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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충권이 누구야?...'북한 미사일 개발자' 한국 국회의원 되다

2024.04.12
박충권 당선자 (가운데)
국민의힘 홈페이지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2번으로 당선된 박충권 전 현대제철 책임연구원 (가운데)

함경남도 함흥 출신, 북한 국방종합대학 화학재료공학과 졸업,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참여, 2009년 탈북, 서울대학교 공학박사, 현대제철 연구개발본부 책임연구원,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2번으로 대한민국 제22대 국회의원 당선.

1986년생 박충권 당선자의 희귀한 이력이다. 누구지? 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만큼 새로운 얼굴이다.

북한에서 미사일을, 한국에서는 자동차를 연구하던 그가 당선 확정으로 봐도 무방한 여당의 비례 2번을 받게 된 이유와 배경은 무엇일까. 탈북이 두 번째 인생을 위한 여정이었다면, 국회 입성은 그의 또다른 인생의 시작이 아닐까.

'세금 아깝지 않다는 말 듣고 싶어'

박 당선자와 연락이 닿은 것은 총선 투표가 끝난 직후인 4월 10일 오후 7시 40분경이었다. 한국 지상파3사 출구조사 결과가 여당에 불리하게 나온 상황이라 그의 목소리는 어두웠다. 그래도 ‘축하한다’는 기자의 말에 박 당선자는 이렇게 답했다.

“제가 15년 전에 탈북을 했습니다.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아서 어떻게 보면 진짜 맨몸으로 대한민국에 와서 이 자리까지 오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 은혜를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돌려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일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저의 진심이 국민께 다가갈 수 있도록, 또 세금이 아깝지 않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의정활동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울러 이번 총선에서 국민이 보여주신 엄중한 뜻을 잘 받들고 다시 신뢰받을 수 있는 여당이 되도록 헌신의 힘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박 당선자는 2009년 4월 탈북했다. 북한 체제의 민낯을 느꼈기 때문이다. 1년 8개월간 탈북을 준비했는데 중국 연길과 단둥을 거쳐 인천터미널에 도착하기까지 단 3일이면 충분했다. 한국에 온 그는 북한에서의 학력을 인정받았다. 탈북민들은 대부분 공감하겠지만 그 자체로 쉽지 않은 일이다.

서울대 석박사 과정을 거친 후 대기업인 현대제철에서 근무했다. 북한에 이어 한국에서도 안정된 삶을 보장받던 그는 어쩌다 정계에 발을 들이게 됐을까.

처음부터 정치에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한국에 온 이후 학업 그리고 일에만 몰두했다. 그러다 작년 12월 집권당인 국민의힘으로부터 인재영입 제안을 받은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정치를 하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평소에 대한민국에 도움이 되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해왔거든요. 저의 한국에서의 삶 자체가 정말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성장하지 않았습니까? 맨몸으로 한국에 와서 대학원을 거쳐서 대기업 연구원으로 좋은 일터에서 일을 했고 또 지금은 이제 정치계까지 입문하게 됐잖아요. 이런 것들이 어떻게 보면 다 우리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힘이라고 보고요. 이게 저에게는 참 기적이자 축복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겸손한 마음으로 항상 열심히 오직 국민만 보고 나라를 위해서 일하겠다는 그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선거는 자유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린다. 북한 정권과는 전혀 다른 자유민주주의 한국에서 직접 선거 유세에 참여한 소감이 궁금했다.

“이번 선거에 임하면서 가장 집중했던 부분이 종북 반미 세력의 국회 입성을 차단하는 일이었습니다. 이 사람들이 국회에 들어와서 우리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국가 안보를 더 이상 위협하지 못하도록 막아달라고 정말 절박한 심정으로 전국을 돌면서 유세를 했습니다. 국민분들도 많이 만나고 인사드렸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게 철 지난 색깔론이 아닌 실존하는 위협이라는 점을 국민들께 다 전달해 드리지 못한 부분이 좀 아쉽습니다.”

박 당선자는 자신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에서 국회의원이 됐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에도 ‘꼭두각시’에 불과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 있지만 그들은 국민을 대변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는 것은 물론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자신이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점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북한 도발하면 '손해' 보게 해서 막아야'

북한의 화성 15형
Reuters
북한이 2023년 2월 18일 쏘아올린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그런 차원에서 그는 북한의 군사 위협을 차단하고 전쟁 위협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북한이 현재 보유한 신무기들은 지난 2017~2021년 사이에 이미 테스트가 완료됐다는 것. 극초음속 미사일 1호기 테스트는 물론 핵탄두의 최종판이라 불리는 수소폭탄 역시 같은 시기에 이미 진행이 됐으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한 미사일 역량 역시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을 막으려면 강력하게 대응해 주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북한이 도발을 할 때는 분명한 목적이 있어요. 이 목적을 북한이 달성하지 못하게 해줘야 된다, 그 목적이 무엇인지 정밀 분석해서 대응하고 더 나아가서 그 도발을 통해서 반드시 손해를 보게 만들어줘야 된다, 이것이 우리가 북한의 도발을 차단하는 길이라고 봅니다. 더불어 전쟁 위협을 줄이려면 결국에는 대한민국이 독자적인 핵 억제력을 갖추는 노력을 끝까지 멈추지 말고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2009년 4월에 북한 두만강을 건넌 그는 15년이 지난 2024년 4월 한국 국회의원으로서 새로운 길을 시작한다. 그는 자신의 목표를 불안정한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북한 주민들을 잊지 않고 그들의 인권 개선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에게 하고 싶은 말도 덧붙였다.

“북한 주민의 인권을 억압하고 그들의 모든 것을 단절시킨 상태에서 체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더 이상 그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하루빨리 직시하기를 바랍니다. 북한 주민의 의식은 과거와는 다릅니다. 10년 전과 다르고 20년 전과 다릅니다. 북한 주민을 언제까지 속이고 눈을 가리고 귀를 닫아놓을 수는 절대 없을 겁니다. 하루 빨리 다른 출구 전략을 찾아서 정상국가로의 회기를 바라고 그래서 정말 북한 주민과 북한 지도부가 다 같이 함께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위해 그런 노선을 하루빨리 채택하기를 조언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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