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실적·전망 모두 예상치 상회… 주가 급등
반도체 대기업 엔비디아가 월가 예상치를 웃도는 매출과 향후 실적 전망을 기록하며, 시장을 불안하게 했던 막대한 AI 지출에 대한 투자자들의 걱정을 누그러뜨렸다.
엔비디아 측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분기 실적 발표에서 올해 3분기(8~10월) 매출이 570억달러(약 83조원)로 전년 동기보다 62%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AI 데이터 센터용 반도체 수요 증가에 힘입은 결과다. 해당 부문의 매출은 66% 증가하여 510억달러를 넘어섰다.
4분기 매출 역시 650억달러로 예상했는데, 이 또한 예상치를 웃도는 값으로, 이러한 소식에 힘입어 엔비디아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4% 이상 급등했다
세계 1위의 시가총액을 자랑하는 엔비디아의 주가는 AI 붐의 선행지표로 여겨진다. 엔비디아의 실적은 시장 심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통해 엔비디아의 최신 아키텍처 '블랙웰'의 판매량은 "말도 안 되게 높은 수준"이라면서, "클라우드 GPU는 품절 상태"라고 밝혔다.
황 CEO는 애널리스트들과의 통화에서 "AI 거품론에 대한 이야기가 많지만, 우리의 관점에서는 전혀 다르게 보인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AI의 모든 단계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AI 주식 고평가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번 엔비디아의 분기 실적 발표에 월가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 관심을 기울였다. 비록 엔비디아가 이번에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냈음에도 이러한 공포감은 지속될 수 있다.
'AI 거품론'으로 인해 AI 투자 수익률에 대한 의문이 높아지며 지난 19일 까지 미국 S&P 500 지수는 4일 연속 하락했다. S&P 500 지수는 이번 달 들어 3% 가까이 하락한 상태다.
한편 엔비디아의 이번 실적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는 높았다.
- 엔비디아와 AMD, 중국 매출의 15% 미국 정부에 낼 예정
-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기술계의 테일러 스위프트'로 불리는 이유는?
-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경쟁'의 승자는 어느 국가가 될까?
미국 투자 자문 서비스 'LPL 파이낸셜'의 애덤 턴퀴스트 수석전략가는 엔비디아가 시장의 기대치를 뛰어넘는지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크게 넘어섰는가"가 관건이었다고 설명했다.
영국의 '하그리브스 랜즈다운'의 매트 브릿즈먼 선임애널리스트 또한 "AI 기업들의 가치평가가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는 가운데 엔비디아는 계속 흔들림 없이 자신들의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AI 산업의 일부 분야는 "잠시 숨 고르기가 필요했지만, 엔비디아는 여기에 속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과거 황 CEO는 내년까지 AI 반도체 주문 규모가 5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설명한 바 있다. 투자자들은 회사가 언제 이러한 매출을 실현할 수 있을지, 또 어떻게 이러한 주문을 실제 이행할 수 있을지에 관한 세부 정보를 기다리고 있었다.
엔비디아의 콜레트 크레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애널리스트들에게 이미 언급한 5000억달러 규모 주문에 더해 "아마도" 추가 주문을 더 받을 것 같다고 귀띔했다.
동시에 자사의 대중 반도체 수출을 가로막는 규제 제한에 실망감을 드러내며, 미국은 중국을 포함하여 "모든 개발자 시장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크레스 CFO는 엔비디아는 미국과 중국 정부와 "지속적으로 협력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19일 오전, 미 워싱턴에서 열린 미-사우디 투자 포럼에서 황 CEO는 일론 머스크와 함께 사우디아라비아에 초대형 데이터 센터 단지를 건설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데이터 센터의 첫 고객사는 머스크가 이끄는 인공지능(AI) 업체'xAI'가 될 예정이다.
해당 센터에는 엔비디아 반도체 수십만 개가 들어갈 예정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미 행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에 고성능 AI 반도체 최대 7만 개 판매를 승인했다. 그동안 첨단 기술 수출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것과 달리, 입장이 바뀐 셈이다.
이번 합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이번 주 백악관에서 회담한 이후 중개되었다.
기술 분야의 대기업들은 자사 주가를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린 AI 붐의 혜택을 최대한 누리고자 AI에 대한 투자를 앞다투어 늘리고 있다.
지난달 메타,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모두 실적 보고를 통해 데이터 센터부터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AI 관련 모든 분야에 엄청난 금액을 쏟아붓고 있음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구글 모기업 알파벳의 순다르 피차이 CEO는 최근 BBC와의 인터뷰에서 AI 투자 증가가 "특별한 순간"이었지만, 현재 AI 붐에는 어느 정도 "비이성적인 부분"이 있다고 인정했다. 이는 업계의 다른 리더들도 경고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AI 데이터 센터에 필수적인 반도체를 제조하는 엔비디아의 경우 오픈AI, 앤트로픽, xAI 등 주요 AI 기업들 간 거래망의 중심에 있다.
AI 기업들이 서로에게 투자하는 순환적 구조이기에 이러한 거래에는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례로 엔비디아는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에 100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추가 보도: 릴리 자말리(북미 기술 전문기자, 샌프란시스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