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네비게이션 검색 본문 바로가기

무너진 빙산에서 생존한 새끼 펭귄...감격한 과학자

2024.09.28
황제펭귄 새끼들의 어미는 음식을 찾기 위해 몇 주간 새끼들을 떠나 있는다
Getty Images
황제펭귄 새끼들의 어미는 음식을 찾기 위해 몇 주간 새끼들을 떠나 있는다

지난 5월 거대한 빙산이 남극의 빙붕(남극대륙과 이어져 바다에 떠 있는 얼음덩어리)에서 떨어져 나와 표류하다가 펭귄들 앞에 멈췄다. 이 순간 이 펭귄들은 '세계에서 가장 불운한' 펭귄이 됐다.

문이 닫히는 것처럼 빙산의 거대한 벽이 생기며 남극 핼리베이(Halley Bay)의 펭귄 서식지를 바다와 차단했다.

사냥을 나간 어미 펭귄들이 더 이상 새끼들에게 다가갈 수 없게 됐고 갓 부화해 솜털이 있는 아기 펭귄들의 마지막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몇 주 전, 그 빙산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과학자들은 이 끈질긴 펭귄들이 거대한 빙산을 이길 방법을 찾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이번 주 BBC 뉴스가 단독 공개한 위성 사진을 보면 이 서식지에서의 펭귄의 삶을 알 수 있다.

과학자들은 이 시점까지 길고 불안한 기다림을 견뎌야 했고, 새끼 펭귄들은 앞으로 몇 달간 또 다른 큰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A83 빙산이 5월에 떨어져 나와 펭귄 서식지로 가는 길목을 막았다
Getty Images
A83 빙산이 5월에 떨어져 나와 펭귄 서식지로 가는 길목을 막았다

지난 8월, 영국 남극 조사단에 황제펭귄이 살아남았는지 문의했지만, 그들은 대답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과학자 피터 프렛웰은 "해가 뜨기 전까지는 알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당시 아직 남극의 겨울이어서 위성이 완전한 어둠을 뚫고 새들의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불운한 펭귄들"이라는 표현은 피터가 붙인 것으로, 그는 펭귄들의 기복을 수년간 지켜봐 왔다.

이 생명체들은 생사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삶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번 일은 여러 차례 위험을 겪어온 펭귄들에겐 가장 최근에 있었던 것이다.

생사가 오가는 상황

이곳은 한때 황제펭귄의 안정적인 안식처였다. 매년 1만4000에서 2만5000쌍이 번식하며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서식지였다.

그러나 2019년 번식이 불가해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피터와 그의 동료들은 이 서식지에서 3년 동안 새끼 펭귄이 제대로 자라지 못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아기 펭귄들은 바다 얼음 위에서 지내며 충분히 강해져야 개방된 바다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나 기후 변화로 인해 바다와 공기가 따뜻해지면서 바다 얼음이 점점 더 불안정해지고 폭풍 속에서 갑작스럽게 붕괴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

바다 얼음이 없어지면서 새끼 펭귄들은 물에 빠져 목숨을 잃었다. 몇백 마리의 펭귄들이 근처 맥도널드 아이스 럼플로 서식지를 옮겨 집단을 유지했다.

그러던 중, 5월에 브런트 아이스 셸프에서 380380㎢ 크기의 A83 빙산이 떨어져 나왔다.

운명의 순간

피터는 전체 서식지가 사라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는 다른 펭귄 서식지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로스해(Ross Sea)의 한 펭귄 집단은 몇 년 동안 빙산에 가로막혀 번식에 실패했다.

며칠 전, 남극에 다시 태양이 떠올랐다. 피터가 이용하는 센티널-1 위성이 핼리베이 상공을 지나며 얼음 지대의 사진을 찍었다.

피터는 파일을 열어 보였다.

"아무것도 없는 모습을 볼까 봐 두려웠습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바라던 것이 보였다. 하얀 얼음 지대 위에 갈색 얼룩이 있었다. 펭귄들은 살아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펭귄들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빙산의 높이는 약 15m 정도로 추정되는데, 펭귄들은 그 위로 올라가기란 불가하기 때문이다.

그는 “정말 너무 다행"이라며 “빙산에 얼음 균열이 있어서, 아마 그 아래로 다이빙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빙산은 아마도 수면 아래로도 50m 이상 뻗어 있을 것으로 예상도지만, 펭귄들은 최대 500m까지 다이빙할 수 있다.

“작은 균열이 있더라도 그 아래로 다이빙했으리라고 봅니다.”

브런트 빙붕에서 펭귄들은 여러 어려움을 겪었지만 서식지는 아직 남아 있다
Getty Images
브런트 빙붕에서 펭귄들은 여러 어려움을 겪었지만 서식지는 아직 남아 있다

서식지 위협하는 더 큰 위험

연구팀은 이제 펭귄이 얼마나 있는지 보여주는 고해상도 사진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

영국의 핼리베이 연구기지에 있는 과학자들은 서식지의 크기와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방문할 예정이다.

하지만 남극은 지구의 온난화와 자연 현상으로 인해 빠르게 변하고 있는 지역이다.

현재 펭귄들이 사는 맥도널드 아이스 럼플은 변동성이 크고 예측할 수 없으며, 남극의 계절별 바다 얼음 두께는 매우 얇다.

피터는 A83 빙산이 움직이면서 얼음 지형이 변해 펭귄의 번식지가 이제 “더 노출된” 상태가 됐다고 피터는 설명했다.

얼음에 균열이 생겼고, 바다와의 경계가 날이 갈수록 가까워지고 있다.

만약 새끼 펭귄들이 수영할 수 있기 전인 12월에 얼음이 부서지면, 피터는 그들이 생명을 잃을 수 있으리라며 우려했다.

“펭귄들은 정말 놀라운 동물입니다. 하지만 상황이 조금 밝지 않은 것 같네요. 많은 남극 동물과 마찬가지로, 그들은 바다 얼음 위에서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 환경이 변하고 있습니다. 서식지가 바뀌면 좋지 않은 일입니다.”

BBC NEWS 코리아 최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