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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의 폭탄 선언'으로 마무리된 유럽의회 선거

2024.06.10
마르쿠스 죄더 독일 바이에른 주 총리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위원회 위원장
EPA
마르쿠스 죄더 독일 바이에른 주 총리와 함께 축하하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위원회 위원장

앞서 유럽연합 27개 회원국 국민들이 참여한 유럽의회 선거의 예측 결과가 지난 9일(현지시간) 발표됐다. 해당 선거에서 자국 내 극우 정당에 패배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의회 해산 및 조기 총선 실시라는 폭탄 발언을 내놨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9일) 라이벌인 마린 르펜과 조르당 바르델이 이끄는 극우 성향의 '국민연합당(RN)'에 패한 직후 이같이 발표했다.

유럽의회 의원을 뽑는 이번 선거에선 전반적으로 중도 우파가 지배력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프랑스의 경우 출구 조사 결과 ‘국민연합당’이 여당의 2배에 달하는 득표율 30% 이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같은 결과는 유럽 내 극우 세력 중 가장 큰 성과다.

그러나 프랑스 너머 유럽 전반을 살펴보면, 4일간 진행된 이번 유럽의회 선거의 승자는 중도 우파 정당이라 할 수 있다.

중도 우파 정당들은 독일, 그리스, 폴란드, 스페인에서 승리를 거두는 한편, 헝가리에서도 오랫동안 집권해온 오르반 빅토르 총리에 맞서 상당히 좋은 성과를 보이며 유럽의회 내 장악력을 더욱 높였다.

중도 우파계의 지도자로 현재 연임에 도전하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현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중도 세력이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극좌파와 극우파 모두가 지지를 얻은 것도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자신이 이끄는 정치 그룹인 ‘유럽국민당(EPP)’이 “안정의 닻” 역할을 했으나, 이번 선거 결과는 “중도 정당에도 큰 책임을 안긴다”고 평가했다.

많은 이들의 예상과 달리 극우파 정당들은 그리 대대적인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네덜란드에서도 반이슬람 포퓰리즘 성향의 헤이르트 빌더르스의 ‘자유당(PVV)’은 2위에 머물렀으며, 벨기에에선 분리주의 성향의 ‘플람스의 이익당’이 민족주의 정당인 ‘신플람스 연맹’에 패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유럽 27개국 국민들은 차기 유럽의회를 구성할 의원을 뽑게 되며, 대부분 국가에선 지난 9일 선거를 치렀다. 유럽의회는 유럽 국민들과 EU 기관을 연결하는 직접적인 연결고리와도 같다.

투표에 앞서 유럽의회 내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이끄는 정치 그룹인 ‘유럽국민당(EPP)’이 두 극우당과 대화를 고려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다. 그러나 폰데어라이엔 위원장 자신의 유일한 동맹 그룹은 ‘사회민주진보동맹(S&D)’과 마크롱의 여당이 포함된 ‘리뉴 유럽’뿐임을 분명히 했다.

유럽의회 의석 총 720석 중 ‘유럽국민당(EPP)’이 184석을 차지하며 제1 세력의 자리를 유지할 전망이며, ‘사회민주진보동맹(S&D)’ 또한 계속 2위 자리를 지킬 전망이다. 중도파의 경우에도 전체적인 의석 수는 크게 잃었음에도 여전히 3위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24 유럽의회 선거 예상 결과
BBC
2024 유럽의회 선거 예상 결과

한편 독일에서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선 줄곧 1위가 예상됐던 보수 계열 야당이 실제로 득표율 30%의 인상적인 결과를 기록했다.

올라프 숄츠 총리의 ‘독일 사회민주당(SPD)’의 경우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에 이어 3위를 차지하며 유럽 선거 사상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독일 기독교민주연합(CDU)’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당대표는 ‘독일 사회민주당’을 포함한 3당의 여당 연정은 재앙이라며 변화를 촉구했다.

“저들의 정치는 우리 독일을 손상시키고 있습니다.”

AfD당은 스파이 행위, 외국 세력의 간섭, 나치 동조 의혹 등 여러 스캔들에도 여전히 지지를 잃지 않는 모습이다.

AfD의 공동 당대표인 알리체 바이델은 “지난 몇 주간 우리가 파멸하리라는 모든 예언과 공격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2번째로 강한 세력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난 여러분들 앞에 우리에겐 올라갈 길 만 남았다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아울러 카리스마 넘치는 좌파 성향의 정치인 자라 바겐크네히트가 이끄는 반이민 극좌 정당 ‘자라 바겐크네히트 동맹(BSW)’도 좋은 성적을 거두며 급진 정당들의 약진에 기여했다.

