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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레라·지카·웨스트나일열 등 자연재해 이후 확산되는 치명적 질병들

2024.11.09
자연 재해는 수많은 감염성 질병을 촉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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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재해는 수많은 감염성 질병을 촉발할 수 있다

허리케인으로 인해 홍수가 발생하면 질병을 유발하는 미생물이 물속을 떠다닌다. 이러한 미생물은 홍수가 잠잠해지고 한참이 지난 뒤에도 사람들의 집에서 영역을 늘려간다. 치료가 필요한 시기를 알면, 폭풍 이후의 질병 확산을 제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마이애미 대학의 나레쉬 쿠마르와 그 동료들은 지난 7년 동안 허리케인 데이터를 꾸준히 수집해 왔다. 2017년 마리아부터 어마·이안·마이클·도리안은 물론, 최근 발생한 헬렌과 밀턴도 조사했다. 모두 미국에 수십억 달러의 피해를 입힌 치명적인 폭풍들이다.

하지만 이들이 가장 주목한 영역은 폭풍으로 인한 시설 피해나 폭풍해일로 인한 인명 피해가 아니다. 훨씬 감지하기 어렵지만 치명성은 결코 뒤지지 않는 영역. 자연재해가 촉발하는 수많은 감염병에 초점을 맞췄다.

이 분야는 최근 플로리다를 강타한 허리케인 헬렌의 여파로 주목을 모았다. 당시 허리케인 헬렌은 최대 시속 225km/h의 폭풍해일과 광풍을 동반했고 이후 노스캐롤라이나 서부에 홍수와 산사태를 일으켰다. 플로리다 보건 당국은 10월 초 비브리오 패혈증을 일으키는 비브리오 불니피쿠스가 급증할 수 있다는 경고를 발표했고, 주민들에게 홍수로 불어난 물에 들어가지 않도록 촉구했다.

비브리오 불니피쿠스 박테리아에 감염되면 피부와 연조직이 파괴된다. 신체를 절단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에는 증례 77건과 사망자 15명이 보고됐다. 이것만으로도 지난 10년을 통틀어 가장 많은 수준이지만, 헬렌과 밀턴 이후 증가분은 아직 파악되지도 않은 상태다. 2022년 플로리다 당국은 허리케인 이안의 여파로 비브리오 패혈증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조지아 대학의 감염병 생태학 센터장 존 드레이크는 "비브리오는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데 허리케인은 보통 물이 가장 따뜻한 시기에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허리케인이 홍수를 일으키면 비브리오균이 내륙으로 더 멀리 확산될 수 있습니다. 허리케인이 닥칠 때 오염된 물에 노출되는 사람이 증가한다는 것은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요."

폭풍해일과 심각한 홍수는 하수도 시설을 파괴하고 병원균을 확산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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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해일과 심각한 홍수는 하수도 시설을 파괴하고 병원균을 확산시킬 수 있다

열대성 사이클론(시속 119km/h를 초과하는 폭풍)은 매년 전 세계 약 1억5000만 명에게 영향을 미친다. 이들 대부분은 해안 지역에 거주한다. 이러한 폭풍에는 북대서양과 북동태평양에서 발생하는 허리케인, 북서태평양에서 형성되는 태풍, 남태평양과 인도양에서 시작되는 사이클론이 포함된다.

해수 온도 상승으로 인해 열대성 저기압이 더 강력해질 것이라는 일부 예측을 감안하면, 이러한 폭풍이 질병에 미치는 영향을 전부 파악하는 것이 점점 더 시급해지고 있다.

쿠마르는 “우리는 오랫동안 허리케인을 연구해 왔다. 감염성 질병이 악화되는 경로는 다양한데, 주로 오염된 음식, 오염된 물, 환경성 병원균의 증가가 원인이다”라고 설명한다.

허리케인과 기타 열대성 사이클론은 위장관 감염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폭풍 경로에 위치한 지역은 이런 질병에 더 자주 노출되는데, 빈곤이 극심한 지역에서 더 흔하게 발견되는 질병들이다. 

연구에 따르면, 허리케인으로 인해 미국 남부 해안 지역에서 콜레라가 급증했다. 2023년 다른 연구에서는 대만에서 태풍으로 인해 장 질환이 증가했고 이후 감염증이 패혈증으로 진행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쿠마르의 설명에 따르면, 강력한 폭풍으로 인해 방대한 규모의 물이 이동하는 것이 그 이유다. 폭풍해일로 인해 수위가 6m 이상 올라가면 하수도 시설이 멈추거나 파괴되고, 농장 동물들의 배설물이 상수도로 유입될 수 있다. 이러한 병원균이 강으로 유입되면 훨씬 멀리까지 확산될 수 있다.

쿠마르는 "평범한 비만 내려도 이러한 경로를 통해 일정량의 미생물 오염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플로리다에는 ‘건강한 해변’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상당량의 비가 내릴 때마다 인분에서 발견되는 박테리아의 농도가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강풍이 불면 병원성 박테리아, 바이러스, 기타 미생물이 수 킬로미터 거리의 대기 중으로 확산될 수 있다. 나사(NASA)에서 개발한 특수 항공기로 발견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8월과 9월에 발생한 허리케인 얼과 칼의 영향으로 수많은 박테리아와 곰팡이균이 최대 1만m 높이까지 확산됐다. 두 허리케인은 캐나다 동부에서 멕시코로 이어지는 북미·중미 지역의 대서양 해안선에 영향을 미쳤다.

