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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앰네스티, '전 세계적으로 사형 집행 31% 증가'

2024.05.31
교수형 올가미
BBC

비정부 기구 국제 앰네스티의 최신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사형 집행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

앰네스티는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1153건의 사형이 집행됐다고 밝혔다. 이는 2022년의 883건보다 31% 증가한 수치이자, 1634건으로 집계된 2015년 이후 앰네스티가 기록한 최고치이다.

앰네스티의 아그네스 칼라마르 사무총장은 “기록된 사형 집행 건수의 급격한 증가는 주로 이란의 탓이 크다”면서 “이란 당국은 사람의 생명을 완전히 경시했으며, 마약 관련 범죄에 대한 사형 집행을 늘리면서 이란 사회에서도 가장 소외되고 빈곤한 지역 사회에 대산 사형의 차별적인 영향을 더욱더 부각시켰다”고 지적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은 지난해 853명을 사형시키며 기록의 대부분을 차지했으나, 앰네스티는 중국이야말로 최다 사형집행국일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의 사형 집행에 대해선 공식적인 수치가 없으나, 앰네스티는 지난해 기준 중국에서 수천 명이 사형당한 것으로 추정했다.

아울러 앰네스티는 2022년 대비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사형 선고 건수가 20%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2018년 이후 최대치이다.

연도별 전 세계 사형 집행(붉은색) 및 선고(푸른색) 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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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 최다 집행국은?

앰네스티는 지난해 최다 사형 집행 건수를 기록한 다섯 국가는 중국,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소말리아, 미국이라고 설명했다. 이중 이란이 전체 사형 집행 건수의 74%를 차지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가 15%로 그 뒤를 이었다.

앰네스티는 중국과 마찬가지로 북한, 베트남, 시리아, 팔레스타인 영토, 아프가니스탄 내 공식적인 사형 집행 건수는 수집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2023년 기록된 사형 집행 건수.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소말리아, 미국, 이라크 및 그 외 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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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 제도를 폐지한 국가는?

사형 제도를 폐지한 국가는 1991년 48개국에서 지난해 112개국으로 늘어났다.

9개국에선 중대 범죄에만 사형을 선고했으며, 사형 제도가 여전히 있으나 최소 10년간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국가는 23개국으로 집계됐다.

지난 15년간 사형 제도를 폐지한 국가(푸른색), 일반 범죄에 대한 사형 제도를 폐지한 국가(보라색), 10년간 집행하지 않은 국가(붉은색), 최소 10년간 최소 1번 집행한 국가(연두색)의 수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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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 사형 집행 방식은?

지난해 기준 알려진 사형 집행 방법은 4가지로, 이중 참수형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만 실시됐다.

7개국은 교수형을, 6개국은 총살형을, 3개국은 약물을 사용해 사형을 집행했다.

볼커 튀르크 UN 인권최고대표는 “사형 집행으로 인한 고통은 인간의 존엄성, 생명에 대한 기본권, 고문 및 잔인하고 비인도적이며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로부터 자유롭게 살 권리 등과 공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2019~2023년 꾸준히 사형을 집행한 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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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고 후 무죄 판결

유죄 판결을 받은 이가 최종 선고 및 항소 절차가 마무리된 이후 혐의를 벗거나, 무죄 판결을 받게 된 상황이다.

앰네스티는 케냐(5건), 미국(3건), 짐바브웨(1건) 등 총 3개국에서 사형을 앞둔 수감자가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기록했다.

인권 운동가들은 무고한 이들이 사형 집행 후 무죄 판결을 받는 상황을 막고자 사형 제도에 반대한다.

범죄 억지력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사형 제도를 유지하는 국가들은 대부분 “사형 제도의 존재가 범죄를 억제한다는 근거 없는 믿음”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과학 전문가들은 사형제도의 범죄 억제 효과는 입증된 바 없다는 데 동의한다.

한편 어떤 이들은 최고의 범죄 억지력은 체포 후 처벌받을 가능성이라고 말한다.

1988년 UN에선 사형 선고와 살인 범죄 간 관계를 파악하고자 조사를 실시했으며, 해당 조사는 1996년 업데이트됐다.

해당 조사에선 “사형이 종신형보다 범죄 억제 효과가 더 크다는 과학적 증거 제시에 실패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국의 사형 집행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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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사형 집행실에서 형을 집행한다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

2010년 알제리, 아르헨티나, 카자흐스탄, 멕시코, 튀르키예 등 14개국은 ‘국제 사형제 반대 위원회’를 설립했다.

해당 위원회의 규모는 영국, 캐나다, 호주, 독일, 토고 등 회원국 총 24개국으로 늘어났다.

‘국제 사형제 반대 위원회’는 지난해 공개한 최신 보고서를 통해 ‘UN 아동 권리 협약’ 상 아동 사형 집행은 금지됐음에도, 여전히 많은 국가에서 사형 집행 위험에 처한 아동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아동들의 권리를 담은 이 협약은 전 세계적으로 196개국이 채택한 약속이다.

한편 ‘미국 심리학회(APA)’는 “현재 과학에 따르면 18~20세 사이 인간의 뇌는 17세의 뇌와 상당히 다르다고 할 수 없다”면서 미국의 주 정부들에 21세 미만에 대한 사형 선고를 금지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현재 청소년 고유의 특성 및 미성숙함 때문에 16세와 17세에게 사형을 선고하지 않는데, 이는 18~20세에게도 동일하게 존재하는 특징”이라는 것이다.

사실 사형이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은 이뿐만이 아니다. ‘국제 사형제 반대 위원회’는 “다른 범죄 처벌 형태와 달리 부모를 사형해버리면 남겨진 아동에겐 부모와 관계를 쌓아갈 기회를 영원히 박탈당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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