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감동적인 작별 인사 … 토트넘은 그를 얼마나 그리워할까

손흥민(33)이 3일 서울에 모인 열성적인 홈 팬들 앞에서 잉글랜드프로축구(EPL) 토트넘 홋스퍼와의 고별전으로 예상되는 경기에서 감동적인 작별 인사를 전했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공격수이기도 한 손흥민이 후반 20분 교체되자 토트넘 동료 선수뿐만 아니라 상대 팀 뉴캐슬 선수들까지 경기장 가운데 늘어서 그를 포옹하며 배웅했다.
벤 데이비스에게 주장 완장을 넘긴 손흥민은 코치진, 교체 선수들과도 한 명 한 명 포옹하며 그라운드를 떠났고, 벤치에서는 손에 얼굴을 묻으며 눈물을 참는 모습을 보였다.
뉴캐슬의 에디 하우 감독은 "우리 선수들의 반응은 거의 본능적이었다"고 했다.
"이는 손 선수에 대한 많은 것을 말해줍니다. 그의 재능뿐만 아니라 지난 몇 년간 보여준 태도에 관한 것입니다."
"그는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중 하나일 것입니다."
손흥민은 경기 전날인 2일 인터뷰에서 10년간 몸담았던 토트넘과의 결별은 "축구를 하면서 제일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치러진 토트넘과 뉴캐슬 간 프리시즌 친선경기는 1-1로 끝났다.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손흥민은 "처음에는 울지 않을 줄 알았다"며 말을 꺼냈다.
"오랜 시간을 보낸 팀을 떠나보내려 하니 마음이 쉽지 않았습니다. 선수들의 한마디 한마디를 듣다 보니 감정이 북받쳤습니다."
"너무나 행복한 경기를 했습니다. 동료와 팬, 상대 선수 덕분에 잊지 못할 하루를 보냈습니다."
"아직 축구 인생이 끝난 게 아니기에 계속해서 (팬들께) 즐거움을 드리고 싶고, 또 제가 축구선수로서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는 미드필더 제임스 매디슨이 교체 투입된 지 10분 만에 들것에 실려 나갔다.
토트넘의 새 감독인 토마스 프랭크는 "인생과 축구에서는 때로는 아름다운 일과 잔혹한 일이 동시에 일어나곤 한다"고 표현했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습니다. (매디슨의) 부상은 심각해보였지만, 또 한편으로는 손 선수에게 팀 동료들은 물론 뉴캐슬 선수들도 존경을 표하는 믿기 힘든 장면이 펼쳐졌죠."
"먼저 경기장을 한 바퀴 돌며 인사했고, 이후 팀 동료들이 주위로 몰려왔는데, 손 선수는 감정적으로 북받친 모습이었습니다."
"라커룸에서도 분위기는 비슷했습니다. 저는 많은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건 손 선수의 순간이니까요. 그 후 그가 몇 마디를 했습니다. 아름다웠습니다."

손흥민은 2015년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을 떠나 이적료 2200만파운드(약 405억원)로 토트넘에 입단하며 아시아 선수 역사상 가장 높은 몸값 기록을 세운 바 있다.
클럽의 전설이 된 그는 올해 5월에는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결승전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꺾고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팀에 17년 만에 우승을 안기기도 했다.
현재 손흥민은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의 로스앤젤레스 FC와 막바지 이적 협상 중이다.
2일 기자회견에서 고국에서의 작별 인사가 손 선수에게는 "아름다운 결말"이 될 것이라고 말한 프랭크 감독은 경기 후에는 "(이적이) 임박했기에 오늘 경기가 손 선수의 고별전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전했다
토트넘은 오는 7일 독일에서 FC 바이에른 뮌헨과 경기를 치를 예정이며, 다음 주인 14일에는 파리 생제르맹 FC와 UEFA 슈퍼컵을 놓고 다툴 예정이다.
한편 기대를 품고 서울에 모인 팬들은 손흥민이 공을 잡을 때마다 열렬히 응원했다.
전반 4분 만에 페널티 구역 가장자리에서 선제골을 넣은 브레넌 존슨은 손흥민의 '사진 찍는 포즈' 골 세리머니를 따라 하며 경의를 표하기도 했다.
이후 전반 종료 직전, 하비 반스가 골키퍼 안토닌 킨스키를 근거리에서 제치며 동점골을 터뜨렸다.

토트넘은 손흥민을 얼마나 그리워하게 될까
손흥민의 기록은 말이 필요 없을 정도다. 그는 토트넘에서 통상 454경기에 출전해 173골(클럽 역사상 5위), 101도움을 기록했다. 이중 프리미어리그에서 넣은 골이 127개로, 이는 리그 역사상 공동 16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아울러 토트넘 소속 선수로는 프리미어리그 통산 최다 도움(71개)을 기록하고 있으며, 2021-22 시즌에는 리버풀의 모하메드 살라와 함께 23골로 공동 득점왕에 오르며 아시아 선수 최초로 골든부트(프리미어리그의 득점왕에게 수여하는 상)를 수상하기도 했다.
2023년 토트넘의 최다 득점자 해리 케인이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한 직후 시즌에는 프리미어리그 35경기에서 17골, 10도움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클럽 올해의 선수로 3차례 선정된 바 있는 손흥민은 지난 시즌에 데뷔 시즌 이후 처음으로 리그 두 자릿수 득점에 실패했으며, 토트넘은 강등권 바로 위인 17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손흥민의 영향력을 단순히 득점 기록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그는 지난 시즌 리그에서 90분당 0.38개 도움이라는 개인 최고 기록을 세웠다. 아울러 빅 찬스 창출은 90분당 0.68회였는데, 이는 지난 시즌 1000분 이상 출전한 프리미어리그 선수 중 5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어쩌면 가장 의미 있는 통계는 그가 팀 동료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일지도 모른다.
2024-25 시즌 손흥민이 선발 출전한 24경기에서 토트넘의 승률은 42%였다. 그러나 그가 결장한 14경기에서는 13경기에서 패배했다.
손흥민이 선발로 나설 때 토트넘은 경기당 평균 2.1골, 승점 1.4점을 올렸지만, 그가 빠진 경기에서는 평균 1.0골, 승점 0.4점에 그쳤다.
그렇기에 프랭크 감독 입장에서는 이번 친선 경기에서도 손흥민과 교체되어 출전한, 5500만 파운드에 영입한 신입생 모하메드 쿠두스 등의 선수들이 더 제 역할을 해주어야 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