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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기일식: 달이 태양을 가리면 동물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2024.04.08
태양 아래 낙타
Getty Images

달이 태양을 가리는 일식에 인간은 경외심을 느끼곤 한다. 그렇다면 낮이 잠시 밤으로 변하는 이 순간, 다른 동물들은 어떤 느낌을 느낄까.

아주 드물게 태양, 달, 지구가 나란히 자리해 일정 조건이 완벽히 맞아떨어지면 달이 태양을 가려버리고 지구의 하늘엔 어둠이 찾아온다.

일식은 오래 지속되는 현상은 아니지만, 인간에겐 경외감, 경탄 등의 깊은 감정을 남기곤 한다. 그러나 낮이 갑자기 밤이 된 이 순간 다른 동물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예측하기 어렵다.

동물은 약 24시간 주기의 생체 리듬, 즉 ‘일주기 리듬’에 의존해 잠도 자고, 먹이를 찾으러 돌아다니고, 사냥도 하는 등 하루를 살아간다.

그런데 이렇게 단단히 자리 잡은 동물들의 일상 활동을 일식이 어떻게 방해하는지는 별로 알려진 바가 없다. 우선 같은 장소에서 또 일식이 일어나려면 400년 가까운 세월이 걸리는 등 이러한 우주적 현상은 매우 드물기도 하고, 모든 동물이 다 같은 방식으로 반응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스웨덴 룬드대학에서 행동생태학을 연구하는 세실리아 닐슨 박사는 “[빛은] 식물부터 동물에 이르는 모든 자연에 영향을 미치는 거대한 신호”라면서 “생물학자들은 태양을 끌 수 없지만, 자연은 때때로 우리를 위해 잠시 태양을 꺼주곤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100여 년 전, 미국 뉴잉글랜드 지역의 한 곤충학자는 태양의 사라짐을 실험해보기로 했다. 윌리엄 휠러는 1932년 일식 기간 동물의 행동 변화를 기록하고자 지역 신문에 대중을 상대로 광고를 냈다. 그 결과 휠러는 부엉이가 부엉부엉 울었다는 이야기, 벌들이 서둘러 벌집으로 돌아갔다는 이야기 등 조류, 포유류, 곤충, 식물 등에 관한 이야기 500여 개를 수집할 수 있었다.

일식 관찰용 안경을 쓰고 있는 사람들과 애완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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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일식 기간, 전문가들은 반려동물 등 여러 동물의 반응을 관찰해보고자 한다

그리고 2017년 8월, 2분 42초 동안 태양빛이 가려지는 일식이 발생하며 과학자들은 이 실험을 똑같이 재현할 수 있었다. 이번엔 좀 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태양빛이 사라지고 어둠이 찾아오면서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한 동물원에선 기린들이 공포에 질려 전속력으로 질주했으며, 거북이들은 짝짓기에 들어갔다. 그리고 오리건주, 아이다호주, 미주리주 등에선 호박벌이 윙윙거리길 멈췄다.

그리고 오는 8일, 북미에선 또 다른 일식이 예정된 가운데 또 한 번 호기심이 되살아나고 있다.

멕시코에서 메인주에 이르는 길고 가느다란 지역에선 과학자들이 일식 진행 과정을 자세히 관찰할 예정이며, 시민들에게 만약 동식물의 신기한 행동 변화가 포착될 경우 기록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날 동물원은 완전히 아수라장이었습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소재 ‘리버뱅크스 동식물원’ 소속 과학자 아담 하트스톤-로즈는 2017년 일식 전까지만 해도 동물원의 동물들이 그저 구름, 혹은 폭풍우가 지나가는 것처럼 일식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리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시민 과학자와 전문 연구원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일식 전후로 동물원에 모여 17종의 행동 변화를 관찰했다.

하트스톤-로즈는 “그날 동물원은 완전히 아수라장이었다. 놀라운 일이었다. 동물원에 모인 수천 명은 모두 흥분했다”고 기억했다.

그날 관찰한 동물의 4분의 3 이상이 이 “놀랍고도 엄청난” 사건에 뚜렷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날의 관찰 결과는 평소와 다름없이 행동한 동물, 저녁인 듯 행동하는 동물, 불안감을 표시하는 동물, 새로운 행동을 보이는 동물 등 총 4가지로 분류해볼 수 있다.

