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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지구에 들어가는 구호물자의 양은?

2024.05.30
식량을 배급받고자 그릇을 들고 기다리는 가자 지구의 아동들
Getty Images

구호 단체들이 인도주의적 목적의 구호물자 전달이 원활하지 못해 가자 지구 주민들이 굶어 죽기 직전이라며 경고하고 나섰다.

이스라엘은 라파 지역에서의 군사 작전 개시 후 라파 검문소를 폐쇄했다. 구호품을 실은 트럭이 가자 지구로 향하는 주요 진입 지점인 곳이다.

가자 지구에 필요한 지원 규모는?

라파 검문소, 케렘 샬롬 교역로, 에레즈 검문소 위치를 표시한 지도
BBC

보통 가자 지구로 들어오는 구호물자는 남쪽의 라파 검문소와 케렘 샬롬 교역로, 북쪽의 에레즈 검문소를 통한다.

가자 지구 내 팔레스타인인들을 돕는 ‘UN 팔레스타인 난민 구호 사업 기구 담당(UNRWA)’은 가자 지구 내 주민 40%에 구호품을 공급하고 있다.

UNRWA의 줄리엔 투마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는 가자 지구 전체 주민 230만 명에게 공급하기 위해선 하루에 최대 트럭 500대 분량의 구호물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자 지구에서 구호물자를 지원하고 있는 여러 독립 단체 중 하나인 ‘액션에이드 UK’는 구호품이 원활하게 주민들에게 전달되지 않는 상황의 의미를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 가자 지구 전체 인구 230만 명이 현재 식량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 5세 미만 아동 34만6000명이 영양실조를 앓고 있다
  • 5세 미만 아도 5만400명이 극심한 영양실조를 앓고 있다
  • 임신했거나 모유 수유 중인 여성 16만 명에겐 영양실조를 막기 위한 추가 식량 공급이 필요한 상태다

실제 투입되는 지원 규모는?

지난해 12월 23일부터 올해 5월 24일까지 가자 지구로 투입되는 구호품의 양(단위: 트럭 하나에 실리는 양)
BBC
지난해 12월 23일부터 올해 5월 24일까지 가자 지구로 투입되는 구호품의 양(단위: 트럭 하나에 실리는 양)

UNRWA의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지난 2달간 전달된 구호품의 양은 최고치를 기록했다.

우선 3월엔 구호품을 실은 트럭 4993대가 케렘 샬롬 및 라파 검문소를 통해 가자 지구로 들어왔다. 하루 평균 161대 꼴이다. 4월에는 5671대가 들어와 하루 평균 189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5월 초, 이스라엘군은 라파 지역에서 공세를 시작했다. 하마스 군사 지부의 잔당을 파괴하겠다는 목적이다. 이에 따라 5월 6일엔 라파 검문소를 점령하고 이를 폐쇄했다.

UNRWA에 따르면 주변 지역에서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면서 케렘 샬롬 교역로를 통과해 가자 지구로 들어가는 구호물자의 양이 급감했다고 한다.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5월 1일~28일 사이 전달되는 구호물자의 양은 1479대로 줄어들었다. 하루 평균으로 계산하면 53대에 불과하다.

UNRWA는 단 1대의 트럭도 통과하지 못한 날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라파 검문소의 구호품
Getty Images
이번 달 초부터 라파 검문소에선 구호품 이동이 중단됐다

물론 5월 초부턴 UNRWA 또한 자체적으로 준비한 구호품 전달량만을 집계할 수 있었기에 실제보다 더 적게 평가된 수치일 수 있다.

그러나 ‘액션에이드 UK’는 5월 초부터 자신들은 가자 지구로 구호품은 거의 전달하지 못했거나 아예 못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준비했던 구호 식량 대부분이 썩기 시작했다고 한다.

‘액션에이드 UK’에서 인도주의 정책을 이끄는 자이드 이사는 “라파 검문소는 계속 폐쇄된 상태고, 케렘 샬롬 교역로의 경우 이스라엘 쪽은 개방돼 있으나, 여전히 가자 지구로 구호 단체가 나서기엔 너무 위험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생명을 구할 물자를 실은 트럭이 움직이지도 못하고 경계선 반대편에 발이 묶인 부조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자 지구로의 구호 물품 이동을 조정하는 이스라엘 국방부 산하 ‘코갓’은 이에 대해 강력히 반박하고 있다.

코갓의 샤니 사손 대변인은 코갓의 데이터를 언급하며 “현재 우리는 가자 지구 북부의 에르즈 검문소와 남쪽의 케렘 샬롬 교역로 등 총 2곳을 열어 두고 있다”면서 “매일 트럭 약 400대 분량의 구호물자가 이 2곳을 통해 가자 지구로 유입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임시 부두는 도움이 됐나?

미군은 해상으로 구호물자를 들여오고자 가자 시티 남쪽 해변과 연결된 수백 미터 길이의 임시 수상 부두를 건설했다.

해당 부두는 이번 달 17일부터 사용되고 있었다.

키프로스에서 구호품을 실은 트럭이 해군 함정에서 부두로 옮겨지고, 트럭은 구호품을 해변의 적재 장소에 내려놓았다.

미군은 해당 부두를 통해 하루에 트럭 약 90대가 들어올 수 있다고 예상하는 한편, 이후 하루 150대로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28일, 높은 파도로 인해 해당 부두가 파손되며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이에 부두 일부가 이스라엘의 아슈도드 항구로 옮겨져 수리되고 있다.

높은 파도로 인해 파손된 가자 지구의 부두가 수리를 위해 철거된 모습
BBC

한편 구호 단체들은 이 부두가 가자 지구의 구호물자 지원을 전무 해결할 특효약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액션에이드 UK’의 이사는 “이 부두를 100% 사용할 수 있다 해도 이 길을 통해선 하루에 트럭 150대만이 들어갈 수 있다”면서 “가자 지구로 들어가는 구호 물품의 양이 늘어난다는 사실 자체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이조차도 가자 지구 주민들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양에 비하면 무척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 부두를 사용한다고 해서 가자 지구에서의 구호물자 분배가 여전히 매우 어렵고 위험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지원 부족이 의미하는 바는?

식량 위기를 감시하는 국제기구인 ‘통합식량안보단계(IPC)’는 가자 지구 주민 110만 명이 심각한 식량 불안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가자 지구 북부는 기근이 임박한 상태로, 약 21만 명이 위험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국제구조위원회(IRC)’에 따르면 기근이란 영양실조, 굶주림, 아사로 이어지는 식량 부족 상황을 가리킨다.

또한 IPC는 지금부터 오는 7월 사이 가자 지구 중부 및 남부에서도 주민 수십만 명이 기근에 시달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 단체 ‘유로메드 인권 모니터’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라파 공세 개시 이후 하마스가 운영하는 가자 지구 내 보건 당국이 공식적으로 기록한 기근 관련 사망자는 30명이며, 현재도 매일 굶어 죽어가는 이들이 있다고 한다.

‘유로메드 인권 모니터’는 UN 등에 가자 지구 내 공식적인 기근 선포를 촉구했다.

그러나 ‘코갓’은 그렇게 나쁜 상황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사손 대변인은 “하루에 구호 트럭 400대가 들어가는데, 어떻게 기근일 수 있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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