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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K-뷰티 산업에 어떤 타격을 주고 있을까

1일 전
2022 서울패션위크에서 미스지 컬렉션 런웨이 쇼의 프리레코딩 중 모델이 모습이 포착됐다
Getty Images

자동차와 스마트폰은 미국으로 향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수출품이지만, 한국의 뷰티 제품만큼 소비자들의 충성도를 이끄는 품목은 드물다.

'K-뷰티'는 한국산 스킨케어, 메이크업, 코스메틱 전반을 아우르는 용어로, 품질과 가성비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최근 몇 년 사이 수요가 급증했다.

한국 문화의 세계적 인기도 한국 화장품의 인기에 큰 영향을 미쳤다.

미국에 거주하는 펄 막(27)은 친구들의 소개로 K-뷰티 제품을 처음 접했다고 BBC에 밝혔다. 서양 브랜드는 다소 자극적인 경우가 많지만, 한국 세럼은 자신의 피부에 더 잘 맞는다고 설명했다.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그는 "지금 사용하는 스킨케어 제품의 95%가 K-뷰티"라고 덧붙였다.

K-뷰티 제품을 선호하는 이는 더 많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미국 소비자들이 K-뷰티 제품에 지출한 금액은 약 17억달러(약 23조6135억 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도 대비 50% 이상 증가한 수치다.

K-뷰티는 일반적으로 서양 제품보다 가격이 더 합리적일 뿐 아니라, 약모밀부터 달팽이 점액까지 서구에서는 흔하지 않은 성분들을 포함하고 있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췄다.

하지만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수입품에 15%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시장에 변화가 일고 있다.

당초 예고됐던 25%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많은 소비자들이 벌써부터 가격 인상에 대비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를 대상으로 광범위한 수입세를 발표한 직후, 미국 내 K-뷰티 유통업체 산테 브랜드는 4월 주문량이 약 30% 급증했다고 밝혔다.

산테 브랜드 창립자 셰이엔 웨어는 BBC에 "관세 발표가 나오자 고객들이 이 상황을 어떻게 견딜지 전략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며 "소비자들은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K-뷰티 유통업체 센티 센티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위협 이후 제품 주문량을 늘려왔다고 매니저 위니 종은 전했다. 이번 주, 종은 공급업체들로부터 "관세가 적용되기 전 제품을 확보하라"는 알림을 받았다고 밝혔다.

두 업체는 관세로 인해 업계 전반의 비용이 증가하면서 K-뷰티 제품 가격 역시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웨어는 "앞으로 2년 동안 가격이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순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학자이자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캠퍼스(UCSD)의 이문섭 교수는 "특히 아마존과 같은 플랫폼에서 소규모로 운영되는 뷰티 제품 판매자들은 이윤이 적기 때문에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가격이 오르더라도 한국 문화의 글로벌 인기를 감안하면, 미국 내 K-뷰티 제품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일반 소비자들은 가격 인상에 부담을 느낄 수 있지만, 팬들은 쉽게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종 역시 이에 동의하며, 소비자들은 여전히 K-뷰티 제품을 구매하겠지만 가격 상승으로 인해 이전보다 구매 수량은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펄 막은 자신이 좋아하는 제품 구매를 멈출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가격이 얼마나 오르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같은 제품을 더 비싸게 주고서라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대체제 없어'

대형 K-뷰티 브랜드는 작은 경쟁사들보다 세금 부담을 훨씬 잘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국에 기반을 둔 비즈니스 컨설턴트 에얄 빅토르 마무가 말한다.

그는 이러한 대기업들이 높은 이윤률 덕분에 고객들에게 큰 가격 인상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한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소형 K-뷰티 기업들은 비용 상승을 억제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마무는 전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대부분의 제품은 이미 현재 가격으로 주문이 들어갔기 때문에 그 효과가 나타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지만, 곧 그 결과가 드러날 것입니다."

롯데몰 김포공항점 에뛰드하우스 매장에서 한 고객이 화장품을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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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 제품의 글로벌 인기는 한국 문화의 인기로 촉진됐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 유럽연합과 협정을 체결하여, 이들 국가의 수출품이 한국과 동일한 15%의 세금이 부과되도록 했다.

이로 인해 세계 최대 화장품 브랜드가 있는 국가들도 K-뷰티 산업과 동일한 세금 부담을 지게 되었다.

트럼프의 무역 정책의 핵심은 더 많은 제품을 미국에서 생산하려는 그의 야망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미국 소비자들이 미국산 뷰티 제품으로 전환할지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

펄 막은 미국산 제품이 매력적인 대안이 될 것 같지 않다고 말한다.

"미국산 대체품을 자주 찾아보지만, 제가 사용하는 제품만큼 효과적인 제품은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미국 제품으로는 아직 넘어가지 않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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