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극우 진영을 뒤흔든 마린 르펜의 횡령 혐의 유죄 판결

"믿을 수가 없군요."
지난 31일(현지시간) 아침 프랑스 파리 법정을 서둘러 빠져나오는 마린 르펜 의원이 숨을 내쉬며 던진 한마디였다.
르펜 국민연합(RN) 의원은 선고를 듣기 전 일찍 법원을 빠져나갔다. 이날 프랑스 법원은 르펜 의원에게 유럽연합(EU) 기금을 횡령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내리는 동시에 향후 5년간 공직 출마를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오는 2027년 예정된 프랑스 대선 출마 계획에도 제동이 걸렸다.
판사가 선고 내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기도 전에 르펜 의원은 자신의 정치적 미래는 이제 끝났음을 직감했다.
항소심 전까지 이번 판단이 뒤집힐 일은 없을 것이다. 공직 출마 금지는 현실로, 즉각적으로 집행된다.
총 4년 형이 선고되었으며 그중 2년은 집행유예로 처리될 것이다. 징역형의 경우 항소가 진행될 동안 보류될 전망이다.
하지만 르펜 의원의 정치적 계획은 사망선고를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믿기 어렵다는 르펜 의원의 반응은 아마도 지금까지의 맥락을 살펴보면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사실 프랑스 정치계에서는 전반적으로 법원이 내릴 수 있는 이 같은 궁극의 제재가 결국은 선고되지 않으리라는 합의가 거의 형성된 상태였다.
이렇게 짐작한 이들은 비단 르펜 의원의 추종자들뿐만이 아니었다. 극좌파의 장-뤽 멜랑숑부터 중도파의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 우파의 제랄드 다르마냉 법무장관까지 그의 정적들 또한 이에 동의하던 참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추측은 빗나갔다. 판사는 법은 법이라고 못 박았다.
사실 이번 재판에 적용된 공공 자금 남용 관련 법은 최근에 강화된 것으로, 이러한 결정을 내린 이들은 바로 이번 법 적용에 대해 불평하고 있는 바로 그 정치인들이다.
판사가 여러 번 말했듯, 이제 정치인들이 그들 스스로 만든 쓴 약을 들이킬 시간이다.
르펜 의원이 이번 판결을 예측하지 못한 것은 어쩌면 순진했을지도 모른다. RN당은 분명 이 같은 상황에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은 모습이었다.
판결 선고 후 급히 모이긴 했으나, 당 지도부는 딜레마에 빠졌다. 르펜이 여전히 2027년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고 가정한 채 활동을 이어 나가야 할까.
이론적으로만 따지자면 (작은) 가능성이 있다. 이미 르펜 의원은 항소를 제기했다. 항소심 진행에 속도가 붙으면 올해 말이나 2026년 시작되어 그해 봄에 판결이 나올 수도 있다.
항소심에서 판결이 뒤집히면 공직 출마 제한 기간이 줄어들거나 아예 제한이 풀릴 수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대선 출마길이 열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가능성은 여전히 희박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아니면 제2안으로 방향을 틀어 조르당 바르델라 현 당대표를 르펜을 대신해 출마할 인물로 내세워야 할까.

앞으로의 상향을 생각하면 더 현실적인 방안일 수 있다. 그러나 너무 빠르게 바르델라 당대표로 돌아서는 모습도 보기 좋진 않을 것이다. 어찌 되었던 모든 당원들이 그의 팬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판결이 내려진 당일 저녁, 선택이 내려졌다. 르펜 의원이 TV에 출연해 정계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다며 투지를 보인 것이다.
르펜 의원은 판사의 "정치적" 결정이었으며, "국가의 법이 위반"되고 있다고 비난하는 한편, 신속한 항소 재판을 요구했다. 그래야 자신의 명예가 회복되거나 적어도 피선거권이 회복되어 2027년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나에게는 나를 믿어주는 프랑스 국민 수백만 명이 있다"는 르펜 의원은 "지난 30년간 나는 불의에 맞서 싸웠다. 앞으로도 나는 끝까지 옳은 일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투지가 불타오르는 발언이었으나, 사실 그의 미래는 매우 불투명해 보인다. 그리고 아직 답을 구하지 못한 질문도 많다.
예를 들어 법원의 이번 판단은 RN의 지지율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단기적으로만 본다면 판결에 대한 불만이 솟구치며 당의 지지율이 상승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이들 포퓰리즘 우파가 "사회 시스템"의 희생자라는 RN의 주장에 이번 사태가 너무나도 잘 들어맞기 때문이다.
RN 지지자 중 르펜이 EU 의회 기금을 불법적으로 이용한 것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이들 모두 모든 프랑스 정당들이 과거 비슷한 편법을 구사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르펜이 받게 된 대선 출마 금지라는 "가혹한" 처벌은 명예의 훈장처럼 해석될 수 있으며, 이는 오직 르펜만이 당국의 권력에 맞서 투쟁한다는 증거로 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이러한 지지율 상승세는 그리 강력하지 않을 수 있다. 르펜은 RN의 어마어마하게 중요한 자산이다. 오랜 경험으로 단련되고, 감성적이며, 고양이를 사랑하고, 강인한 말투와 오래 인내심으로 뭉친 이 여성은 여러 지지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지지자들은 자신들이 르펜 의원을 인간적으로 잘 안다고 생각한다.
바르델라 대표도 인기 있긴 하지만, 29세의 나이로 르펜을 대체하기란 쉽지 않다. 만약 정말로 2027년 대선에 르펜 의원이 출마할 수 없게 된다면 RN은 큰 자산을 잃는 셈이다.
확실한 것은 로랑 와퀴에즈, 브루노 리테일로 등 비 RN 우파 후보들에게 바르델라는 겨루어볼 만한 상대로 보일 것이다.
또 다른 불확실한 요소는 바로 복수다.
르펜은 여전히 의회 의원으로 의원 125명이 속한 의회 최대 교섭단체를 이끌고 있으며, 지금까지는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바이루 총리에게 관대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이제 이 관대함도 끝날 수 있다.
RN 내부적으로는 지금 우리가 왜 다른 누구에게 호의를 베풀어야 하냐. 차라리 의회를 무너뜨리는 게 낫지 않냐는 말이 나오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