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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와 중국 간 커지는 긴장 속 티베트 저항의 중심지를 방문하다

4시간 전
아침 기도 시간의 티베트 승려
BBC

진홍색 승복 차림의 승려가 염주를 일정한 박자에 맞춰 손가락 사이로 넘기며 우리 쪽으로 걸어왔다.

이것은 위험한 선택이다.

정체불명의 남성 8명이 우리를 따라오고 있었다. 공개된 장소에서 우리에게 몇 마디만 하더라도 승려가 곤경에 처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기꺼이 그 위험을 감수하려는 듯했다. 승려는 "여기 상황이 우리에게 녹록지 않다"고 조용히 말했다.

키르티 사원에서 아침 기도를 하고 있는 티베트 승려들
Xiqing Wang/ BBC
BBC는 달라이 라마의 90세 생일 즈음에 키르티 사원을 방문했다

중국 남서부 쓰촨성에 위치한 키르티 사원은 수십 년 동안 티베트 저항운동의 중심지였다. 2000년대 후반, 중국 통치에 반발한 티베트인들이 이곳에서 잇따라 분신을 감행하면서 전 세계에 사원의 이름이 알려졌다. 그로부터 2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중국 정부가 여전히 키르티 사원을 경계한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사원 정문 안에는 경찰서가 들어섰다. 건물 옆에는 마니륜(기도륜)으로 가득 찬 어둡고 작은 방이 있다. 마니륜이 돌아가면서 삐걱이는 소리가 난다. 굵은 철제 기둥 위에 설치된 감시카메라들은 경내를 에워싸고 구석구석을 비춘다.

승려는 "'저들'의 마음이 선하지 않다는 건 누구나 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경고했다. "조심하세요,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우리를 따라다니던 이들이 달려오자, 승려는 걸음을 옮겨 자리를 떴다.

아침 기도를 하러 가는 티베트 승려
Xiqing Wang/ BBC

'저들'은 바로 중국 공산당이다. 1950년 티베트를 병합한 이후 75년 가까이 600만 티베트인을 통치해 왔다.

중국은 이 지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도로와 철도를 새로 건설하고 관광을 활성화하며 나머지 중국 본토와의 통합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티베트를 탈출한 사람들은 경제 개발로 인해 더 많은 군인과 관료가 파견됐고 그 과정에서 종교와 자유가 서서히 잠식됐다고 말한다.

중국은 티베트를 자국에서 분리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또한, 망명 중인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분리주의자라고 규정했다. 달라이 라마의 이미지를 전시하거나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이들은 투옥될 수 있다.

그러나 키르티 사원이 위치한 아바(티베트어로 응아바)의 일부 주민들은 이런 통제에 맞서 극단적인 방법을 택해왔다.

키르티 사원 내 형형색색의 마니륜 옆을 지나가는 한 여성
Xiqing Wang/ BBC
사원 안에 있는 마니륜에는 부처의 생애를 담은 풍부한 벽화가 묘사돼 있다

아바는 중국이 1965년 설치한 티베트자치구(TAR) 외부에 위치하며, 티베트 고원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 하지만 수백만 명의 티베트인이 TAR 외부에 거주하며, TAR 외 지역까지 자신들의 고향으로 여긴다.

아바는 오랫동안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2008년 티베트 전역에서 시위가 벌어졌을 당시, 한 승려가 키르티 사원 안에서 달라이 라마의 사진을 들어 올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 시위는 폭력 사태로 번졌고, 중국 군의 발포가 있었다. 이 작은 마을에서 최소 18명의 티베트인이 숨졌다.

당시 티베트 전역에서 벌어진 항의 시위는 중국 준군사조직과의 폭력적 충돌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중국은 사망자가 22명이라고 주장했지만, 망명 티베트인 단체들은 200명가량이 숨졌다고 추정한다.

이후 달라이 라마의 귀환을 요구하며 분신하는 사례가 수년간 150건이 넘었다. 대부분 아바 지역 또는 인근에서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아바 중심가에는 '순교자의 거리'라는 비극적인 이름이 붙었다.

이후 중국 정부는 단속을 강화했다. 이제는 티베트나 관련 지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파악하기가 거의 불가능해졌다. 외부에 알려지는 정보는 대부분 해외로 탈출한 이들이나 인도에 위치한 망명 정부로부터 나온다.

붉은 승복을 입은 승려가 아바의 한 사원 입구를 지나가고 있다
Xiqing Wang/ BBC
티베트 사원은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특히 밀착 감시를 받는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우리는 다음 날 새벽 다시 키르티 사원을 찾았다. 감시 요원을 피해 아바로 돌아와 아침 기도에 참석했다.

승려들은 겔룩파 불교의 상징인 노란 모자를 쓰고 모여 있었다. 고요하고 습한 공기 속에 향 연기가 맴도는 가운데, 나지막한 독경 소리가 공간 전체에 울려 퍼졌다. 전통 티베트식 긴소매 옷을 입은 현지인 남녀 30명가량이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작은 종이 울리자 예불이 끝났다.

