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명이 체포된 후 불안한 평온이 찾아온 LA
전날 저녁부터 시작된 통행금지 조치가 해제된 11일(현지시간) 이른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는 불안한 평온이 내려앉은 가운데 전국의 도시들은 추가 시위에 대비하고 있다.
LA에서는 현재까지 서류 미비 이민자 330명을 포함해 약 400명이 체포되었다. 157명은 폭행 및 공무 집행 방해 혐의로 체포되었으며, 이 중 한 명은 경찰관 살인미수 혐의도 받고 있다.
연방 검찰은 경찰에게 화염병을 던진 별개의 사건 2건과 관련해 남성 2명을 기소한 상태다.
불안을 진압하고자 주방위군 총 4000명과 해병대 700명이 배치되었다. 현재 일부 주방위군은 경찰이 도착해 체포할 때까지 사람들을 구금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한편 지역 시장 30명과 함께 지난 11일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카렌 배스 LA 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자 단속 작전이 "공포"와 "혼란"을 조장하며 주민들을 "도발"하는 바람에 시위가 벌어지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주일 전만 해도 모든 것이 평화로웠다"는 배스 시장은 "지난 6일 단속이 시작되면서 상황이 꼬이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LA는 "연방 정부가 지방 정부 혹은 사법부로부터 얼마나 권력을 빼앗아 올 수 있는지 살펴보기 위한 전국적인 실험의 일부가 됐다"라고 주장했다.
배스 시장은 과거에도 행정부에 단속 중단을 요구한 바 있다.
한편 이민자 단속에 대한 시위가 5일째로 접어든 가운데 LA 경찰은 지난밤 "대규모 체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LA 경찰은 일련의 성명을 통해 체포된 이들 중 203명은 해산 명령 불이행, 17명은 통행금지령 위반, 3명은 총기 소지, 1명은 치명적인 무기를 이용한 경찰관 공격 혐의로 체포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충돌 과정에서 경찰관 2명이 부상당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10일 배스 시장은 상점 파괴 및 약탈 피해를 언급하며 시내 중심지 일부에 임시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그렇게 10일 오후 8시부터 11일 오전 6시까지 통행이 금지되었고, 경찰은 이 시간 시내를 돌며 군중을 해산시키기 위해 고무탄을 사용했다.
배스 시장은 해당 통행금지령에 대해 "기물 파손 및 약탈을 막고자" 실시한 조치라면서 도시가 "임계점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통행금지령이 내려진 곳은 미국에서 2번째로 큰 도시인 LA에서도 약 1제곱마일 크기의 지역이다.
짐 맥도넬 LA 경찰청장은 "일부 시위 및 폭력적인 장면으로 인해 LA 전체가 위기인 것처럼 보이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한편 팜 본디 미 법무장관은 11일 백악관 언론 인터뷰에서 통금령이 "약간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 외 지역에서는 주방위군과 함께 이민 단속 작전이 계속 진행 중이다.
LA에 배치된 주방위군과 해병대 병력은 시위대를 체포할 권한은 없으며, 구금할 수는 있다. 배치 작전을 지휘하는 스콧 셔먼 소장은 11일 "(병력의 사용은) 작전을 수행하는 연방 요원 보호 역할로 엄격히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LA에 병력을 투입하며 주정부와의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도시를 "해방시키겠다"고 선언했으나,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이를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며 비난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도시가 외국 적에 의해 점령당하는" 상황을 막기 위한 조치라며 자신의 결정을 정당화했으나, 뉴섬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은 "또 한 번 상황 악화를 선택했고, 더 많은 힘을 동원하는 길을 선택했다"며 반발했다.
민주당의 잠재적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뉴섬 주지사는 "다음 차례는 다른 주들이 될 것"이라면서 경고하기도 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11일 열린 상원 청문회에서 LA 병력 파견은 "합법적이며 헌법에 부합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옹호했다.

한편 10일 미국 내 다른 여러 도시에서도 혼란한 시위가 발생했다:
-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는 수백 명 규모의 시위가 발생했고, 일부 시위대가 경찰을 향해 폭죽을 던지며 진압 경찰이 최루탄을 사용했다
- 뉴욕 경찰은 BBC에 수천 명이 로어 맨해튼 지역으로 행진했으며, 이후 차량 통행을 방해한 혐의로 수십 명이 체포되었다고 밝혔다
-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이민자 집회가 계획된 샌안토니오에 주방위군 병력을 투입했다
국방부는 LA 지역 내 군사 배치 비용이 1억3400만달러(약 1834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스캐롤라이나주 포트 브래그 군사 기지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군인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이번 시위는 "평화와 공공질서에 대한 전면적인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폭력을 진압하고자 우리가 지닌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과 주 정부 간의 정치적 갈등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대통령은 시위대를 "동물"이라고 칭하며, "이러한 무정부 상태는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트 브래그 연설 중에는 군인들에게 뉴섬 주지사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이름이 언급되면 야유를 보내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10일 밤 뉴섬 주지사는 TV 연설을 통해 주 정부의 요청 없이 병력을 동원한 트럼프 대통령의 이례적인 조치를 다시 한번 비난하며, "뻔뻔한 권력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캘리포니아는 시작일 뿐, 분명히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뉴섬 주지사는 "다음 차례는 다른 주들과 민주주의일 것이다. 민주주의가 우리 눈앞에서 공격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날(10일) 오전, 연방 법원은 LA 내 병력 투입을 막아달라며 캘리포니아주 정부가 제기한 긴급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 사건을 맡은 찰스 브레이어 연방 판사는 오는 12일 양측의 의견을 듣는 정식 심리를 열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 운동 당시 대표 공약이었던 대규모 이민자 추방을 더욱 강력히 추진하고자 국경 경비대에 하루 최소 3000명을 체포하라고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멕시코 국경에서의 불법 월경 건수는 역사상 최저치까지 급감했다.
시위가 시작되기 전인 6월 초 CBS 뉴스와 '유고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54%는 트럼프 대통령의 추방 정책을 지지한다고 답했으며, 50%는 이민 정책 전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는 지지율이 각각 42%, 39%를 기록한 트럼프의 경제 정책, 물가 안정 정책에 비해 높은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