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반정부 시위 후 첫 여성 지도자 탄생

네팔 반정부 시위로 샤르마 올리 총리가 사퇴한 가운데, 수실라 카르키 네팔 전 대법원장이 임시정부 총리로 취임했다.
73세인 카르키는 짧은 취임식을 통해 선서를 하고, 히말라야 국가의 첫 여성 지도자가 됐다. 시위 지도부와의 합의에 따른 결과다.
이번 주 초 소셜미디어 플랫폼 금지 조치가 대규모 시위로 번지면서 폭력 사태가 발생해 50명 이상이 진압 경찰과의 충돌로 숨졌다.
정부는 지난 8일(현지시간) 해당 금지 조치를 해제했지만, 이미 시위는 대중 운동으로 확산된 상태였다. 분노한 군중은 9일 수도 카트만두에서 국회와 정부 청사에 불을 지르며, 결국 샤르마 올리 총리가 사임에 이르렀다.

지난 12일 오전, 람 찬드라 파우델 네팔 대통령 대변인은 BBC에 카르키가 이날 저녁 취임 선서를 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대통령과 시위 지도부 간 합의는 며칠간의 협의 끝에 이뤄졌으며, 법률 전문가들도 참여했다.
국회는 12일 늦게 해산됐으며 내년 3월 5일 총선을 실시한다는 발표가 나왔다. 카르키는 며칠 안에 내각을 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청렴한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이른바 'Z세대' 학생 지도자들로부터 임시 정부를 이끌 적임자로 지지를 받고 있다.
카르키 내각은 법과 질서 회복, 공격받은 국회와 주요 건물 재건, 변화를 요구하는 Z세대 시위대와 젊은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가 무너질 것을 우려하는 네팔 국민을 안심시키는 등 여러 과제를 안고 있다. 또 다른 중요한 임무는 폭력 사태의 책임자를 법정에 세우는 일이다.
카르키의 임명은 이번 주 네팔 육군참모총장이 중재한 협상에서 타협을 이룬 결과다. 들뜬 Z세대 지지자들은 소셜미디어에서 환영의 뜻을 밝히며, 이를 네팔이 원하는 새로운 정치적 진로의 다음 단계로 보고 있다.
지난 9일 카르키는 경찰과의 충돌로 하루 전 19명이 숨진 카트만두 시위 현장을 방문했다. 그는 또 병원에 입원한 일부 부상자들도 만났다.
카르키는 네팔 최대 민주 정당인 네팔 의회당의 코이랄라 정치 가문과 가까운 집안에서 태어났으며, 이후 당시 당 지도자였던 두르가 수베디와 결혼했다.
그는 변호사에서 2016년 네팔 대법원장으로 오르는 데 있어 남편의 지지가 큰 역할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카르키는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않았다. 대법원장으로 재임한 약 11개월 동안 탄핵 시도를 겪기도 했다.
네팔 군은 수십 년 만에 최악의 소요 사태에 흔들리는 나라를 통제하기 위해 여전히 카트만두 거리를 순찰하고 있다. 주민들이 생필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한때 제한이 완화됐다.
이번 시위는 정부가 지난주 왓츠앱,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을 포함한 26개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금지한 결정으로 촉발됐다. 그러나 곧 네팔 정치 엘리트에 대한 더 깊은 불만으로 확산됐다.
금지 조치 이전 몇 주 동안, 정치인 자녀들의 사치스러운 생활과 부패 의혹을 조명한 '네포 키드(금수저 자녀)' 캠페인이 소셜미디어에서 확산되고 있었다.
소셜미디어 금지는 8일 밤 급히 해제됐지만, 이미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상태였다.