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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조나 대법원, 1864년 제정된 '강력한 낙태 금지법' 부활시켜

2024.04.10
‘로 대 웨이드 판결’ 번복 지지 시위
Getty Images
이번 법원의 결정으로 애리조나주의 모든 낙태 클리닉이 문을 닫을 수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 대법원이 지난 9일(현지시간) 160년 전 제정된 강력한 낙태 금지법을 집행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애리조나주가 주가 되기도 전인 1864년 제정된 이 법은 산모의 생명이 위험한 경우를 제외한 모든 낙태를 금지하며, 이를 어길 시 2~5년의 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법원의 결정으로 애리조나주의 모든 낙태 클리닉이 폐쇄될 수 있으며, 여성 의료 서비스 및 다가오는 미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애리조나의 유권자들은 오는 11월 주민투표를 통해 이 판결을 무효화할 수도 있다.

주가 되기도 전에 제정됐으며, 수십 년간 효력이 없던 법을 다시 집행할 수 있는지 수개월간 법적 논쟁이 벌어진 끝에 나온 판단이다.

애리조나 내부에선 2022년엔 임신 15주까지의 낙태를 허용하는 법이 통과되는 등 지난 수십 년간 160년 된 해당 법은 사실상 무효화된 상태였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지난 2023년 8월, 주 대법원은 우파 성향의 로펌인 ‘자유 수호 연맹’이 더 최근 제정된 법을 따라야 한다는 하급법원 판결에 반발해 상고하면서 해당 사건을 검토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다 지난 9일 대법관 6명 중 4명 찬성, 2명 반대 의견으로 하급심의 판결을 뒤집었다. 낙태 절차에 대해 연방 또는 주 정부의 보호한 바 없다며 1864년 법을 “이제 집행할 수 있다”고 설명한 것이다.

이번 결정에 대해 ‘자유 수호 연맹’은 낙태 반대 운동가들과 함께 “의미 있는” 이번 판결이 “죄 없는 수많은 태아의 생명을 보호할 것”이라며 축하했다.

한편 애리조나주 대법원은 판단이 유효하기까지 14일의 유예기간을 두는 한편 더 많은 의견을 듣고자 사건을 하급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그러나 해당 법을 어떻게 집행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민주당 소속의 케이티 홉스 애리조나 주지사는 지난해 낙태법 집행을 크리스 메이즈 주 법무장관에게 맡기는 행정 명령을 내린 바 있다. 메이즈 주 법무장관 또한 민주당 소속으로, 애리조나 주민들에게 낙태를 받거나 시술한 혐의로 기소하지 않을 것이라 약속했다.

메이즈 장관은 같은 날(9일) 이러한 약속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1864년 법은 “가혹하다”고 일갈했다.

메이즈 장관은 “애리조나가 주가 아니었으며, 남북전쟁이 한창 격렬히 진행 중이었으며, 여성들은 투표조차 할 수 없던 시절 제정된 법을 다시 유호화하겠다는 오늘 법원의 판단은 우리 주 역사의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라 비난했다.

아울러 백악관과 다른 주요 민주당 인사들도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애리조나주의 일부 공화당원들조차 이번 판결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공화당 소속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이자 애리조나 주 상원의원 후보인 캐리 레이크는 이번 판결에 반대한다면서 홉스 주지사와 주 의회에 “상식적인 해결책”을 찾아달라 촉구했다.

민주당 소속 정치인으로 애리조나 주 상원의원 자리를 두고 경쟁할 루벤 가예고는 레이크 후보가 1864년 법은 “훌륭하다”고 말한 2022년 인터뷰를 언급하며, 이전엔 낙태 금지법을 지지하지 않았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가예고 후보는 “오늘의 판결은 애리조나주의 여성과 그 가족들에겐 엄청나게 충격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낙태권 관련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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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권자 대다수가 낙태 접근권을 지지한다

미국 대중이 전반적으로 낙태 접근권을 지지하는 가운데 지난 2022년 6월, 미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하는 획기적인 내용으로 1973년 나온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으면서 낙태 접근권은 민주당이 지방 및 주 선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그리고 이제 낙태 금지 논란은 오는 11월 대선에서 또 한 번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번 논란이 애리조나와 같은 격전지에서 유리한 요소로 작용하길 바라고 있다.

한편 이번 주 대법원의 판결로 인해 임신 24주까지 낙태 권리를 보호하자는 주민투표는 더욱더 주목받게 될 전망이다.

애리조나주의 시민운동가들은 올가을 주민들을 상대로 이러한 투표를 벌이는 데 필요한 서명 개수를 이미 충족했다고 말한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힌 이후 거의 2년이 지난 지금, 낙태 접근성 확대를 지지하는 시민 운동가들은 공화당이 우세한 주에서도 이와 관련한 주민 투표 7건 모두에서 승리를 거뒀다.

한편 지난주 플로리다주에선 주 대법원이 오는 11월 낙태 접근성에 관한 주민투표를 승인했다. 해당 투표 결과에 따라 주민들은 지난해 제정된 임신 6주 후 낙태 금지 조치를 뒤집고, 주 헌법에 광범위한 낙태 접근권을 명시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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