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은 과거와 어떻게 다른가?
미국 정치에서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은 반복되는 현상이지만, 이번 사태는 양당의 갈등과 불신이 겹치며 한층 더 격화된 모습이다.
지난 1일(현지시간) 미 공화당과 민주당이 예산안을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현재 일부 정부 시스템은 일시 중단되었으며, 약 75만 명이 무급 휴직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셧다운을 끝내고자 여러 차례 투표가 진행됐으나 모두 부결된 가운데, 이번에는 양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모두 고집을 꺾지 않을 이유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2025년 셧다운이 과거와 다르게 느껴지는 4가지 측면을 살펴봤다.
1. 민주당에게 중요한 건 '트럼프', 의료 정책만이 아니다
민주당 지지층은 지난 수개월간 민주당에 트럼프 행정부에 맞서 보다 강력히 싸워달라고 요구해왔다. 그리고 이제 당 지도부는 이들의 요구를 잘 듣고 있었음을 보여줄 기회를 맞이했다.
지난 3월, 민주당의 척 슈머 연방 상원 원내대표는 정부 셧다운을 막고자 공화당의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데 협조했다며 맹비난받은 바 있다. 그리고 이번에는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민주당에 이번은 공격적으로 의제를 추진해 온 현 행정부로부터 일부 통제권을 되찾을 수 있음을 보여줄 기회다.
물론 공화당의 예산안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한 이번 결정에는 정치적 위험이 동반된다. 갈등이 장기화하고, 그로 인한 피해가 누적되면서 대중의 불만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민주당의 주요 요구사항은 만료 예정인 공공 의료보험 보조금 재개로, 이를 갱신하지 않을 경우 미국 가정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주장이다. 공화당은 정부 재개 이후 이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2번째 요구사항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행정권 행사에 관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외 원조 등에서 의회가 승인한 예산을 보류하거나 취소한 바 있다.
2. 공화당에게는 '기회'의 순간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핵심 관료인 러셀 보트 국장은 이번 셧다운 기간 중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추진해 온 연방 공무원 감축을 더욱 확대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 점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은 정부 셧다운이 자신에게 "전례 없는 기회"를 제공했다며, "민주당 기관"을 축소할 계획이라고 발언했다.
백악관은 셧다운이 지속될 경우 필수 정부 서비스 운영을 유지하고자 대규모 해고라는 "불가피한 임무"를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밝히며, 낭비와 사기에 쓰이는 납세자의 돈을 절약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캐롤라인 리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는 단순한 "재정적 상식"이라고 표현했다.
잠재적 해고 규모는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백악관은 보트 국장이 이끄는 예산관리국(OMB)과 논의 중이다.
보트 국장은 이미 뉴욕시와 시카고 등 민주당 소속 자치단체장이 재임 중인 지역들에 대한 연방 자금 지원 중단을 발표했다.
3. 양측 간 신뢰는 거의 없다
과거 정부 셧다운 사태에서는 양당이 정부 업무 재개를 위해 늦은 밤까지 협상을 벌이는 모습을 보였으나, 이번에는 그러한 협력 정신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양당 사이엔 원한만이 남아 있다. 주말 내내 양측은 교착 상태를 일으킨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며 계속 불협화음을 냈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민주당이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고 있다면서 "정치적 면피를 위해" 합의를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슈머 원내대표는 정부 재개 후 의료 보조금에 대해 논의하겠다는 공화당의 약속을 믿을 수 없다며 상대를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논란의 여지가 있는 AI 생성 이미지를 게시하며 사태를 악화시켰다. 슈머 대표와 민주당의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를 그린 이미지로, 제프리스 대표는 멕시코식 모자와 콧수염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제프리스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인종차별적이라며 규탄했으나, JD 밴스 부통령은 이를 일축했다.
4. 취약한 미국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셧다운의 여파로 연방 정부 인력 중 40%에 해당하는 약 80만 명이 무급 휴직 상태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가계 지출을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환경 문제 허가, 특허 승인, 계약업체 대금 지급 등 정부의 활동이 중단되면서 더 광범위한 파장을 일으킬 것이다.
또한 정부 셧다운은 관세 정책, 앞선 정부 지출 삭감 결정, 이민 단속, 인공지능 등 다양한 이슈로 인해 이미 어지러웠던 미국 경제에 새로운 불확실성을 더한다.
분석가들은 셧다운이 한 주간 지속될 때마다 미국 경제 성장률이 최대 0.2%p 하락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하지만 자연재해 이후 경제적 혼란이 회복되듯, 일반적으로 셧다운 종료 후 경제는 다시 회복하는 흐름을 보인다.
이로 인해 현재의 대치 상황에도 주식 시장이 크게 동요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위협한 대량 해고가 실현될 경우에는 피해가 더 장기화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