 시험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 며칠간의 혼란은 트럼프가 다시 백악관으로 복귀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권력과 당 장악력에 한계가 있음을 드러냈다.
트럼프는 여야 합의로 마련된 임시 예산안을 무산시킨 지 하루 만에 새로운 요구를 제시했다. 불필요한 것을 뺀 예산안과 연방 정부가 지출을 충당하기 위해 발행할 수 있는 신규 부채의 한도를 상향하는 조치를 결합한 안이었다. 이 과정에서 세계 최고 부자인 일론 머스크의 도움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요구는 오랫동안 부채를 상향 조정하려면 최소한 통제 불능의 정부 지출을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보수 성향의 의회 의원들에게는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민주당과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이를 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요구는 세금 감면과 군사 지출에 중점을 둔 그의 입법 의제가 미국의 막대한 적자를 줄일 가능성이 작음을 암묵적으로 인정한 셈이었다. 많은 보수파 의원들이 기대했던 적자 축소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에 19일(현지시간) 밤, 부채 한도 적용을 2년간 더 유예하는 안이 담긴 다소 축소된 예산안이 하원 표결에 부쳐졌다. 38명의 공화당 의원이 대부분의 민주당 의원과 함께 반대표를 던지면서 이 예산안은 부결됐다. 이는 이 예산안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이를 반대하는 공화당 의원을 자리에서 끌어내리겠다고 위협한 트럼프 당선인에게 엄청난 질책을 안겨준 것이었다.
이 패배 이후 공화당 지도부는 20일(현지시간) 비공개회의에서 새로운 계획을 논의했다.
처음에는 19일 밤에 마련됐던 예산안의 개별 항목(정부 예산, 재난 구호, 의료 시스템 개선과 부채 한도 상향)에 대한 개별 표결을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부채 한도 상향은 통과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대화를 재개한 후 새로운 계획이 나왔다. 부채 한도 조항을 제외한 채 19일 밤에 마련됐던 예산안을 다시 표결에 부치는 것이었다. 재정과 관련한 공화당 내 보수주의자 34명은 여전히 이를 거부했지만, 크리스마스 직전 정부 셧다운을 우려한 민주당 의원들이 모두 찬성했다.
이렇게 예산안 통과에 필요한 3분의 2의 찬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제 이 예산안은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상원으로 넘어가 거의 확실히 승인된 후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의 서명을 받을 예정이다.
한편, 공화당은 지난 20일 비공개회의에서 미국 재무부가 현재 한도에 도달하기 전에 민주당의 도움 없이 부채 한도를 내년 안에 상향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공화당은 정부가 운영하는 건강 보험, 재향 군인 복지, 정부 연금, 저소득층 식량 지원을 포함하는 "의무적" 지출에서 수조 달러의 지출 삭감을 동반하기로 동의했다.
이러한 삭감은 민주당의 강력한 반대를 불러올 것이며, 대중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는 미래의 논쟁거리일 뿐이다. 당장은 최소한 내년 3월 새로운 예산 시한까지는 미국 정부가 계속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그때가 되면 공화당은 더 좁아진 하원 다수 의석 차이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연방 정부 운영 자금을 확보하는 동시에 이민, 세금 및 무역에 대한 트럼프의 입법 의제를 제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떠안게 된다.
결국 이번 드라마는 하원 내 공화당 다수가 얼마나 취약한지,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의 권력이 얼마나 한계가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공화당은 민주당과의 타협을 혐오하지만, 민주당 없이 과반수를 확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리고 트럼프가 어떤 지시를 내린다고 해서 모든 공화당 의원들이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와 일론 머스크는 법안을 저지할 수 있는 영향력을 가졌지만, 그들의 제안을 최종 통과시키기 위한 지지를 끌어내는 데는 한계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