‘국민연합(RN)’당 지지자들이 환호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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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치르겠다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발표에 프랑스 ‘국민연합당(RN)’ 지지자들이 환호하는 모습
AfD당원들이 환호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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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D당의 알리체 바이델과 티노 흐루팔라가 출구 조사 결과에 환호하고 있다

헝가리의 경우 오르반 총리 내각 인사 출신 정치인 페테르 매그야가 중도 우파 성향의 ‘티서당’을 창당한 지 겨우 2달 만에 득표율 30%를 웃돌며 오랜 정치적 동맹인 오르반 총리의 위험한 라이벌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매그야는 닉 소프 BBC 헝가리 특파원과의 인터뷰에서 “다음 헝가리 총선에서 현 정부를 이길 수 있는 새로운 야당이 탄생했다”며 헝가리 국민들은 새로운 상황을 맞게 됐다고 묘사했다.

스페인에선 중도우파 성향의 야당인 ‘인민당(PP)’이 페드로 산체스 현 총리의 ‘사회당’을 꺾었으나, 인민당의 알베르토 누녜스 페이호 대표가 기대했던 만큼의 큰 차이를 벌리진 못했다.

중도 우파 성향의 페이호 대표는 “선거에서의 굉장한 승리”라고 표현했으나, 인민당은 집권 사회당보다 고작 2석 많은 22석을 차지했다.

또 다른 극우 정당인 ‘복스당’은 1, 2위와는 큰 차이로 3위를 기록했다.

조르지아 멜로니
Reuters
조르지아 멜로니 총리는 자신의 정당을 “계속 선택해준” 이탈리아 국민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한편 이탈리아에선 조르지아 멜로니 총리의 영향력이 더욱더 커지고 있다.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극우 성향의 ‘이탈리아형제들(Fdl)당’은 중도 좌파의 엘리 슐라인이 이끄는 ‘민주당(PD)’을 거의 5% 차이로 따돌렸다.

멜로니 총리는 “우리를 계속 선택해 준 이탈리아 국민들에게 감사한다 … 오늘 밤의 결과가 자랑스럽다”고 연설했다.

한편 오스트리아에선 극우 성향의 ‘자유당(FPO)’이 근소하지만 유럽의회 역사상 전례 없는 승리를 거뒀다.

벨기에에선 이번에 유럽의회 선거와 함께 전국 및 지방 선거도 함께 실시됐다.

극우 정당의 1위가 예상됐으나, ‘신플랑드르 동맹’이 1위를 차지하며 자유주의 성향의 알렉산더르 더 크로 총리의 집권을 끝냈다.

프랑스 소재 HEC 파리 경영대학원의 알베르토 알레마노 교수는 “벨기에, 체코, 헝가리, 핀란드, 폴란드에선 극우파가 생각보다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프랑스에선 예상치를 웃도는 좋은 성과를 보였다”며 마크롱 대통령의 의회 해산 결정에 놀라움을 표했다.

알레마노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선거 결과가 한 국가의 정부를 쫓아낼 수 있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U 회원국 중 중도 좌파 정부가 집권한 곳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러나 네덜란드에선 ‘녹색당-노동당 연합(GL-PvdA)’이, 포르투갈에선 야당인 ‘사회당’이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승리했으며, 덴마크에선 야당인 ‘녹색-좌파당’이 메테 프레데릭센 현 총리가 이끄는 집권 ‘사회민주당’을 앞서며 깜짝 승리를 거뒀다.

지는 8일 코펜하겐에서 기습적인 폭행을 당한 뒤 회복 중인 프레데릭센 총리는 유럽에서 우파가 상당히 좋은 성과를 보인 건 사실이지만 “이곳 덴마크에선 우리가 두드러졌다”고 평가했다.

한편 슬로바키아에선 약 1달 전 발생한 암살 시도에서 살아남은 로베르트 피코 현 총리가 이끄는 집권 ‘스메르당’의 승리가 예상됐다.

‘스메르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및 기후 변화 대응 정책인 ‘그린 딜’ 등 EU의 일부 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인다.

그러나 실제 투표 결과 자유주의 성향의 야당 ‘진보 슬로바키아당’이 ‘스메르당’을 꺾고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보 슬로바키아당’의 미할 시메츠카 당대표는 슬로바키아의 유권자들이 피코 내각에 뭐든지 마음대로 할 순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 결과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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