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차기 총리 마크 카니, '트럼프와의 무역 전쟁에서 승리할 것'
저스틴 트뤼도의 뒤를 이을 캐나다의 차기 총리로 마크 카니가 지난 9일(현지시간) 선출되었다. 불안정한 시기에 집권하게 된 상황에서 카니 신임 총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무역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겠다고 약속했다.
캐나다와 영국 중앙은행 총재를 역임한 바 있는 카니(59) 총재는 트뤼도 전 총리가 속한 집권 자유당 지도부 경선에서 다른 후보 3명을 물리치고 압승을 거두었다.
카니 총재는 승리 연설에서 자국에 관세를 부과하고,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길 바란다고 발언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하는 데 집중했다.
카니 총재는 "미국인들은 실수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하키와 마찬가지로 무역에서도 캐나다가 이길 것"이라고 다짐했다.
카니 총재는 앞으로 며칠 내에 공식적으로 총리로 취임하게 되며, 향후 몇 주 안에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총선에서 자유당을 지휘하게 된다.
현재 공식적으로 총리 지명자인 카니 총재는 한 번도 정계 선출직으로 활동한 바 없다.
트뤼도 총리가 거의 10년간의 집권 끝에 사임 의사를 밝히며 올해 1월 자유당 지도부 경선이 시작되었다. 트뤼도 총리는 유권자들이 주택 위기, 물가 상승 등에 불만을 품으며 지지율이 하락하자 당 내부적으로 사퇴하라는 압력에 직면했다.
지난 9일 저녁 치러진 1차 투표에서 카니는 득표율 85.9%로 2위를 차지한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전 재무장관을 누르고 승리했다.
수도 오타와에 모인 당원 약 1600명은 결과가 발표되자 크게 환호했다.
자유당은 이번 투표에 15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의회에서 소수 정부를 이끌게 될 카니 총재는 직접 조기 총선을 치르겠다고 결정할 수도 있고, 야당이 이달 말 불신임 투표를 통해 총선을 강행할 수도 있다.
트뤼도 총리의 사임 발표 이후, 집권 자유당은 정치적으로 눈에 띄는 반전을 겪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위협과 캐나다 병합 발언에 국민들이 자극을 받았기 때문이다.
올해 초만 해도 자유당은 피에르 폴리예브가 이끄는 보수당에 20%p 이상 뒤처졌다.
이후 격차를 좁혀나갔고,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보수당과 이제 통계적으로 동률인 상태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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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카니 총재는 대부분의 연설 시간을 미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인 캐나다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부당한 관세"에 집중했다.
미국은 지난 4일 모든 캐나다 상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으나, 불과 며칠 만에 기존 무역 협정을 준수하는 상품에 대해서는 관세를 면제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트뤼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 경제를 붕괴시키려 한다고 비난했고, 캐나다 측은 자체 보복 관세로 맞대응에 나섰다.
카니 총재 또한 승리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 노동자, 가족, 기업을 공격하고 있다"고 말하며 이와 비슷한 태도를 보였다.
"우리는 그가 성공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그의 발언에 관중은 크게 환호했다.
카니 총재는 "미국이 우리를 존중할 때까지"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캐나다 경제는 대미 무역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위협한 전면적인 부과될 경우 경기가 침체될 가능성이 있다.
카니 총재는 "지금이 암울한 날들임을 알고 있다"면서 이는 우리가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는 어느 국가가 초래한 암울한 날들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는 충격을 극복하고 있지만, 언제나 우리 자신을, 서로를 돌봐야 한다는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앞으로의 힘든 날들을 함께 이겨내야 합니다."
또한 카니 총재는 캐나다가 이민자와 펜타닐의 유입을 통제하지 못한다고 비난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핵심 사항인 "국경 지역 안보"도 약속했다.
카니 총재는 국내 주요 반대파인 포일리에브르 총재를 겨냥한 발언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언급했다.
"포일리에브르의 계획은 우리를 분열시키고 정복당할 준비가 된 상태로 몰아넣을 것"이라는 카니 총재는 "왜냐하면 "트럼프의 제단에서 숭배하는 사람은 그에게 맞서는 대신 그의 앞에 무릎을 꿇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카니 총재가 무대에 오르기 직전에 트뤼도 총리는 12년간의 자유당 총재로서의 삶을 회고하며 감정에 찬 고별 연설을 했다.
트뤼도 총리는 트럼프 정부하에서 캐나다가 미국으로부터 "실존적 도전"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트뤼도 총리의 사임 이후 정치적으로 방향을 바꾸어야만 했던 보수당은 카니 총재가 변화를 대변하는 인물이 아닌 "그저 트뤼도와 똑같이" 굴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유당이 단순히 총재만 교체하는 식으로 4번째 총리 임기도 차지하려는 "교활한" 계획을 세웠다고 비난한다.
아울러 카니 총재가 투자회사 '브룩필드 자산운용'의 본사를 토론토에서 뉴욕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자신이 맡았던 역할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니 총재는 본사 이전은 자신이 이사회에서 물러났던 올해 초 이후 결정된 사항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난 12월 카니 총재가 이전을 권고했다는 내용의 서한이 공개되었다.
카니를 지지한 데이비드 맥귄티 공공안전부 장관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카니 총재는 "조용한 결단력을 지닌 사람"이지만 "이러한 중대한 문제를 다룰 수 있는 강한 의지와 능력도 지녔다"고 설명했다.
"앞으로의 일이 무척 기대됩니다. 그리고 솔직히 이제 선거를 치를 때가 되었습니다."
다음 총선에서 자유당은 하원에서 120석을 확보한 공식 야당인 포일리에브르의 보수당, 33석을 보유한 퀘벡 블록당, 24석을 가진 신민주당과 맞붙게 된다.
카니 총재의 주요 정책은?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 출신인 중도적인 의제를 내세우며 선거에 출마했다. 이는 자유당을 좌파 성향으로 이끈 트뤼도 총리와는 다른 방향이다.
카니 총재의 주요 공약은 최근 몇 년 동안 정치적 반대에 직면한 파이프라인과 같은 주요 에너지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주택 및 청정 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카니 총재는 캐나다 내 주들 사이에 남아 있는 장벽을 없애고, 미국 의존도를 줄여 경제를 다변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경선 당시 카니 총재는 트뤼도 정부하에서 40% 증가한 연방 정부의 규모를 제한할 것이라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