드레이크는 이 발견으로 인해 이미 대규모 하수처리 시설을 갖추고 있던 일부 지자체가 허리케인 대응용 비상 계획을 수립해야 했다고 말한다. 농장들도 이 사태에 적응해야 했다.

드레이크는 "1999년 허리케인 플로이드가 노스캐롤라이나 동부를 강타한 후, 돼지 라군(돼지 배설물을 저장하는 인공 못)이 침수되고 파괴됐다. 이후 공중보건법령이 개정되어 돼지 라군의 설치·관리 방식이 바뀌었다"고 설명한다.

"저는 미생물의 대기 중 확산이 가져오는 영향에 대해 훨씬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폭우 후 고인 물은 모기가 번식하기에 이상적인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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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후 고인 물은 모기가 번식하기에 이상적인 장소다

홍수가 끝나면 이제 복구와 재건을 시작할 수 있다. 그런데 미생물학자들이 점점 주목하는 사실이 있다. 정원·주택·농장에 고인 물이 모기 번식에 이상적인 환경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렇게 고인 물이 초래하는 공중보건 위협은 종종 간과되곤 한다.

수많은 연구에 따르면, 모기를 통해 전파되는 웨스트나일열, 지카바이러스 감염증, 뎅기열, 치쿤구니야열과 같은 바이러스성 질병은 허리케인이 지나간 후 발병률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허리케인 카트리나 이후 루이지애나와 미시시피에서 웨스트나일병 환자가 증가했고, 허리케인 피오나 이후 푸에르토리코에서 뎅기열 환자가 증가했으며, 허리케인 매튜 이후 아이티에서 지카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증가했다.

캐나다에서는 말라리아를 공중보건에 대한 위협으로 보는 경우가 드물지만, 캐나다 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이 캐나다 남부에서 말라리아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 위치한 존스홉킨스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 킴벌리 데이비스 준교수는 “이렇게 고인 물이 존재하면 벌레가 증식해 지역 생태계 역학관계가 일부 바뀔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실내가 침수되면 곰팡이 번식이 활발해질 수 있다. 작은 누수만 발생해도 환기·공조 시스템의 곰팡이 번식을 유도해 집안의 공기질에 영향을 미치고, 호흡을 방해하며, 면역 체계를 약화시킬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허리케인 리타와 카트리나로 인해 루이지애나에 홍수가 발생한 뒤 알레르기·호흡기감염·폐렴을 유발할 수 있는 공기 부유성 곰팡이 페니실리움과 아스페르길루스가 증가했다.

쿠마르 팀이 허리케인 마리아·어마·마이클의 여파를 연구한 미발표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허리케인 발생 후 6개월 동안 플로리다의 많은 사람에게 천식과 알레르기 같은 만성 질환이 새로 생겼다. 쿠마르는 이 문제가 곰팡이 확산으로 촉발된 것 같다고 BBC에 전했다. 또한, 쿠마르는 허리케인 직후 기존 천식 환자가 급성 악화나 천식 발작을 경험할 수 있으며, 증상이 심화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쿠마르는 “플로리다에서는 허리케인 시즌인 9월과 10월에도 햇빛이 여전히 쨍쨍하기 때문에 수분이 증발해 공기 중에 떠다니게 된다”며, “이 때문에 더 많은 곰팡이가 공기 중에 지속적으로 농축된다”고 말한다. 쿠마르는 사람들이 기침과 재채기를 걱정해 병원을 찾기보다 손상된 집 수리를 우선시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과학자들은 심각한 폭풍 이후 감염증 치료를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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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은 심각한 폭풍 이후 감염증 치료를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쿠마르는 이 문제가 공중보건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이 과소평가되기 쉽다고 지적한다. 쿠마르는 “과거 집안에서 심각한 농도의 검은 곰팡이에 노출된 적이 없었다가 이렇게 만성적으로 노출되면 평생 알레르기나 천식을 앓을 수 있다. 이는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허리케인 이안 이후 “곰팡이가 번진 집에 머물다가 허리케인 상륙 후 2~3개월 만에 사망한 한 사례를 기억한다”고 말했다.

의료 시설이 큰 타격을 입으면 의료 서비스 접근이 제한되는 경우도 있다. 치명적이지 않다고 여겨지는 질환이라면 특히 더 그렇다. 병원과 약국이 정전과 홍수로 인해 문을 닫기도 한다. 허리케인 카트리나 이후 뉴올리언스에서는 주요 병원 3곳이 홍수에 휩쓸려 몇 달 동안 문을 닫아야 했다.

하지만 사회 구성원이 마주하는 위험이 전부 같은 수준인 것은 아니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글로벌 보건 연구원 지나 찬리는 자연재해로 인한 감염병은 빈곤층에게 특히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찬리는 “재난이 발생하면 각종 위험에서 벗어날 수단과 능력을 갖춘 사람들은 병을 피해가곤 하지만, 노인, 임산부, 어린이처럼 그럴 수 없는 사람들은 가장 자주 병에 걸린다”고 말한다. “빈곤층을 줄이면 전 세계적으로 많은 감염병을 줄일 수 있지만, 우리는 이 문제를 오랫동안 방치해 왔죠.”

데이비스와 쿠마르는 심각한 폭풍의 여파로 가장 위험이 큰 지역을 식별하고 감염을 예방·확인·치료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쿠마르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말한다.

“대피소를 비롯해 사람들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모든 장소에 이동형 의료 제공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위험에 처할 수 있는 피해 지역으로 달려가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할 수도 있으니까요. 이는 정부뿐만 아니라 모든 공공·민간 의료 제공자의 역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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