우선 회색곰 등은 이 희귀한 우주 현상 앞에서도 전혀 놀라지 않은 듯한 모습이었다. 하트스톤-로즈에 따르면 “회색곰은 일식 내내 그저 자거나 쉬는 듯한 모습을 보였”으며, “그중 한 마리는 일식이 절정일 때도 자신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고 한다.

반면에 야행성 조류는 무척이나 혼란스러운 듯한 모습이었다. 하트스톤-로즈는 “개구리입쏙독새들은 낮엔 썩은 나무그루터기처럼 보이려고 최선을 다한다”면서 “이들은 위장의 대가로, 밤이 찾아오면 위장을 벗어던지고 먹이를 찾아 나선다. 그런데 일식이 절정에 달했을 때 (마치 밤인 듯) 바로 이렇게 행동했다. 그런데 다시 해가 모습을 보이자, 썩은 나무그루터기 위장으로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뛰어다니는 기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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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일식 당시, 미국의 한 동물원에선 기린들이 공포에 질려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아울러 슬프게도 일부 동물들은 일식이 진행되는 동안 불안감과 괴로움을 호소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하트스톤-로즈는 기린은 “보통은 꽤 느긋하고 여유로운 동물”들이지만, 일식이 시작되자 마치 야생에서 차량이나 천적을 마주해 놀란 것처럼 뛰어다니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미 중남부 테네시주 ‘내슈빌 동물원’의 기린들도 일식 기간 긴장한 모습을 보이더니, 질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장 이상한 행동을 보인 주인공은 갈라파고스땅거북이었다. 하트스톤-로즈에 따르면 “갈라파고스땅거북은 무척 정적인 동물로, 별로 그렇게 큰 표현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일식을 앞두고 이들 거북이는 외향적인 모습을 보이더니, 일식이 절정에 달하자 자연스럽게 짝짓기에 나섰다.

한편 동물원은 자연의 축소판과도 같아 다양한 동물들의 일식에 대한 반응을 한꺼번에 관찰할 수 있는 독특한 환경이긴 하지만, 단점도 있다.

하트스톤-로즈는 “일식은 흥미로운 현상이기에 (동물원에 모인) 사람들은 매우 큰 소리를 지르거나 부산스러웠다”면서 과연 이 동물들이 일식에 반응하는 것인지, 혹은 일식에 반응하는 사람들에게 반응하는 것인지 구분하기엔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야생에서

더 많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동물들의 행동을 관찰하기 위해선 미국의 동부 및 서부 해안에 자리한 기상 관측소 143곳의 데이터를 활용해볼 수 있다.

해당 연구를 이끈 닐슨 박사는 “우리에겐 하늘을 관찰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이미 마련돼 있다. 그리고 이는 매우 드문 우주적 현상을 대규모로 조사할 좋은 기회”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새, 곤충 등 하늘을 나는 동물이 빛의 변화를 일몰로 착각해 하늘로 날아들지 궁금했다. 그러나 일식으로 주변이 어두워지면 새의 비행을 관찰하기 어렵기에 기상 관측소의 역할이 중요했다.

닐슨 박사는 “(이런 경우) 개별 새를 따로 추적하는 대신, 공중에서 감지되는 생물학적 질량을 전체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기상 관측소에선 간단한 레이더를 통해 신호를 내보내고, 이 신호가 마치 음향탐지기처럼 반사돼 돌아오면 반사율 값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닐슨 박사에 따르면 큰 비구름, 작은 새 등은 각기 다른 반사율 값을 지닌다고 한다.

보통 해가 지면 철새들이 야간 비행을 시작하기에 일반적으로 하늘 위 활동은 최고조에 이른다. 그렇다면 한낮에 갑자기 어둠이 찾아온다면 새들은 이를 어떤 환경적인 신호로 받아들일까.

닐슨 박사는 “실제로 관찰해본 결과, 공중에서 활동하는 새의 수는 줄어들었다”면서 대부분 새가 일식 발생 전 착륙하거나 비행을 멈췄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닐슨 박사는 몸을 피할 곳을 찾는 새들의 모습이 마치 폭풍우가 다가올 때와 비슷했다는 이론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간접적인 효과

많은 철새들이 둥지를 틀고자 찾는 지역이자 중간 체류지이기도 한 미 중부 네브래스카주의 플래트리버 계곡에선 2017년 일식 중 행동 변화를 더 쉽게 구분해낼 수 있었다.

