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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이란 재보복' 검토중...미국과 동맹국은 전면전을 막을 수 있을까

2024.04.15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
Reuters
미국은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맞서 이스라엘의 방어를 적극적으로 도왔다. 그리고 이젠 이스라엘이 자제하길 원한다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 폭격에 맞서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향해 무인기와 미사일 수백 발을 발사하며 보복 공격을 감행했다. 이스라엘이 재보복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가운데 이스라엘 전시 내각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우리가 선택한 시기에 선택한 방식”으로 이란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 공격 이후 전시 내각에 합류한 야당 지도자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는 14일 이스라엘과 서방 동맹국의 결속력을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이란에 맞서고, 전 세계는 이란에 맞섭니다. 이게 결과입니다. 이는 이스라엘의 안보를 위해 우리가 반드시 활용해야 할 전략적 성과입니다.”

이처럼 간츠 대표의 발언만 놓고 보면 이스라엘 당국은 이란에 맞서 재보복에 나설 가능성 혹은 이란 본토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스라엘은 사이버 공격, 관련 관료 혹은 과학자 암살 등의 방식으로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반복해서 공격한 바 있다)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자제를 원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겐 외교적 대응을 할 시간이 있을지도 모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란에 대해 논의하고자 주요 7개국(G7) 정상을 소집한 상태다.

지난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이후 중동 전역으로 번진 이번 전쟁은 2주 전인 지난 1일 가장 최근 들어 확대됐다. 이스라엘이 시리아 다마스쿠스 소재 이란 영사관 건물을 폭격해 이란혁명수비대 고위 장군 1명과 그 2인자, 다른 관계자들이 사망한 것이다.

이스라엘은 미국 측과 조율하지 않은 상태로 해당 공격을 감행했다. 이스라엘 입장에선 이란혁명수비대 고위 관료를 제거할 수 있는 기회라면 위험을 감수할만하다고 평가했을 것이다.

공격 이후 이스라엘은 고위 군 관료가 외교 건물에 있었던 것이기에 합법적인 공격 대상이었다는 설득력 없는 주장을 내놓았다.

그런데 여기서 더 중요한 부분은 이란이 해당 폭격을 자국 영토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이에 곧바로 이란이 보복에 나서리라는 건 분명해졌다. 이란 당국은 우회적인 방법이 아닌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성명을 통해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분명하게 전달했다.

이스라엘과 미국, 이들의 동맹국엔 충분한 경고가 주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주말을 보내던 델라웨어주에서 백악관으로 돌아올 시간이 있었다. 이란은 초음속 탄도 미사일 대신, 목표물에 접근하는 2시간 동안 레이더 화면에 포착될 수 있는 저속 드론으로 보복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이스라엘의 최대 적이라 할 수 있는 이란은 여러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더 큰 규모의 공격을 감행했다. 많은 이스라엘인들이 자국 정부 또한 재보복에 나서리라 예상할 만큼의 수준이었다.

이란은 이번에 최초로 자국 영토에서 이스라엘 본토를 향해 무기를 발사했다. 드론 300여 대, 순항 및 탄도 미사일 대부분은 미국, 영국, 요르단의 지원으로 더욱 강화된 이스라엘의 강력한 방공망에 의해 저지됐다.

이스라엘의 동맹 세력 특히 미국은 밤새 이스라엘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이스라엘의 “철통같은” 안보를 약속했던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가 네 뒤를 지키고 있다’는 식으로 또 한 번 이 약속을 지켰다.

그리고 그 대가로 이제 미국은 이스라엘이 자제하길 바란다.

바이든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 이란의 공격은 저지됐고, 이스라엘이 승리했으니, 이란 영토에 군사적 공격을 단행해 상황을 키우지 말라는 것이다.

서방 세계 측 한 고위 외교관은 더 이상의 확전을 막기 위해선 선을 긋는 게 중요하다고 귀띔했다.

이란 또한 선을 그을 수 있길 바라는 모양새다. 이란은 시리아 소재 자국 영사관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해 자신들은 대답했으며, 이스라엘이 재보복할 경우 사태는 더욱 확대될 뿐이라는 것이다.

이란 측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촉발돼 2주간 이어진 위기와 위협의 상황을 진정시키고 싶어 하는 듯하다.

아마도 이란은 자신들이 입은 피해보단 더 큰 피해를 주고자 했을 것이다. 아니면 이스라엘이 반격해올 명분을 주지 않겠다는 계획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일 수도 있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자국 영사관 공격으로 잃어버린 억지력을 회복하고 싶었을 것이다. 이스라엘과 동맹국들이 자신들이 발사한 거의 모든 무기를 막아낸 후엔 억지력을 회복하기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미사일 요격 장면
Reuters
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동맹국들은 이란에서 발사한 드론 300대 및 미사일 등을 대부분 요격했다고 한다

이번 보복 공격은 분명 이스라엘에 대한 전면적인 공격은 아니었다. 이란은 지난 수년간 미사일 및 로켓포 전력을 강화했다. 이란은 이번에 더 많은 무기를 동원했을 수도 있고, 이란의 막강한 동맹 세력 중 하나인 레바논의 헤즈볼라도 보유한 로켓포와 미사일로 공격에 가담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다.

한편 네타냐후 총리 입장에선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가자 지구의 소식이 전 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에서 사라진 것에 대해 어느 정도의 만족할 것이다. 가자 지구 내 인도주의적 재앙 사태 및 인질 석방과 하마스 궤멸이라는 이스라엘의 전쟁 목표 달성 실패로 인한 압박으로부터 잠시 숨돌릴 틈이 생긴 셈이다.

며칠 전만 해도 국제 사회는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봉쇄가 촉발한 기근 사태를 둘러싼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 간 균열에 집중했다. 그러나 이제 이 두 정상은 단결을 얘기하고 있다.

또한 국내에서 그의 퇴진을 원하는 목소리가 높음에도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을 결단력 있고 합리적인 지도자, 국민들의 수호자로 내세울 수 있게 됐다. 네타냐후 총리에 반대하는 이들은 그의 성급하고 안전하지 않은 정책으로 이스라엘이 취약해져 10월 7일 하마스가 공격해올 수 있었다고 본다.

변하지 않는 건 미국은 중동이 전면전으로 치닫는 일만큼은 막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외교 시설을 공격하고, 이란이 이스라엘을 직접 공격하면서 이미 레드라인(한계선)을 넘었다. 이스라엘 내 우파 세력은 재보복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한다. 그리고 이러한 요구는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다.

G7의 외교 당국자들에겐 중동이 더 큰 파괴적인 분쟁에 돌입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이후 지난 6개월간 중동은 느리지만 꾸준히, 재앙이라는 한 방향을 향해 미끄러져 내려가고 있다.

만약 이스라엘이 반격하지 말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충고를 받아들인다면, 중동은 한숨을 돌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 위험한 상황이 완전히 끝났다고 확신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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