한 승려는 "중국 정부는 티베트의 공기를 오염시켰다. 좋은 정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리 티베트인은 기본적인 인권도 보장받지 못합니다. 중국 정부는 계속해서 우리를 억압하고 박해합니다. 이는 국민을 위한 정부가 아닙니다."

승려는 자세한 내용을 밝히지 않았고, 우리 대화는 짧게 끝났다. 감시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런 목소리를 직접 듣는 일 자체가 드물다.

달라이 라마가 이번 주 90세를 맞이하면서, 티베트의 미래에 대한 질문이 더 시급해졌다. 인도 다람살라에서는 달라이 라마를 지지하는 수백 명이 그를 기리기 위해 모였다. 지난 2일(현지시간) 달라이 라마는 관심이 집중됐던 승계 계획을 발표했고, 본인의 원적(사망) 이후 새로운 달라이 라마가 정해질 것이라는 과거 입장을 재확인했다.

세계 곳곳의 티베트인은 안도, 의심, 불안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달라이 라마의 고향 티베트에서는 그의 이름을 속삭이는 것조차 금지되어 있다.

중국 정부는 다음 달라이 라마가 중국에서 환생할 것이며, 중국 공산당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러나 티베트는 침묵하고 있다.

승려는 "그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게 현실이지요."

한 하늘 아래 두 세계

따가운 햇살을 피하기 위해 얼굴을 가리고 걷고 있는 젊은 승려들
Xiqing Wang/ BBC
티베트 고원 가장자리의 아바로 향하는 길은 고지대의 햇살이 특히 따가운 곳이다

아바로 향하는 길은 쓰촨성의 성도인 청두에서 출발해 약 500km에 걸쳐 천천히 이어진다.

쓰구냥산의 눈 덮인 봉우리를 지나면 히말라야 고원 가장자리에 펼쳐진 초원에 도착한다.

히말라야 고원 가장자리의 구불구불한 초원 근처에 자리한 랑쵸 마 사원
Xiqing Wang/ BBC
랑쵸 마 사원

불교 사원의 경사진 금빛 지붕들이 강렬한 햇살을 받아 드문드문 반짝인다. 이곳은 '세계의 지붕'이다. 차들이 말을 탄 야크 목동에게 자리를 내주고, 목동들은 움직이기 싫어 끙끙대는 야크를 향해 휘파람을 분다. 머리 위로는 독수리가 하늘에서 원을 그린다.

이 히말라야 하늘 아래에는 두 세계가 존재한다. 전통과 신앙의 세계가 통일과 통제를 요구하는 공산당의 세계와 충돌한다.

오래 전부터 중국은 티베트인은 자유롭게 신앙 생활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그 신앙은 수백 년 간 이어진 정체성의 근간이기도 하다. 인권 단체들은 중국 정부가 이를 서서히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인권 단체는 수많은 티베트인이 평화 시위를 벌이거나, 티베트어를 알리거나, 심지어 달라이 라마 초상화를 소지했다는 이유로 구금됐다고 주장한다.

키르티 사원에서 만난 티베트인을 포함해 많은 이들은 티베트 아동 교육에 관한 새로운 법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18세 미만의 아동은 모두 중국 국영 학교에 다니고 중국 표준어인 푸퉁화(만다린)를 배워야 한다. 사원 수업에서 불교 경전을 배우는 것은 18세 이후에만 가능하며, 그 전에는 "국가와 종교를 사랑하고, 나라의 법령과 규정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티베트 지역 사회에 있어 큰 변화다. 과거 티베트에서는 아이들이 어릴 때 승려로 출가하는 일이 흔했고, 사원은 대부분의 소년에게 학교의 역할까지 맡았기 때문이다.

키르티 사원 위에 걸린 중국 국기
Xiqing Wang/ BBC
키르티 사원 위에 걸린 중국 국기. 중국 공산당의 야망은 티베트인의 정체성을 지탱하는 신앙과 충돌하고 있다

빗속에서 만난 아바의 한 60대 승려는 우산을 쓰고 기도하러 가던 길이었는데 "근처 불교 기관 하나가 몇 달 전 정부에 의해 철거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감정에 북받쳐 "그곳은 설법 학교였다"라고 덧붙였다.

새 규정은 2021년 발표된 정책의 연장선이다. 당시 티베트 지역의 모든 학교와 유치원에 중국어로 교육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중국 정부는 이 조치가 중국에서 티베트 아이들이 더 나은 직업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중국의 주 언어는 만다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명한 티베트학자 로버트 바넷은 이런 규제가 티베트 불교의 미래에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바넷은 "지금 우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완전한 통제권을 갖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티베트에는 정보가 거의 들어오지 않고, 티베트어가 쓰일 기회도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교육은 거의 전적으로 중국 명절, 중국식 미덕, 중국의 전통문화 중심으로 채워질 겁니다. 우리는 지적 자원의 전면적 통제를 목격하고 있습니다."

아바로 향하는 길은 중국 정부가 이 외진 지역에 쏟아 부은 투자를 과시한다. 쓰촨성과 고원 지대의 다른 지역을 잇는 새로운 고속철도 노선이 산허리를 따라 이어진다.