한 연구진은 이 계곡의 길을 따라 타임랩스 카메라 및 녹음기를 설치해 야생동물들의 행동을 관찰했다.

부분 일식 중 날아다니는 새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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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조류 종이 일식이 진행되면 마치 폭풍우가 찾아올 때처럼 피할 곳을 찾아다닌다

그러나 네브래스카 대학의 엠마 버클리 연구원에 따르면 새들의 반응은 가지각색이었다고 한다.

해가 95% 정도 사라지자 들종다리의 울음소리는 잦아들거나, 어떤 곳에선 아예 멈췄다. 반면 황금방울새와 멧종다리의 경우 일식이 이어지는 동안 오히려 더 큰 소리로 울었다고 한다.

이렇듯 인간과 마찬가지로 일식에 대한 동물들의 반응 또한 다양하다.

어떤 연구에선 물고기들이 몸을 피했으며, 거미들은 자신들의 거미줄을 파괴해버렸다.

더 최근에 진행된 연구에선 꽃 사이에 작은 마이크를 설치해뒀더니, 일식 기간 호박벌들은 윙윙거리길 멈췄다.

그러나 일식으로 인한 간접적인 효과도 있기에 이 모든 변화를 직접적인 인과관계로 볼 수만은 없다는 게 버클리 연구원의 주장이다.

우선 일식 기간 네브라스카주에선 기온은 6.7°C 정도 떨어지고, 습도는 12% 상승하는 등 짧은 시간 동안 큰 환경적 변화가 일어났다.

버클리 연구원은 “태양빛이 감소하면서 주변 온도가 감소했는데, 게다가 바람의 변화로 인해 이러한 변화는 더 커졌다”면서 본질적으로, 이러한 동물들의 행동 변화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말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참여해보기

리버뱅크 동물원은 이번 달 더 큰 규모의 시민 과학 연구단을 모집해 더욱 적극적으로 관찰에 나설 예정이다.

하트스톤-로즈는 “일식이 예정되면 어떤 이들은 혼자 조용한 곳에서 관찰하거나, 어떤 이들은 친구와 이를 즐기거나, 혹은 무언가 기여해보고 싶은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리버뱅크 동물원은 ‘일식 사파리 프로젝트’를 통해 수천 명이 동물원뿐만 아니라 농장이나 집에서 기르는 동물들의 행동을 관찰해보길 장려한다.

이미 지난해 10월 발생한 일식을 통해 기초 데이터는 수집된 상태다. 개기일식과 달리 금환일식은 달이 태양을 부분적으로만 가리는 것으로, ‘불의 고리’ 현상이라고도 불린다.

미국 ‘항공 우주국(NASA)’ 또한 미 전역의 데이터 수집가 약 1000명과 함께 ‘일식 사운드스케이프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참가자들은 ‘오디오모스’라는 AA 건전지 3개만 한 크기의 소형 데이터 기록기를 이용해 일식 기간 야생 동물의 소리를 녹음하게 된다.

NASA에서 ‘STEAM(과학, 기술, 공학, 예술, 수학) 분야 접근성에 대한 연구’를 맡은 헨리 트레이 윈터 수석 과학자는 “특히 소리가 동물들에게 지속해서 미치는 영향이 있는지 관찰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윈터는 비정상적인 자극에 대한 동물의 반응을 통해 인간이 동물에게 미치는 방해 영향에 대해서도 더 많은 걸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벌목으로 인한 큰 소음, 밤새도록 불이 켜진 건설 현장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한편 이번 일식 후엔 2044년이 돼야 미국에선 일식을 관찰할 수 있을 예정으로, 많은 이들이 더욱더 눈을 크게 뜨고 동물의 행동을 관찰하고자 할 것이다.

하트스톤-로즈는 “어떤 일식이든 사람들이 함께, 그리고 자연과 함께 공유하는 놀랍고도 강력한 경험”이라며서 “우리가 밖으로 나가 더 큰 질문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이라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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