아바에는 승복과 향을 파는 일반 상점들 옆으로 새로운 호텔, 카페, 식당이 들어서 관광객을 유혹한다.

키르티 사원으로 향하는 길에 주차된 차들. 주변에 승려와 사람들이 있다.
Xiqing Wang/ BBC
점점 더 많은 중국인 관광객이 아바의 고대 사원을 찾고 있다

브랜드 등산복을 입은 중국인 관광객들은 불교 사원 입구에 있는 목괴 위에 엎드려 기도하는 현지 신자들을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모습이었다.

한 관광객이 "이 사람들 하루 종일 어떻게 일을 하긴 하는 걸까?"라며 큰 소리로 물었다. 다른 이들은 신이 나서 마니륜을 돌렸고, 부처의 생애를 묘사한 화려하고 다채로운 벽화에 대해 질문했다.

길가에는 "모든 민족의 사람들이 석류알처럼 하나로 뭉쳐 있다"는 공산당 구호가 자랑스레 걸려있다.

그러나 감시의 그림자가 곳곳에 도사린다.

호텔에 체크인하려면 얼굴을 인식해야 한다. 차에 기름을 넣을 때도 고화질 카메라에 여러 가지 신분증을 제시해야 한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자국민의 정보 접근을 통제해 왔다. 하지만 티베트 지역에서는 그 통제가 더욱 엄격하다.

바넷은 티베트인들이 "외부 세계와 단절된 상태"라고 말한다.

랑쵸 마 사원 옆을 지나가는 한 승려
Xiqing Wang/ BBC

'진정한' 후계자

지난 2일 달라이 라마의 발표는 전 세계에 중계됐지만, 중국에서는 검열됐다. 티베트 사람들이 얼마나 접했을지는 알 수 없다.

1959년부터 인도에 망명 중인 제14대 달라이 라마는 고향의 완전한 독립보다는 더 많은 자치권을 주장해 왔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달라이 라마가 "티베트 사람을 대표할 권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2011년 달라이 라마는 전 세계 13만 티베트인이 민주적으로 선출한 망명 정부에 정치적 권한을 이양했다. 이 정부는 승계 계획에 대해 올해 중국과 비공식 회담을 가졌으나, 진전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달라이 라마는 이전에 후계자가 "자유 세계", 즉 중국 외부 출신일 것이라고 암시한 바 있다. 2일 발표에서는 "그 누구도 간섭할 권한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중국 정부와의 대립을 예고한다. 중국은 승계 절차가 "종교 의례와 역사 관례에 따라야 하며, 국가 법률 및 규정에 처리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랑쵸 마 사원 밖에 있는 승려들
Xiqing Wang/ BBC
중국 내 티베트인들은 정보 접근이 크게 제한된다. 특히 달라이 라마와 관련된 정보에 접근하기 어렵다

바넷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이미 티베트인을 설득하기 위한 기초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미 거대한 선전 기구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공산당은 사무실, 학교, 마을에 팀을 파견해 사람들에게 달라이 라마 선출에 대한 '새로운 규정'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1989년 티베트 불교의 서열 2위인 판첸 라마가 세상을 떠났을 당시,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에서 다음 판첸 라마를 지명했다. 하지만 지명된 소년은 곧 실종됐다. 당시 소년을 납치했다고 비난 받았던 중국은 현재 성인이 된 소년이 지금 안전한 상태라고 주장한다. 이후 중국은 다른 판첸 라마를 승인했으나, 중국 밖의 티베트인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앞으로 두 명의 달라이 라마가 존재한다면, 이는 중국 정부의 설득력에 대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세계는 어느 쪽을 인정할까?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중국 내 티베트인이 과연 다른 달라이 라마의 존재를 알 수 있냐는 것이다.

중국은 믿음직한 후계자를 원하지만, 너무 믿음직한 인물은 원치 않는다.

바넷은 중국이 "티베트 문화를 상징하는 사자를 귀여운 푸들로 만들고 싶어한다"고 말한다.

"중국은 위험해 보이는 요소는 제거하고, 티베트인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것들로 대체하길 원합니다. 애국심, 충성, 복종 등이죠. 디즈니 버전처럼 노래하고 춤추는 티베트 문화를 좋아하는 것입니다."

바넷은 "얼마나 많은 것이 살아남을지는 알 수 없다"고 마무리했다.

사원 내 티베트 승려들
Xiqing Wang/ BBC
많은 티베트인은 중국의 통제로 인해 삶의 방식이 잠식된다고 느낀다…
마니륜 옆에 앉아 있는 티베트인 여성들
Xiqing Wang/ BBC
...이를 지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사원을 떠날 때, 여성들이 건설이나 농사용 도구를 가득 실은 바구니를 들고 마니륜을 시계 방향으로 돌리며 마니륜 방을 지나갔다.

그들은 티베트어로 노래를 부르며 웃음을 지었다. 햇빛을 막는 모자 아래로는 희끗희끗하고 꼬불꼬불한 머리카락이 살짝 드러났다.

티베트인은 지난 75년간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싸워왔고, 목숨을 걸기도 했다.

이제 이들이 마주할 과제는, 그 신념과 저항을 상징하는 인물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정체성을 지켜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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